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저린 조선일보의 ‘오버’

조선닷컴 ‘언론이 삼성 눈치만 본다고? 참여연대 오버하지마!’ 칼럼에 대한 반론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삼성보고서2차. ‘X파일’이 1면에서 사라진 이유 : 삼성, 4대재벌, 그리고 언론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현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인이 과거처럼 편집권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를 일삼는 정치권력이라기보다는 광고나 협찬 등을 매개로 한 거대 재벌이라는 판단 하에 ▲ 한국 언론사의 재무구조, 수익성에 대한 분석 ▲ 4대 재벌의 광고주로서의 위상 ▲ LG상남 및 삼성언론재단의 언론사별 수혜자 내역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우리나라 언론사들, 특히 신문사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경영실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이들 신문사들의 경영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시장에서의 4대 재벌이 차지하는 위상이 점차 상승하여 이들에 대한 광고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광고주인 기업들을 의식하여 언론보도를 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인 처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나간 후 인터넷 신문들과 미디어 오늘을 필두로 한 언론비평지들은 비교적 보고서의 내용들을 충실히 기사화한 반면 방송이나 신문은 몇몇 일간지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사로 다루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닷컴은 주요 언론 중에는 거의 처음으로 삼성보고서와 관련된 진중언 기자의 칼럼 ‘언론이 삼성눈치만 본다고? 참여연대 오버하지마!’를 실었다.

그러나 이 칼럼은 삼성보고서가 다룬 사실과 결론부분들을 왜곡하거나 혹은 내리지도 않은 결론들을 마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논리적 비약을 감행한 후 삼성보고서가 반기업정서, 특정기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독선적인 시각 하에 쓰여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먼저 칼럼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부분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칼럼에는 “참여연대는 방송사는 빼고 유독 신문사만 삼성과 ‘거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왜곡을 한 셈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어디에도 신문과 방송을 구별해서 신문만 ‘거래’를 하고 있다고 쓴 구절은 없다.

오히려 보고서는 일관되게 신문과 방송 모두 광고에 있어 4대 재벌 의존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고 쓰고 있다. 특히 KBS의 경우 광고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완충역할을 해야 할 수신료의 비중은 줄고 있다고 별도 분석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런 판단을 하였는지 칼럼을 쓴 진기자와 통화를 해보니 그 근거로 드는 것이 “‘X파일 ’이 신문1면에서 사라진 이유”라는 제목이다.

그러나 이는 보고서 제목이 갖는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여기서 ‘신문’이란 것이 특정신문, 특정 방송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전반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을 삼성보고서를 읽어보면, 아니 읽어보지 않고 제목만 읽어보아도 알 수 있다. 삼성보고서의 제목은 ‘X파일 ’이 신문1면에서 사라진 이유: 삼성, 4대 재벌, 그리고 언론에 관한 보고서이다 ” 진 기자 말대로 하면 언론이 아니라 ‘신문’에 관한 보고서야 맞지 않은가.

다음으로 칼럼에서 진 기자가 눈길이 갔다고 한 조선일보의 경영상황에 대해. 필자는 조선일보는 단기부채비율도 낮고, 전체 광고수익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가장 낮다고 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조선일보가 광고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고서에 실려 있으나 진기자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칼럼에서 인용하지 않은 수익성과 관련된 지표들은 조선일보의 경우도 삼성, 더 나아가 4대 재벌로 상징되는 광고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4년 조선일보는 영업손실 상황이었으며 매출액 순이익율의 경우 조선은 0.48%로 국민일보(9.36%), 세계(16.76%)보다도 못하다. 현재 재무상황이 건전하다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나지 않은 회사가 영업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광고의 변동에 민감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것은 어려운 회계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다.

다시 강조하건데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은 현재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있어 광고주인 기업들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고 이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결론중 하나이다.

이번에는 칼럼의 논리의 비약, 견강부회(牽强附會)에 대해. 칼럼은 보고서가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을 보여준 뒤 그러니 X 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것 아니냐는 논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언론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고, 삼성의 광고비 지출이 많다고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필자도 삼성보고서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만약 광고를 위해 기사를 흥정하고, 논조를 바꾸는 곳이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언론이겠는가.

사실 칼럼의 필자가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이라고 폄훼한 부분이 삼성보고서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이다. 그동안 많은 기사들이 개별기업이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와 논조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들을 다루어 이를 통해 재벌-언론의 유착관계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삼성보고서는 이러한 단순논리를 지양하고 왜 우리 언론이 광고주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가와 관련된 객관적인 조건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삼성보고서가 서두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우리는 언론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 섣불리 답을 내려고 하지 않았고 이러한 실증적 방법을 통해 이를 접근하기로 하였던 것이다.(삼성보고서 3면)

따라서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한 삼성보고서의 분석이 미흡하다는 비판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만 논리의 비약, 견강부회라는 표현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이른바 반기업적 정서에 손쉽게 편승하려고 했다면 개별 기업의 연도별 광고지출 내역과 각 언론사의 재무상황을 분석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삼성보고서의 주장을 비판하는 진 기자의 칼럼이 논리의 비약과 견강부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왜 삼성보고서가 하지도 않은 분석(참여연대는 방송사는 빼고 유독 신문사만 삼성과 ‘거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왜곡을 한 셈)과 내리지도 않은 결론(언론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고, 삼성의 광고비 지출이 많다고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을 갖고 이토록 격정적인 칼럼을 썼는가라는 점이다.

