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경제강좌 2009-07-23   2756

[시민경제교실] 금융지주회사법 날치기와 재벌 천하

금융지주회사법 날치기와 재벌 천하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한나라당이 금융지주회사법을 날치기했다. 물난리 중에 은근슬쩍 폐수 흘려보내듯이 그렇게 했다. 언론의 관심이 온통 미디어법에 쏠려 있는 와중에 금융지주회사법을 슬쩍 얹은 것이다. 삼성특혜법으로 알려진 공성진안을 통과시키면서 내친 김에 지난 4월 30일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부결시킨 박종희안까지 또 다시 얹었다. 방송법은 같은 날 재투표하고, 금융지주회사법은 두 달 반만에 재투표했다. 그야말로 ‘될 때까지’ 투표한 것이다.

‘될 때까지’ 투표한 금융지주회사법

그래서 우리 사회는 도대체 뭘 얻었나? 방송에 재벌 들어가고 은행에 재벌 들어가게 되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삼성은 지배구조에 대해 확실한 면죄부를 받았다. 그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다. 방송이야 필자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서 확언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금융은 분명하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보더라도 잘못된 일이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보더라도 잘못된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잘못된 일이고, 절차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시기적으로도 잘못된 일이다.

도대체 금융지주회사법에 무엇이 있길래 이토록 난리인가? 그것이 무엇이관대 높으신 국회의원분들이 멱살잡히고 뉴스에 일그러진 얼굴 나오는 것을 감수하면서 ‘살리고, 살리고’를 되풀이한단 말인가? 재벌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오직 재벌만을 위한 개정이다. 재벌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섞고 비벼서 손쉽게 거대제국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은행까지 덤으로 얹어 주는 법이다.

공성진안의 핵심조문인 제22조 제1항에는 공정거래법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 또는 그의 특수관계인”이라는 표현이 버젓하게 나와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무엇인가? 재벌이다.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누구인가? 재벌총수와 그 일가이다. 공성진안의 핵심은 바로 이들에게 “특례”조항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뿐인가? 아니다. 재벌이 등장하는 곳이 또 있다. 과거 박종희안의 핵심인 제2조 제1항 제8호의 비금융주력자 관련한 부분이다. 여기에도 공정거래법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나온다. 비금융주력자 규정을 재벌에게 유리하게 하여 은행을 지배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래도 되는가? 당연히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단절하려고 했던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다시 허용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마불사의 폐해를 뻔히 보면서도 새롭게 대마를 만드는 어리석은 몸짓이다. 우리나라의 운명을 몇몇 재벌총수에게 내맡기는 무책임과 무모함의 극치이다.

재벌총수에 특혜 안긴 ‘공성진 법안’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금산분리 규제를 유지하고 심지어 강화하고 있다.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한 때 금산분리 완화가 국제적 대세이고 특히 미국도 최근에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혹세무민한 적이 있다. 그러나 6월 중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안은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보여 주었다. 미국은 금산분리 규제를 계속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 이 규제를 거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게도 새롭게 확대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금융투자지주회사나 보험지주회사처럼 거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 청개구리도 이런 청개구리가 없다.

금융은 경제활동의 감시자다. 기업이 모험가 정신과 동물적 충동에 의해 투자를 수행한다면 금융은 그 뒤에서 차분하게 주판알을 튕기면서 경제적 효율성을 계산하는 것이 일이다.

22일 한나라당이 날치기한 금융지주회사법은 바로 이 경제적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마치 오늘 한나라당이 날치기한 미디어관련법이 언론의 사회적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처럼. 이제 그 누가 입에 쓴 약을 먹으라고 할 것인가? 입에 쓴 약 없이 어떻게 체질을 튼튼하게 할 것인가? 그저 서민이 불쌍할 뿐이다.

* 이 글은 7월 23일자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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