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자금융거래법, 금융소비자 보호 및 대기업 독과점 방지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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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26)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급인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 지급인 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에 지급지시를 전달함으로써 자금이체 등을 돕는 지급지시전달업의 도입, ▲전자금융업의 재분류 및 허가·등록 특례 부여,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는 자금이체업을 하면서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대금결제업자에 대한 후불결제업무 허용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재벌·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및 독과점 심화,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강화 및 개인정보 보호와는 거리와 먼 제도 설계 및 은산분리 형해화 등에 대한 우려가 큰 법안으로서 졸속으로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 심도높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혁신적 디지털 금융산업 육성 등 사업계획을 밝혔다. 금융위는 전자금융업의 규제수준이 해외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고 규율체계도 복잡하여 혁신사업자의 금융산업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혁신사업자 육성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각종 규제완화 등 특혜를 주는 반면, 금융소비자의 권리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 본말이 전도되었다. 금융위는 지급지시전달업이 핀테크·금융회사 등의 혁신적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해 전자금융산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스몰라이센스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본인신용정보관리업(MyData)를 허용하면 조회·이체·결제 전 과정에 대해 고도화된 종합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창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은 형식적 동의만을 거쳐 기업에게 금융·건강정보 등 보호받아야 할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무한활용의 장을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 이미 논란이 되고 있으며(https://bit.ly/3etUcLn), 정보주체의 권리 강화 및 공정경쟁 촉진을 위해 개인정보이동권을 신설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의 취지와 달리 정보주체의 동의권, 열람권 등 기본권 보장이 부실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등의 개인정보 보호장치 적용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자본금 3억 원만으로 등록·설립할 수 있는 지급지시전달업자에게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해준다는 것은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금융위는 무조건적인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개인정보라는 중요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우선하여 마련해야 한다. 

혁신사업자 육성이라는 목적 달성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

다음으로,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소위 빅테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200억 원으로 하고, 이용자에게 직접 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도록 하며, 여·수신 업무를 제외하면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여 비금융·금융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의 외국환 업무, 후불결제 업무, 마이데이터 및 시행령에 따른 겸영·부수 업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어 사실상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시행령 개정에 따라 추가적 업무를 영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지주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개설하겠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등장으로 비롯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https://bit.ly/3szaN5v). 5년여 전 금융시장의 메기 효과 진작이라는 명목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족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중금리 대출 강화 및 고용창출, 눈부신 혁신 서비스의 도입은 없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은 고신용자 대상 대출에 집중했고, 시장에 불러온 효과는 이들의 영업형태를 모방한 시중은행의 지점 폐쇄 가속화 뿐이었다(https://bit.ly/3sCC9YH). 이는 금융소비자의 금융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사실상 반강제화 함으로써 서비스 이용의 선택권을 감소시키며, 노년층 및 금융 소외계층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주장하는 포용적 금융의 모습과도 그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기존 산업자본에게 사실상의 ‘은행 설립’이라는 특혜를 주어 새로운 독점적 금융재벌자본의 탄생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존 산업자본, 유사은행 설립 가능해 독과점 금융재벌 탄생 우려

