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정부, 재벌총수 사면 군불지피기 중단하라

이재용 부회장·신동빈 회장 등 광복절 특사 대상 포함돼선 안돼

묻지마 사면과 경제형벌 완화, 국민 경제에 도움이 아닌 해악

재벌총수 범죄 봐주기로 경제 살리겠다는 해묵은 악습 중단해야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하는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박근혜 정부에 뇌물을 제공한 바 있으나,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신 회장은 집행유예 상태이다. 두 총수는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한 중대 부패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지금도 주요업무를 수행하고 경영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등 막강한 경영권을 휘두르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는 2021년 법무부가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음에도 삼성전자에 사실상 취업한 상태이다. 더구나 현재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 연장선에 있는 국정농단 형사판결에 대해 사면을 받는다면,  진행중인 형사재판은 형식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단히 부적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사면해준다는 것은 결국 공정한 시장을 왜곡하고 사익을 추구한 재벌 경제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없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비리 재벌총수 사면에 반대한다. 또한 최근 윤석열 정부가 민간기업의 형사처벌 부담을 줄인다며 경제형벌 완화를 추진하는 것에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https://bit.ly/3za5Ars). 명분없는 경제범죄 형벌 완화와 사면은 재벌의 또다른 비리범죄를 양산하는 유인이 될 수 있으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형벌에 대한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7월 13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사적자치 영역에 필요·최소한의 형벌인지 ▲행정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입법 목적이 달성 불가한지 ▲유사한 입법 목적의 타 법률조항과 형평성이 맞는지 ▲해외 사례에 비해 형벌조항이 과도한지 ▲시대 변화에 따라 더는 형사처벌이 불필요한지 등의 기준을 따져 형벌 규정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위해 경제 6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데에서 이미 이러한 정책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백하다. 대기업의 민원을 수렴해 재벌총수의 경제범죄 봐주기 정책에 나선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군불을 때고 있는 사면론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해묵은 낙수효과 이론은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 최근의 중론이다. 지금은 오히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양극화·불평등을 완화하여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경제질서를 만드는 게 급선무이다. 재벌총수는 기업집단의 주요 주식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 사람일 뿐,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벌총수를 회사의 대규모 투자 결정권한을 독점한 주체로 상정하고 ‘경제살리기’를 명목으로 사면과 형벌 완화를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 이들의 초법적인 신분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단행하려고 하는 것은 재벌총수의 범죄를 봐주어야만 경제가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중단되어야 한다.

 

형의 선고는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행해지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의 권력으로 이를 바꿀 수 없다. 이에 대한 유일한 예외인 사면은 행정권이 사법권을 유일하게 초월하는 행위로 매우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재벌총수에는 유독 관대하게 그가 행한 경제범죄의 심각성 여부를 막론하고 사면을 남용해 왔다. 2008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및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009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08년 및 2015년 최태원 SK 회장, 2016년 이재현 CJ 회장 등 횡령·배임, 뇌물 등 심각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총수들에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묻지마 사면이 행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벌총수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남용하여 사익을 추구하고, 다시 그 지배력을 볼모삼아 가벼운 형량을 받고 또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며,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경제인 범죄 형량을 완화하는 정책 또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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