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복수의결권 도입 벤처기업법 반대 서한, 국회 산자위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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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평등 원리 훼손, 대주주 지배력 심화시켜

복수의결권 없이도 종류주식으로 충분히 경영권 방어 가능해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 무너뜨리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 농후
 

  •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이 다수 상정되어 있음. 그러나 정부 및 재계가 내세우고 있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은 실제 벤처기업의 육성 및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법 상 주주평등의 원리를 훼손하고 대주주 지배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한편, 안전장치 하나만 풀어도 재벌 4세 승계의 고속도로 역할을 우려가 매우 높음.  
  • 현재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이 부족한 것은 복수의결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창업 당시 초기자금 확보의 어려움,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에 지나치게 가혹한 사회구조 등임. 오히려 창업 후에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불공정한 경쟁시장이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음.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및 불공정거래행위 문제 해결 등임. 게다가 미국의 경험을 살펴볼 때 벤처기업들이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는 시점은 이미 유니콘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이후 상장 직전이어서 중소벤처 및 유니콘 기업의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도 맞지 않음.  
  • 이에 오늘(11/24)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산자위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복수의결권의 문제점을 산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서한을 제출함. 

▣ 붙임1 : 복수의결권 도입 관련 벤처기업법 반대 서한


 

복수의결권 도입 관련 벤처기업법 반대 서한

 

존경하는 의원님께,

현재 국회에는 ‘대주주의 경영권이 취약하여 기업발전에 필수적인 벤처기업 창업자의 철학과 노하우 등 창업정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비상장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이 다수 발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게 되더라도 벤처기업의 육성 및 성장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여러가지 여건 상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저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복수의결권이 도입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신 의원님께 서면을 통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복수의결권은 상법 상 주주평등의 원리를 훼손합니다. 아시다시피 주식회사의 생활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상법」은 1주 1의결권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법」 제369조(의결권) 제1항은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고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59년간 유지되고 있는 기본 원칙입니다. 즉, 주주는 보유주식 수에 비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한 만큼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의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수의결권이 없어도 벤처기업가는 현재의 상법에 따라서도 충분히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44조의3(의결권의 배제·제한에 관한 종류주식) 제1항에 따르면 회사는 의결권이 없는 종류주식이나 의결권이 제한되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실상 대주주의 의결권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상법」의 근간을 흔드는 벤처기업법의 개정없이도 ‘기업가 정신’의 보호가 가능한 이유입니다.

둘째, 복수의결권은 그렇지 않아도 높은 대주주에 대한 지배력 집중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집중을 발생시킬 수 있어 그들에 의한 사익추구의 위험이 확대되고, 의결권이 희석된 기존주주나 소수주주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본디 「상법」상 이사회 및 주주총회가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지만 한국의 경우 대주주의 입김이 사실상 이들을 넘어서 회사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 사례이며, 이와 관련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본시장법 등 위반으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재벌대기업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정부 안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상장 후에도 3년간 복수의결권의 유예기간을 부여해주기 때문에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에서 상장 후 창업주의 입맛대로 회사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소수주주 권리 보호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복수의결권의 도입은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복수의결권주식은 무능력한 경영진까지 과도하게 보호하여 경영권의 이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이 경우 벤처캐피탈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 등 벤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정부 제출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벤처기업이 벤처기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복수의결권은 유효하도록 하게끔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자칫 과도한 특혜로서 다른 중견·대기업과의 차별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다른 기업, 특히 대기업에까지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확장될 우려가 큽니다. 

또한 복수의결권 정부 제출 개정안에는 상장 후 보통주로 전환하되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후에는 이를 폐지합니다. 즉, 복수의결권은 상장 후 3년 동안까지만 유효하며, 상장한 기업은 3년 후 다시 1주 1의결권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벤처기업들은 해당 벤처기업법을 통해 상장할 유인을 잃게 됩니다. 상장 3년 안에 복수의결권의 효과가 사라진다면 이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IPO 단계에서의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과 ‘지배주주 전횡을 막기 위한 상장 후 복수의결권 폐지’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무리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면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조항을 억지로 넣으려 하다 보니, 모순된 법안이 도출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더 나아가 3년 후 복수의결권이 폐기된다면 이후 따르는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 논리에 힘을 실어주어 복수의결권 유지에 대한 법, 특히 상법 전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 자체를 무너뜨리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많은 복수의결권을 굳이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상황을 시민사회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이에 의원님께서 산자위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데에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 •참여연대•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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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_복수의결권 관련 벤처기업법반대서한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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