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감위)의 자의적인 지주회사규정 적용 유예가 삼성의 면탈행위 부추켜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임원선임에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이므로, 여전히 회계기준에 따라 지분법 적용해야

어제(16일) 삼성에버랜드는 1/4분기 보고서를 통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평가방법을 기존 지분법에서 원가법으로 변경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6일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이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금융지주회사 규제의 적용을 면탈하기 위한 것이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삼성그룹이 반박한지 불과 2주만의 말바꿈이다.

당시 삼성그룹측은 참여연대에 대해 “이는 전제부터 틀렸다”며 “지분법 적용의 회피를 위해 등기이사 사임을 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과의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어 계속 지분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분기보고서에서는, 기업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에버랜드의 거래가 삼성생명의 입장에서 중요한 거래가 아니므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원가법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참여연대가 지적했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사실상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경제적 실질이 불변인 한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금융지주회사 규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당시 삼성측의 해명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거짓이었음이 이번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드러났다. 아무리 이재용씨의 경영권 세습의 문제가 걸린 사안이라 하더라도,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그룹이 불과 2주 만에 거짓으로 드러날 사안에 대해 눈에 보이는 거짓 변명을 하는 뻔뻔스러움에 할 말을 잊는다.

참여연대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회계처리 문제는 단순히 회계기준 적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삼성그룹이 치밀하게 짜놓은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세습 시나리오가 해피 엔드(Happy End)로 마무리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안이다.

우리는 삼성그룹의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면탈하려는 시도가 정부, 특히 금감위와의 교감 — 최소한 금감위의 묵인 — 하에 이루어졌다는 강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실제로 삼성에버랜드가 규제받지 않은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라는 것이 밝혀진 2004년 4월 이래로 이 문제에 대해 금감위가 보인 태도는 법집행의 자의적 유보(supervisory forbearance)를 통한 노골적인 삼성 편들기에 다름 아니었다.

이는 삼성에버랜드에 대해 ‘1년 내에 지주회사 행위금지조항(공정거래법 제8조의2) 위반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한 공정위의 태도와 비교해 보아도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이는 금융지주회사규정을 면탈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 6%를 금융기관에 신탁하였을 때, 금감위가 끝끝내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은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연 금융지주회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만약 금감위가 공정위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이를 해결하려고 하였다면 삼성그룹측이 오늘날과 같은 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삼성에버랜드의 회계기준 변경은 노무현 정부 들어와 가속되어온 삼성과 정부의 유착의 산물이요 결정판이다.

그러나 개정된 기준에 따라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원가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삼성측의 해명과 달리, 참여연대는 여전히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투자회사가 보유한 피투자회사의 지분이 20% 이하일지라도 지분법을 적용해야 하는 ‘중대한 영향력의 판단기준’으로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임원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이는 ‘피투자회사의 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과거의 규정에 비교한다면 훨씬 포괄적인 규정이다 (개정전 회계기준과 개정후 회계기준의 비교는 별첨자료 1 참고).

즉 현재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상당한 영행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삼성생명의 1대 주주이다.

결국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임원 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은 삼성생명과의 거래규모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지분법으로 평가함이 마땅하다.

결국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여부 논란을 판정할 심판관은 정부, 보다 구체적으로 금감위이다. 따라서 금감위는 이 사안을 ‘회계처리는 외부감사인과 해당 회사가 결정한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로 비켜나가려 해서는 안된다.

이 사건은 단순히 회계처리상 지분법이냐 원가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삼성그룹의 탈법적인 회계처리를 묵인하여, 삼성에버랜드라는 자산 2조원의 비상장 가족회사가 자산 80조의 우리나라 최대 비은행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의 금융지주회사’라는 현실을 눈감아줌으로써 이재용씨가 자산 200조원의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승계하는 것을 방조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더나아가 ‘쥐꼬리’만한 지분을 갖고 있는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험계약자를 비롯한 저축자와 소액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정책목표를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삼성생명 주식의 지분법 평가적용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특히 금감위 – 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의 회계처리 변경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금감위가 회계감리를 통해 명확한 판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지주회사규정을 유효하게 집행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부여한 공정위의 핵심 업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감위의 판단과는 별개로, 공정위 역시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규정 면탈시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여야 할 것이다.

▣ 별첨자료

개정전 회계기준과 개정후 회계기준의 비교

별첨자료 1

개정전 회계기준과 개정후 회계기준의 비교

1. 적용 시점 : 2004.12.31부터 시행하며 2005년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음 (2004년에 조기적용할수 있음)

2. “중대한 영향력의 판단의 근거” 변동내용

– 다음의 경우 지분율이 20%이하인 경우라도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고 본다.

<표 1> 중대한 영향력의 판단기준의 변경

 

* 개정전 회계기준은 원문그대로

** 개정후 회계기준은 요약한 것. 원문은 다음과 같음

6. 투자회사의 피투자회사에 대한 의결권 있는 주식이 20%에 미달하더라도, 투자회사가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피투자회사에 대하여 중대한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A26과 A27)

㈎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이사회 또는 이에 준하는 의사결정기구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임원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 피투자회사의 중요한 거래가 주로 투자회사와 이루어지는 경우

㈒ 피투자회사에게 필수적인 기술정보를 투자회사가 당해 피투자회사에게 제공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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