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가계부채 관리방안’, 과잉대출 여지 남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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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월 9일(금)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주요 내용’을 확정·발표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급증을 잡기 위해 연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하 “DSR”) 차주별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온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최근 가계대출 규제에 대해 예외규정을 두거나 특정계층에 대해서는 아예 현 대출규제 자체를 완화하는 방향의 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 논의가 급격한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취지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하고, 규제지역 내 대출 완화 검토는 철회해야 한다. 또한 모든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전세보증금반환채무 등도 DSR 산정기준에 포함해 과잉대출과 투기를 막아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상환가능한 수준에서만 대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금융의 원칙에 입각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계대출 규제, 채무자의 상환능력 원칙에 예외 두어선 안돼

 

가계부채 증가가 심각하다는 경고가 계속된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금융협회(IIF),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들이 한국의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특히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폭증해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이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1억원 이상 신용대출에 대한 차주별 DSR(은행 40%, 비은행 60%) 규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한적인 대출규제만으로 빚 규모의 확대와 투기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에 한해 새로운 대출 규제 방안에서 예외로 하겠다는 입장을 넘어 현 규제 대상인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도 풀어준다면, 이는 그간 이어진 가계부채 축소 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므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각종 매체를 통해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의 고액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DSR 규제를 풀고, 현 LTV 기준을 완화해주는 금융정책이 과연 주거권을 확보하지 못한 청년, 서민 무주택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시점에서 대출규제 완화는 부동산투기 흐름과 집값상승을 지속시켜 서민들의 희망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모든 차주에 DSR규제 적용,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 등 포함해야

 

가계부채 증가율을 4%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시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대규모 경제위기로 이어진 2008년 사태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아니라 가계부채 총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현재 연소득대비 부채비율 관리는 금융기관 전체 대출에 대한 평균치로만 관리되고 있고, 차주별 DSR 관리는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대출기준을 더욱 강화해 DSR 규제 대상을 전체 차주로 전면 확대하고, 현재 DSR 산식에서 총부채 부분에 포함되지 않은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와 전세보증금대출, 분양오피스텔 중도금 대출, 할부·리스·카드론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전월세보증금과 소비자신용은 각각 갭투자의 금원으로써, 차주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써 부동산투기와 가계경제 위축을 야기하는 만큼 총부채 산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년·서민 주거권은 장기모기지론, 저렴한 주택공급 정책으로 해결해야

 

지난 1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 증가를 상회하는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는 국가경제와 국민의 살림살이에 실질적인 위험요인으로 떠오른지 오래이고, 과잉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토지를 매입했던 LH 사태에서 보듯 부동산투기와 집값상승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빚내서 집사라’식의 정책을 이제는 과감히 철회해야 한다. 청년, 서민, 무주택자의 주거문제는 과잉대출을 통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으며, 원리금분할상환 형태의 장기모기지론, 토지임대부 방식의 저렴한 분양주택 공급,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 할 사항이다. 정부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아주 제한된 영역에만 국한된 핀셋규제, 광범위한 예외사유 허용으로 부동산 투기가 다시금 활개치도록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대출을 동원해 오늘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미래에 더 큰 문제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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