최근 삼성(https://bit.ly/3gqr7mC), SK(https://bit.ly/32xLDtt) 등 여타 재벌들도 마이데이터 시장에 속속들이 뛰어들고 있는 바 ‘빅테크’는 비단 네이버와 카카오만이 아닌, 많은 대기업집단의 희망사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 등 대기업은 이미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을 영위 중으로, 이들이 종합지급결제업자 지정을 희망할 경우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개정안은 대금결제업자·종합지급결제업자에게 30만 원까지 후불결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데 그 금액을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어 언제든지 한도 상향이 가능하다. 한편, 2020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을 위반한 대기업집단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다. 이렇듯 이미 은산분리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은행, 네이버은행 등의 탄생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은행을 갖는 게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그간 재벌총수들이 행해온 횡령, 배임 등 회사에 대한 불법적 사유화 행위, 사익편취 및 하도급법 위반 등 각종 불공정거래행위, 특히 삼성 총수일가의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 등 편법적 지배력 강화 등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금융소비자 피해 발생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재벌대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독과점적 영향력,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생각해 보았을 때 재벌의 빅테크 인가로 인한 금융시장 독과점은 더욱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금법 통과 이후 금융생태계는 금융위가 주장하는대로 새로운 혁신기업이 출현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기존 재벌·플랫폼자본이 독식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기존 재벌대기업은 이미 빅테크 생태계를 장악할 준비를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26.8조 원을 기록했으며, 중소상인이 참가하는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2020년 한해만 약 1조 원의 핀테크 매출액을 발생시키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자 대출을 제공하는 등 대출 분야에도 진출했다. 카카오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간편결제 카카오페이 뿐만 아니라 대리·택시 중개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0년말 기준 신세계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에 예치된 고객 선불충전금은 1,800억 원에 달한다. 독과점이 된 플랫폼 기업의 폐해 사례가 최근 문제가 된 카카오택시, 네이버부동산 등의 사례다. 카카오모빌리티(점유율 80%)는 지난 3월 택시 기사 대상으로 선착순 정액 상품 ‘프로 멤버십’을 출시해 ‘콜 몰아주기’, ‘승차거부 조장’ 등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네이버(점유율 70%)는 부동산정보업체와 재계약을 통해 카카오 등이 부동산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삼성, SK 등 이미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이 유사 은행업까지 영위한다면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서비스로 기존 계열사를 지원하고, 계열사 제품 구매시 금융 혜택을 주어 자사의 종합지급결제업을 키울 수도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맞춤 혜택을 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가 금융소비자 편의를 증진하고, 기존 은행과의 경쟁을 촉진한다면 금융업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재벌들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금융업에 진출한 뒤 남용 가능한 시장지배적 지위,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금융회사가 된 후 심화될 독과점 시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데이터 기업의 데이터 과다수집·결합·판매를 독점의 가장 큰 폐해로 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공적인 영역에 가까우며, 무조건 규제 완화와 혁신이 능사가 아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산업과 혼합된 금융이 독과점화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감내하는 것은 오롯이 금융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금융위는 핀테크(Fintech)·빅테크 등이 디지털금융과 데이터 경제를 연계하게 하여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을 불러오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기존 재벌·플랫폼 대기업들의 금융산업 장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 가속화는 정보격차 및 상대적 경제적 지위의 열위성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불리하던 금융소외계층의 소비·생활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금융위가 참조했다고 하는 해외사례인 EU의 경우 핀테크 관련 전자결제에 관한 개정지침인 “Payment Services Directive 2”의 주요 목적을 유럽 지급시장의 통합, 안전한 결제, 소비자 보호 등으로 밝혔으며, 관련해 ‘소액투자자보호법’, ‘투자자 보호 관련 자산투자법’을 제정하는 등 정책의 목적을 혁신기업의 성장이 아닌 투자자 보호에 맞췄다. 중국 알리페이의 경우 2015년부터 개인신용평가시스템 즈마신용(芝麻信用)을 활용하여 학력·직장·재정 현황, 공과금 납부, 금융거래 이력, 카드 및 대출 연체 기록, SNS 인맥 등과 같은 온라인 개인정보를 통해 대출 이자율, 수수료 등을 차별함으로써 빅브라더 사회의 도래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에 2020년 말부터 중국 시장감독관리 총국이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행한 끝에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https://bit.ly/32NTenW). 금융위는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완화해 혁신 기업을 키우겠다는 허상에서 벗어나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폐해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및 개인정보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우선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을 알리바바처럼 플랫폼과 금융빅테크를 결합한 거대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에만 관심을 쏟아 전금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독과점 방지 장치 마련이 우선, 졸속통과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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