필자는 물론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이 기사에 달린 한 네티즌의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고서 그 이유를 추론해볼 뿐이다. (이럴 때 “도둑이 제발 저리다”라는 표현이 제격.)

마지막으로 진기자의 “시민단체가 권력이 되 너무도 편하게, 고민 없이 발언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화답하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의 칼날은 진 기자와 언론인들에게도 향해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언론 역시 이미 권력이 되 너무도 편하게 고민없이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았는가.

10월 21일에 게재된 진중언 기자의 [chosun.com 생각] 전문

언론이 삼성 눈치만 본다고? 참여연대, 오버하지 마!

지난 17일 참여연대는 삼성보고서 시리즈 2탄으로 ‘X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이유’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뒤늦게 보고서를 구해 읽어보니, 단순 명료한 제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X파일’을 입수한 MBC보다도 먼저, 그 불법 테이프의 존재와 불법도청의 부도덕함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던 조선일보의 기자로선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이 보고서는 삼성 등 재벌기업이 광고비 지출과 언론인 연수 지원 등 돈으로 언론사를 ‘관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참여연대는 “우리 언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재벌, 특히 삼성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왜곡하는가”라고 물었다.

참여연대는 그에 대한 근거로 우선 삼성의 광고비 지출을 들었다. 참여연대는 삼성, SK, LG, 현대 등 4대 재벌 중 유독 삼성만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광고비 지출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단일 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광고비(1952억 원)를 지출한 삼성전자와 단일 상품으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애니콜(65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삼성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언론과 재벌 사이의 연결고리로 삼성언론재단 등을 통해 언론인들이 연수를 간 내역도 공개했다.

삼성은 대한민국 수출의 22%, 세수(稅收)의 8%,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 상장기업 매출의 15%와 이익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모 1위의 기업이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참여연대는 이어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매출액 추이 등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일간지들의 경영지표를 공개했다. 참여연대는 “외환위기 이후의 경영실적 악화로 대다수의 신문사들이 광고주인 기업들을 의식하여 지면을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해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기자는 우선 조선일보 항목에 눈길이 갔다. 조선일보의 2004년도 부채비율은 34.8%로 13개 신문사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 않았다. 단기채무에 대한 지급능력을 알 수 있는 지표로 이론상 200% 이상을 이상적인 상태로 보는 유동비율에서도 조선일보(439%)만이 양호한 상태였다. 2004년 조선일보의 전체 광고 수익 중 삼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언론사들 중 가장 낮았다.

참여연대도 이런 점은 인정했다. 오히려 이른바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일부 신문의 삼성 광고 비율은 10%대로 조선·동아·중앙일보보다 2~3배 더 높았다. 방송의 경우 SBS, KBS, MBC 순으로 삼성 광고가 많았다. 2004년 방송 3사의 삼성 광고비는 약 1763억원으로 13개 주요 일간지의 신문광고비 전체(119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참여연대 보고서 제목에는 ‘신문1면’만 언급했다. 참여연대는 방송사는 빼고 유독 신문사만 삼성과 ‘거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왜곡을 한 셈이다.

각 언론사들의 경영 지표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13개 중앙일간지 중 5개는 자본잠식 상태였고, 참여연대는 “상당수가 채무불이행 위험(default risk)을 안고 있다”고 했다.

조선·문화일보를 제외한 11개의 신문사는 유동비율이 100% 미만으로서,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언론개혁’을 앞장 서서 주장하는 한 신문은 2004년 삼성생명에 75억원의 단기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X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이유’라는 참여연대의 보고서에는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 이른바 ‘X파일’ 관련 기사가 삼성 때문에 보도되지 않는다고 할 만한 구체적인 실증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 삼성의 광고비 지출 내역과 언론인 연수 상황, 신문사의 경영 지표들을 보여준 뒤, ‘그러니 X파일이 신문 1면에서 사라진 것 아니냐’고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논리의 비약, 참여연대의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닌가? 일부 정치인이 뇌물을 받았다고 치자. 참여연대가 특정 정치인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정치인은 뇌물받는 사람들’이란 성명서를 낼 수 있는가?

언론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고, 삼성의 광고비 지출이 많다고 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다. 언론사가 삼성의 광고를 싣는다고, 기자들이 삼성언론재단을 통해 연수를 간다고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뉴스의 가치 판단과 보도 여부의 선택은 엄연히 언론사의 몫이고, 그 결과에 대한 심판은 소비자가 한다. 특정 기업이나 광고비 때문에 언론이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먼저 독자나 시청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자극적인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해당 언론의 자정 능력이 먼저 발동할 것이다. 참여연대의 이번 보고서는 반 기업정서, 특정 기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독선적인 시각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참여연대는 그 동안 용기 있는 지적들을 해 왔고, 시민단체로서 한국사회를 위한 많은 충고를 해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어느 틈에 그들도 또 하나의 권력이 돼 너무도 편하게, 고민 없이 발언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혹시 아닌가 걱정된다.

한편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참여연대는 특정 보도에 대해 삼성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삼성과 언론과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들만 리포트에 실었다. 판단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의 몫이며, 제목은 하나의 비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한수(경제개혁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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