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경제강좌 2008-10-21   1663

[시민경제교실] 금산분리 완화: 경제의 기반시설인 은행마저 재벌의 품으로!

금산분리 완화: 경제의 기반시설인 은행마저 재벌의 품으로!     

지난 10월 14일 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새판 짜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입법안이 의도하는 것은 첫째 금융지주회사(비은행금융지주회사)라는 이름으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신속, 간편하게 도와주며 동시에 이를 합법화시켜주고, 둘째 지금까지 재벌에게 유일한 출입금지지역이었던 은행마저 재벌의 품안에 던져주는 것이다. 소위 “은행주식 보유규제 합리화 방안”은 재벌이 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우선 재벌은 은행 의결권 주식의 10%까지 직접 소유할 수 있다. 10% 소액지분으로는 은행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눈 감아 줄 수도 있다. 의결권 지분 10%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에 재벌도 그 자체에 별 관심이 없다. 그보다 무서운 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하면 재벌이 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

사모펀드의 경우 산업자본의 지분 참여가 30% 미만이거나, 대기업 계열사 지분이 사모펀드 출자총액의 50% 미만이면 산업자본에 해당되지 않는 금융주력자로 인정받게 된다. 금융주력자의 경우 금감위의 승인만 있으면 은행 지분을 무제한 소유할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재벌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만 하면 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다. 재벌이 은행을 사실상 100% 지배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직접 지분,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배소유 하에 있는 다른 금융주력자들을 이렇게 저렇게 묶어 내기만 하면 된다. 상상력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재벌 품에 은행을 넘기는 정부
  

근데 재벌에게 은행을 완전소유, 지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를 왜 까놓고 못하는 것일까? 금융위가 내놓은 입법안을 보면 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금융 산업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라는 공허한 슬로건 속에 실제 의도를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하고, 그 노력이 심지어 애처롭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정부가 보기에도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재벌에게 은행을 내주자며 대놓고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이다.

은행주식 보유에 대한 현재의 사전적 규제를 지금 당장이라도 없애고 개별적 심사감독방식으로 대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집단의 경영투명성과 금융 감독 역량 등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정부가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그냥 대놓고 밀어붙이기에는 국민들 눈이 무서운가 보다. 재벌총수들이 예외없이 온갖 부정비리를 저지른 범법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은행을 가져갈 자격이 있다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마땅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일한 정당화 논리는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자본 역차별을 거론하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논리로 눈감고 밀어붙이기에는 외국의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안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기업 사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해외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겉으로는 외국자본 유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속으로는 반 외자 정서를 이용한 친 재벌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조기 진화=은행 덩치 키우기=산업자본 투입?
 
이 때 미국발 금융위기는 마치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기막힌 정당화 논리를 만들어 주었다. 금산분리 완화는 이명박 정부가 진작부터 예고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전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주장이 등장한 것이 특별히 흥미롭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일 때 산업자본이 은행의 자본 확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위기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논리이다. 금산분리는 원래 실물과 금융 각각의 위기가 이쪽, 저쪽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방어 장치로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뒤집어엎어 조기 위기진화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떤 국내 시중은행이 위기적 상황에 몰려 급하게 자본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요즘 국내 시중은행들의 재정 상태를 보면 의외로 그런 상황이 빨리 닥칠 수도 있다. 위기에 처한 국내 시중은행의 구원자로 재벌이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 산업에 진출하면서 은행에는 관심이 없다는 삼성의 주장은 그냥 안 들은 걸로 해도 좋다. 한국과 같은 금융환경에서는 은행을 끼지 않고 보험사나 증권사만으로 돈을 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에서도 펀드열풍이 꺼지면서 앞으로 자본시장에서 돈잔치를 벌이는 일도 쉽지 않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원래 은행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나라를 생각해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면 된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경제를 걱정해서 원치 않았던 은행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보다 확실한 정치적 명분이 어디 있을까 싶다.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반 재벌 정서를 이용해 외국자본에게 은행을 팔아 치웠던 것처럼 위기의 조짐을 보이는 은행을 구하는 백기사로 등장하는 재벌을 국민들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사실왜곡을 멈추라.

