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14-02-26   1667

[논평]혼란만 낳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50일 동안 만들고, 1주일 만에 뒤바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서 누락된 ‘서비스 산업 빅뱅’과 ‘한국판 싱가포르 계획’의 진위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2/25)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월 6일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계획을  수립할 것을 밝힌 지 50일만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후 언론은 일대 혼돈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이 보다 정확히 1주일 전인 2월 19일에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언론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했던 내용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제 배포하기로 되어 있던 정식 자료집은 배포조차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국가의 기본계획이 이처럼 졸속으로 입안되고 수시로 변경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대통령 이하 모든 경제부처가 국가의 경제정책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중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신중하게 국정에 임해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아울러 1주일 전의 사전 브리핑에는 포함되어 있다가 이번 대통령의 담화에서 누락된 ‘서비스 산업 빅뱅’과 ‘한국판 싱가포르 계획’의 진위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

 

언론의 발표와 참여연대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종합하면 사전 브리핑 자료(이하 “브리핑 자료”)와 어제 공식 배포한 담화문 참고자료(이하 “참고자료”)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브리핑 자료에 포함되었던 「경제혁신 100대 실행과제」 중 거의 절반인 44개 과제가 참고자료에는 누락되어 있다. 브리핑 자료에 11대 과제였던 ‘서비스 산업 빅뱅’이 참고자료에서 사라진 것이 그 예다. 실행과제의 경중도 제멋대로였다. 브리핑 자료에서는 제5대 과제인 ‘대학 경쟁력 강화’의 아주 작은 세부 항목에 불과했던 Korea Research Fellowship이 참고자료에서는 주요 실행과제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그 실효성이 회의적으로 평가된 희망키움통장은 참고자료에서 차상위 가구와 청년 각각을 별도의 수혜자로 하여 두 번씩이나 등장했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이번 대통령 담화에서 누락된 ‘서비스 산업 빅뱅’과 ‘한국판 싱가포르 계획’이다. 정부는 브리핑 자료에서 ‘서비스 산업 빅뱅’을 제11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구체적으로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및 소프트웨어의 5개 산업을 유망 서비스업으로 하여 집중 육성하겠다고 하였다. 일부 산업 부문을 유망 산업으로 규정한 뒤, 금융과 재정 지원을 집중하던 과거의 발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이를 서비스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방향이다. 보건/의료산업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내에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하고 이를 위해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방향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고 정부 스스로 부인해 왔던 의료 민영화를 어물쩍 기정사실화 하려는 첫 단추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영종도/송도/제주도를 의료/레저/엔터테인먼트 복합지역으로 개발하는 ‘한국판 싱가포르 계획’도 자칫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기 광풍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발표된 정책간 상호 모순적인 내용도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을 하락시키겠다는 정책의 세부항목에 LTV와 DTI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 포함된 것이 그것이다. 만일 이것이 LTV와 DTI 규제의 사실상 완화나 폐지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초대장이 될 수는 있겠으나 가계부채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금융위원회는 오늘 “LTV와 DTI 규제완화를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그렇다면 해당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경영의 유연성과 합리적 교섭관행을 정착시키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가로막는 노조 동의권 남용을 개선하여 근로손실일수를 줄이겠다는 정책의 바로 옆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보호강화를 배치하는 것도 크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정책의 내용과 중요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두 가지 판본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정부의 업무수행능력에도 큰 흠결을 보였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특정 정책들이 누락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앞으로 그 정책을 실행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실행은 하지만 중요도나 우선순위가 조정될 것이라는 뜻인지, 아니면 매우 은밀하게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국사의 중대함을 깊이 인식하고 현재의 혼돈을 시급히 수습하고, 국민들에게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간명하고 투명하게 다시 정리하여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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