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대산업개발 주총 안건, 진정한 쇄신과 거리 멀어

기존 경영진 책임지는 모습 부재, 사고 책임 이사 연임시켜

안전 관련 사외이사 미선출 및 ESG 관련 주주제안 안건 불수용해

여론에 마지못한 듯 최소한의 안건만 상정, 미온적 모습 보여

 

어제(3/15)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발표했다. 연이은 대형 건설사고 이후 열리는 만큼 현산의 이번 정기주주총회 안건은 회사가 건설 안전·품질관리에 대한 쇄신에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기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 현산이 내놓은 이사의 선임, 정관의 변경 등의 주주총회 안건은 향후 또다른 부실공사를 방지하도록 회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에는 대체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기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을 연임시키고, 사외이사 중 안전 관리를 전담하고 안전보건위원회에서 활동할 산업안전 및 건설품질 관리 전문가를 뽑지 않은 현산의 미약한 쇄신 의지를 비판한다. 현산은 안전, 품질관리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현산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은 기존 문제이사의 연임에 반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묻고,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이하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안건에는 찬성해야 할 것이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중인 참여연대 또한 소액주주들과 함께 현산 주주총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현산은 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로 유병규·정익희 사내이사, 권인소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이사 선임 안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정몽규 HDC 회장이 두 번의 광주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과 달리 김대철 부회장, 정경구 전무, 하원기 상무 등 기존 사내이사인 경영진의 경우 여전히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및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심각한 부실공사가 그 원인이다. 특히 화정 사고의 경우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무단구조변경, 물탄 콘크리트, 감리 소홀 등 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판명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실 공사에 책임이 있는 기존의 이사들이 물러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검찰은 화정 사고 관련 현장소장 등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어, 기존 이사들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지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번에 연임 안건이 제출된 권인소 사외이사의 경우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로봇·전기공학 분야 전문가로 건설 안전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보기 힘들며, 기존 사고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현산은 기존 경영진이 광주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 발표해야 할 것이다.

 

현산은 지난 2월 현대건설 현장 소장 및 프로젝트 관리·기술담당 임원을 역임한 정익희 부사장을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한 바 있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인선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산 임원이기도 한 정익희 부사장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회사의 안전 및 품질관리에 대해 의견을 내고 전권을 행사할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산이 안전사고를 근절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시장에 보여주려면, 회사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건설 품질관리를 혁신하기 위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해당 이사를 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 현산은 지속가능경영체계에 대한 전문(前文)을 신설하고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는 등의 정관 변경안을 발표했으나 이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 향후 부실공사 방지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조차도 현산이 네덜란드 연기금 APG의 주주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에 그치고, 그 중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부문은 받아들이지 않아,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보여주는 데에 그쳤다. 법령 또는 정관이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이더라도 ESG 관련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때 회사는 ESG 및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보다 내실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에 현산에 ESG 관련 권고적 주주제안권 안건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또한 현산 지배주주인 HDC 등에는 이에 찬성할 것을 촉구한다.

 

7개월 간격으로 일어난 대규모의 건설 사고는 현산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생명 경시한 성과주의, 무책임 경영으로 인한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더이상의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 현산은 필사의 노력을 강구하여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야 하지만 주주총회 안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점을 비판하며, 현산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고, 안전보건위원회 담당 사외이사를 선출하며, ESG 관련 권고적 주주제안권을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간 부실했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이를 즉각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현산은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마지 못해 하는 시늉에 불과한 조치가 아닌,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는 것이고, 나아가 또다른 사고를 방지해 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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