정부가 목매는 선진국에서도 금산분리는 금과옥조

정부는 은행주식 소유규제를 선진국 수준에 맞추겠다고 한다. 선진국 수준이 도대체 무엇인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 금융시스템 전체가 모래성처럼 일순간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선진국을 따라하자는 말만 되새김질하고 있는 정부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 지금 선진국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금융 사회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오죽하면 칼 버냉키, 블라디미르 일리치 폴슨이라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릴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의 관행을 보더라도 은행주식 소유와 관련해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기본원칙은 금산분리이다.

즉 산업이 은행을 지배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문의 원칙인데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리더라도 그 불문의 원칙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자본에게 은행의 소유와 지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의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이치 때문이다. 정부가 얘기하듯 유럽의 일부국가와 일본은 금산결합을 허용하지만, 이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금산결합이다. 즉 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비금융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정부가 앞장서서 사실을 왜곡해 국민을 현혹하는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처럼 소위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은행이 비금융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을 담당해왔다. 은행주도의 금산결합에서 은행은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비금융기업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은행이 내부 비밀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고 마음을 먹을 경우 기업 하나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나라에서 외국자본한테 함부로 은행을 내주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의 무소불위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금융 감독이 없다면 은행주도의 금산결합의 폐해도 막대하다. 

한국 금융시스템의 수준 바로 봐야

한국의 경우 겉으로는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감시능력이나 평가능력을 제대로 갖춘 은행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그동안 전무했다. 정치권력과 재벌권력 모두에게 휘둘리는 역사만이 있었을 뿐이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국자본까지 합세해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의 또 다른 사기행각을 보자. 정부는 미국이 최근에 사모펀드, 헤지펀드, 기타 투자자들의 은행주식 소유 지분한도를 10%에서 15%로 올린 것을 예로 들어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 한다고 난리다.

미국정부가 명시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참여를 높이겠다고 한 적이 없을 뿐더러 기존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마치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참여 폭을 넓혀주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금융위기에 맞닥트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사실상 파산상태에 놓여있다. 전국적으로 8000개가 넘는 은행기관에 자금수혈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동시에 은행 의결권 지분 15%로는 은행경영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리고 15% 지분투자자들이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모펀드가 15% 이상 은행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려면 투자자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기존의 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은행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 투자자 내역을 공개할 의사를 가진 사모펀드는 없다.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미국 내 외환은행 지점을 폐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사모펀드에 대해 아무런 규제도 없는 상황이고, 규제할 의사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재벌의 은행 소유지배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은행은 경제작동을 위한 사회간접시설이나 다름없어

