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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개혁/경제민주화
  • 2022.04.20
  • 323

[템플릿] 이미지논평 납품단가연동제.png

 

대-중소기업의 기울어진 시장 지위, 기업 자율은 허위에 불과해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를 위한 현 납품대금조정제도 개선 필수적

원자재가 상승 부담 중소기업에 전가 말고, 산업 전체가 고루 분담해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어제(4/19)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를 포기하는 대신 기업이 자율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모범계약서를 보급하고, 대금조정 현황을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https://bit.ly/3xD7fFr). 대·중소기업 불공정 문제를 또 다시 시장에 맡기겠다는 말을 되풀이 한 것이다. 원자재가격 상승시 납품대금조정협의를 의무화하고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파기한 인수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당시 중소기업인에게 표를 얻기 위해 허위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 후 이를 배신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윤석열 인수위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유일한 공약마저도 폐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간 꾸준히 비춰왔던 재벌·대기업 편향 기조를 다시금 재확인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인 공급체계 위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재가 급등으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현재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오직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한 시장 지위에서 발생하는 불합리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서만이 대·중소기업 상생과 지속가능한 경제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주지하다시피 “기업 자율”은 듣기 좋은 표현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전년대비 경영여건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의 비율은 99.4%에 달한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전부 반영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 ‘원사업자의 부담전가’가 1·2순위로 확인되었다(https://bit.ly/3jRKh5w). 이러한 조사 결과는 수요를 독점하는 대기업과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간의 기울어진 시장 조건에서는 현행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 규정된 납품대금조정제도가 제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중소기업이 거래처로부터 받는 불이익 등을 우려해 대금조정 신청을 꺼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에 따라 2020년 하반기 이후 냉연강판, 후연강판, 철근과 같은 철강재, 석유 및 주요 석유화학제품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https://bit.ly/36qk0rM, https://bit.ly/3JWnEau), 중소기업은 현 제도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외적 요인에 의해 국내 산업 전체에 가해진 부담이 우리 산업 전반에 고루 분담되도록 하여 위기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윤석열 인수위는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취해야 할 정책 기조는 방임이 아닌 적극적인 개입과 안정적인 제도 마련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현행 납품대금조정제도는 신청 기업 노출에 따른 거래 단절과 업계 내 낙인 위협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쉽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협의요청권을 규정하면서도 원⋅부재료비, 노무비, 경비 가격 상승분이 각각 납품대금의 3%를 넘겨야 적용되는 등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이렇듯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은 반드시 재추진되어야 한다. 설사 연동제가 아니더라도 개별 기업의 신청 없이 중소기업중앙회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직권으로 조정협의를 요청하고 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의 브리핑에서 이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까다로운 납품단가조정 요건도 더욱 완화되어야 하며, 중소기업중앙회나 협동조합에 의한 납품단가·납기·품질조건 관련 협의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개정도 필요하다. 

 

윤석열 인수위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거부하며 내세운 시장경제 논리는 시장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며, ‘대기업의 해외공급처 거래 전환’과 같은 해묵은 우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현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다. 인수위가 이러한 일방의 주장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듯한 논리를 펼칠수록 재벌·대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대·중소기업 상생과 지속가능한 경제는 정부가 불균등한 협상력의 저울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 측에 추를 올려놓을 때만이 가능하다.

 

논평[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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