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문제로 점철된 원샷법 개정안, 국회 통과 안 돼

문제로 점철된 원샷법 개정안, 국회 통과 안 돼

구조조정 시 주주·채권자 권리 약화,  철저히 기업 입장 대변해
상법·공정거래법 무력화 및 대기업 특혜 시비 등 문제 많아
법무부·공정위 우려 의견에도 산자위 통과 과정에서 논의 실종 

 

최근(7/5) 제369회 국회 제1차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이하 “산자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발의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원샷법”)」를 통과(https://bit.ly/2FUuWxx)되었다. 2016. 8. 시행된 원샷법은 기업들이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때 적용되는 각종 관련 절차나 규제를 동법으로 묶어 ‘빠른’ 구조조정을 가능케하는 법으로, 주주 및 채권자 보호를 위한 「상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 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대표적 ‘재벌특혜’ 법안(https://bit.ly/2XxFQEl)이다. 심지어 이번 위성곤 의원의 원샷법 개정안은 그동안 공급과잉 업종에만 한정되던 원샷법의 적용대상을 신산업 분야까지 확대하고, 일몰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관계부처인 법무부 및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대기업 특혜시비·법제 자체 형해화 등에 대한 우려 의견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논의 과정 없이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철저히 기업의 편의 및 이익만을 위주로 하여 주주 및 채권자 등의 권리를 무력화 시키는 원샷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산자위를 통과한 원샷법이 향후 국회를 통과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16. 8. 시행된 원샷법은 상법 상 ▲기존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인 자산규모 10% 미만 사업부문 분할 절차 완화를 이사회 결의로 갈음하고, ▲기업분할 관련 주주총회 소집기간, 채권자 보호를 위한 이의제출 기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현저히 단축함에도 회사 측의 주식매수 의무기간은 연장해 주었다. 또한 공정거래법 상 ▲지분비율 규제 및 상호·순환출자 규제 유예기간, 대기업집단 내 기업간 채무보증 금지 규제 유예기간 등을 연장하고, 세법 상 ▲자산매각 양도차익 과세이연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기업의 인수·합병 시 편의 제공에 철저한 중심이 맞춰진 법안이다. 이번 위성곤 의원 발의법안은 2019. 8. 12. 에 일몰예정이었던 현행법의 유효기간을 5년 연장하고, 여기에 한술 더 떠 법의 적용범위를 과잉공급 산업 외 신산업 진출 및 산업위기지역 주된 산업으로 확대하며, 다수 기업의 공동행위에 대한 신속인가절차 특례 및 산업단지 내 부동산 처분 규제 완화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인수·합병 추진 기업에게 마치 선물 보따리와도 같은 혜택을 안겨주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이에 대해 ‘수출 둔화 및 수익률 저하 등 기존 주력산업의 활력이 저하되면서 대다수의 지역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며,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신산업의 등장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산업구조 전환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기업이 쉽고 빠른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 기존 주력산업의 동력 저하의 핵심 원인은 아니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밋빛 구호가 주주와 채권자의 기본적 권리 보호를 위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상의 규제장치를 약화시킬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경기침체를 빌미로 ‘기업 맞춤 특혜’ 법안의 일몰기한 연장 및 개정안 통과를 밀어부치기 전, 원샷법 시행 이후 이뤄진 100여 개사 구조조정의 실제 산업경쟁력 강화 여부에 대해 최소한의 평가와 공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원샷법 개정안의 2019. 1. 23. 발의 및 산자위 통과 과정 또한 문제가 많은 대목이다. 동법 개정안 발의 당시 공정위가 대기업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적용 산업의 확대 범위를 산업위기지역 기업으로 한정할 것을 요청하자 산자부는 어떠한 부처 간 협의도 없이 위성곤 의원실을 통해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우회’하여 한 차례 논란(https://bit.ly/2XLutI8)이 된 바 있다. 또한 이번 원샷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는 ▲기업집단 제도 자체의 형해화 및 ▲현행 기업집단 규제가 신산업 진출기업의 사업재편에 장애요소로 작용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법무부는 ▲지나치게 넓은 특례규정 및 불명확한 적용, ▲시장과 기업구조의 기본법인 상법의 사실상 형해화에 대한 우려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 7. 5. 산자위 회의록에 따르면 송대호 수석전문위원의 동법 요약 검토보고서 발표 후 바로 다음 법안 논의로 속행하여 사실상 어떠한 토론이나 의견 교환조차 진행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관계부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기존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을 의원실을 통해 내려 꽂고, 어떠한 논의 과정도 없이 기업 이익 맞춤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이 모습이 바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격적인 민낯이라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2018. 9.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일몰기한 연장 및 2019. 7.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강화특별법」 시행, 이번 원샷법 연장 시도 등 일련의 입법 진행 과정에서 상법 및 통합도산법을 형해화하고 일방적으로 기업의 편의와 이해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산자부는 원샷법 시행 이후 100개사의 사업재편을 승인하는 동안 주주이익 침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개정안이 적용 대상인 ‘신산업’과 ‘산업위기지역 주된 산업’을 시행령으로 규율한 이상 특혜로 점철된 구조조정이 앞으로 어떤 산업에 언제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존 산업에서 신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수반되는 구조조정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존 법이 엄연히 보장하고 있는 주주·채권자의 권익을 약화시키고, 대기업집단 규제를 위한 기존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뛰어넘는 각종 특혜를 줘가면서 인수·합병을 진행한다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다. 

또한, 기존 법을 사실상 무력화·형해화시키는 새로운 법을 만들면서도 관련 부처와 각종 쟁점에 대한 섬세하고 정교한 조율 과정을 생략하고,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만 하는 행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개탄한다. 이번 원샷법 개정안의 발의 및 통과과정은 민주주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성숙한 토론 과정이란 없는, 그야말로 소위 ‘까라면 까’는 구태(舊態)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문제많은 입법 및 산자위 통과 과정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의 직격탄을 맞을 당사자인 노동자의 권익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과 기업 구조조정 과정은 철저히 별개로 취급되어야 할 사안으로, 그동안 원샷법이 없었기에 고용·투자가 확대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철지난 낙수효과와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구호 외에 문제로 점철된 이번 원샷법 개정안의 산자위 통과 과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변명은 없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주주·채권자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되었음은 물론이다. 정부·국회는 구조조정 관련 법제의 완화로 경제활력이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하고 무모하고 일방적인 기업 편들기 정책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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