먼저 은행이 단순히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은행이 특별하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죽어라고 따라가고 싶어 하는 선진국에서 은행을 바라보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은행은 경제의 인프라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급결제기능과 자금중개기능을 담당하는 은행은 마치 도로나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시설과 마찬가지로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다. 그동안 은행의 사회적, 공공적 기능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오로지 돈 버는 회사라는 인식만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은행들에게 돈벌이에만 몰두하라고 종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은행을 비롯한 민간 금융회사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권력의 원천은 그들의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몰락이 경제전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회사의 몰락 앞에서 정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망해가는 금융회사에게 인질로 잡힌 꼴이 되어 세금을 퍼부어 살려내야만 한다. 더구나 한국의 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소수의 대형 시중은행에 의한 시장독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전체 금융시스템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화 집착증에 걸린 정부와 민간 시중은행들은 은행수가 많다고 투덜거리고 있고, 정부는 한 술 더 떠 국책은행들을 몽땅 민영화시켜 민간은행들의 몸집불리기를 도와주려고 한다. 현재 외국계를 포함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살 갉아먹기 경쟁으로 인해 위태로운 지경까지 와 있는 상태이다. 재벌들을 벤치마킹해 경쟁력의 한계와 무능을 덩치 키우기로 감추려고 애를 쓰는 은행들을 보면 마치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하다. 원래 은행의 입장에서 재벌의 은행 주식 소유 확대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주주들 비위를 맞추느라 허덕이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재벌까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재벌의 요구는 외국인주주들의 요구와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를 것이고, 그 결과 은행의 독립경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한 때에는 앞뒤 안 가리고 재벌의 참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재벌의 볼모로 잡힐 것인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재벌이 은행을 소유지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쓰이는 걸 막을 방법도 전혀 없을뿐더러 은행금융지주사를 소유한 재벌은 자기 입맛대로 온갖 종류의 돈벌이 장난을 할 수 있다. 자통법을 비롯해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금융시장 규제완화로 인해 도박판과도 같은 금융판이 국내에서도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정석으로 돈을 벌기가 쉽지는 않지만, 소위 “이해상충”이라고 분류되는 행위들을 모두 동원해 누워서 떡먹기 식의 사기성 돈벌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은행마저 재벌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사회 전체가 꼼짝없이 재벌의 볼모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대마불사 논리로 국내 산업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은행까지 거머쥔 재벌은 어떤 사고를 치더라도 결국 국가가 나서서 살려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10월 14일 금융개혁 입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재벌기업이 금융주력자 계열사나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사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경우 은행 지분 취득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고 파산에 직면한 은행에 대해서는 최소한 현행 산업자본 수준(의결권 지분 4%, 비의결권 주식 10%)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을 취득하려고 할 경우 투자자 공개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 또한 국책은행 민영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국책은행 민영화 계획을 포기하면 이번 입법안을 밀어붙일 근거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라디오 노변담화에서 국내 은행들에게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주문을 했다.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은 민간 은행들의 속성이다. 민간은행이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도록 하려면 관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이 있는 것이다. 민간은행에게 국책은행처럼 행동하기를  주문하고 국책은행에게 민간은행처럼 큰돈을 벌어오라는 요구하는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왜 민간은행이 필요한지를 묻고 싶다. 미국이나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언하고, 중소기업은행에게 1조원을 출자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의 자본금 확충, 즉 부분 국유화는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한다. 한 때 10조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자랑하던 은행권의 허세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은행의 자본금 확충 얘기가 다시 나올 정도로 국내 민간 시중은행들의 실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고, 민간은행의 해외차입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마당에 그나마 남아있는 국책은행마저 민영화하겠다는 주장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은행 제자리 돌려놓기 

정부는 재벌에게 은행참여를 허용해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헛소리는 그만 두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시중은행이 은행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시 기억해내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글로벌 IB의 허상도 버려야 한다. 금융은 삼성이 휴대폰을 만들거나 현대가 자동차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다 파는 것과는 다르다. 덩치를 키워주고 돈을 퍼붓는다고 금융의 국제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은행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다른 어느 곳, 즉 실물영역 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가 은행의 수익으로 되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기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건 둘 중의 하나이다.

실물영역의 수익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거나, 당장은 보이지 않은 위험이 자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말해주듯이 그동안 월가에서 벌어진 화려한 돈잔치의 그 결말은 처참한 자멸이었다. 금융기관이 벌인 빚잔치가 남겨놓은 쓰레기 처리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투자은행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고 착각했던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 국내 은행도 마찬가지이다. 몰빵 투자펀드 상품, 자신도 이해 못하는 파생상품, 중소기업을 파멸로 이끌고 있는 키코와 같은 투자상품을 강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은행을 제자리로 둘려놓아야 한다. 서울 시내에 중국음식점보다 대부업체수가 많다는 현실은 국내 금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엄청난 위험투자를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몸집불리기로 돈벌이에만 급급해하다가 자승자박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고 온 것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현주소이다. 지금은 대외경쟁력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 망가진 은행들을 다시 세워야 하는 때이다.

금융경제연구소 조혜경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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