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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22.03.17
  • 396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최근(3/14)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행장(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DLF 불완전판매’로 인해 받은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입금액 1,837억원 상당의 886건이 모두 적합성 원칙이나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등을 위반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함을 인정했다. 나아가 하나은행과 함 전 행장 등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 따른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하나은행이 DLF의 투자대상인 DLS 발행사(하나금융투자, 소시에테제네랄)로부터 약 1,950만원 상당의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수령했다는 징계사유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임원진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보아, 징계 수위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법원,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으로 인한 DLF 불완전판매 초래 인정

손태승 항소심도 1심 판결의 잘못된 법리 해석 바로 잡아야 

 

이번 판결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 특히, 주요 쟁점이 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의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에 관한 판단은 내부통제의 기능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같은 법원과 심급(1심)의 판단이긴 하나, 이번 판결은 앞서 나왔던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 징계처분 취소 판결(이하 ‘손태승 판결’)의 잘못된 판단을 사실상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손태승 판결은 내부통제에 관한 금융사지배구조법 하위법령을 금융사가 내부통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법정사항’과 ‘이외 사항’으로 구분한 뒤, 법정사항이 아닌 내부통제 관련 규정은 주로 내부통제 ‘운영’에 관한 것이므로, 동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곧바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손태승 판결은 법령이 정한 내부통제의 주요사항을 임의로 ‘법정사항’에서 제외함으로써 손 전 행장에게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다. 반면, 이번 함영주 판결은 위와 같은 구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손태승 판결이 법정사항에서 제외한 시행령 위임규정(제19조 제1항 제13호)도 법령의 연혁이나 취지를 따져 ‘법정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에 관한 감독규정(제11조 제1항, [별표2])은 ‘법정사항’에 관한 시행령 조항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이를 위반함으로써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된다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법령을 위반한 실효성 없는 내부통제는 단순히 내부통제 ‘운영’의 결함이 아니라,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기초해, 이번 판결은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었고, 준법감시인 제도도 형식적으로만 운영됐다고 판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관련 의무를 실질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지난 손태승 판결보다 진일보한 판결이지만 아직도 문제점은 남는다. 이번 판결 역시 내부통제의 ‘운영’과 ‘마련’을 구분하는 접근 방식 자체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분은 그것 자체가 매우 작위적일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업무의 실질이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법원이 금융감독 당국의 행위를 재단하는 기준이 너무나 편협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금융감독 당국의 피규제자에 대한 제재를 오직 “불이익한 행정 처분”의 관점에서만 판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융업을 영위하고 금융회사를 경영하는 행위는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누리는 당연한 기본권이 아니라 “적격성(fit and proper)을 보유한 자”만이 감독당국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허락을 얻은 후 비로소 영위할 수 있는 특권에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회사 또는 그 경영자에 대한 제재는 표면적으로 불이익한 행정 처분의 표상을 가지고 있으나, 그 깊은 이면에는 ‘제한적으로 부여한 특권의 회수’라는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적격성을 인정하기 위해서 어떤 기준을 요구할 것인가의 구체적 측면은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감독 당국의 재량에 맡기고 있고, 금융회사 또는 그 경영자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해당 적격성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법원이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규제자의 재량적 판단을 존중하는 소위 셰브론 원칙(Chevron Doctrine)은 이런 정황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에 관해서는 향후 대법원이 금융감독의 기본 구조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례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함 부회장은 즉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사퇴해야 마땅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회장 후보 추천을 철회하고, 불응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반드시 반대 의결권 행사해야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정기주총 소집 공고의 정정을 통해 이번 판결을 알림과 동시에 “본 판결에 대하여는 항소 예정이고,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이므로 본 판결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 공시는 명백한 부실공시이다. 징계처분이 현재는 집행정지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함영주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정지를 재신청하고, 나아가 법원으로부터 인용을 받아야만 징계처분의 효력이 항소심 동안에도 계속 정지될 수 있다. 만약 재신청한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처분의 집행부정지 원칙(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문책경고는 그대로 효력을 발생한다. 이 경우, 함영주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제5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문책경고일인 2020. 3. 5.부터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즉, 이번 주총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더라도, 재차 집행정지가 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임원 결격사유가 존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즉시 부실공시를 정정해, 이 같은 사정까지 모두 주주들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거래소도 하나금융지주의 부실공시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이번 판결에서 하나은행과 주요 임원에 대한 징계가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DLF 불완전판매로 드러난 구조적 결함과 그로 인한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가 사라지진 않는다. 나아가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당시 행장이었던 함영주에게 있다. 게다가 함 후보는 채용비리로 인한 업무방해, 남녀 차별적 채용으로 인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비록 함 후보는 지난 3/11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하나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은 행장이었던 함영주에게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함영주 회장 선임 강행은 사실상 법원의 판결은 무시하는 것이고, 최고경영자로 인한 법률상, 경영상 위험을 회사와 주주, 나아가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회사이익과 주주가치, 금융소비자 권익보다 경영진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무책임한 결정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함 부회장은 마땅히 즉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사퇴하고, 현 이사회 역시 함 부회장의 후보 직 사퇴를 처리한 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남이 마땅하다. 만약 현 이사회가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을 강행한다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함영주를 비롯해 재선임을 시도하는 모든 이사들에 대하여 반대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한국YMCA전국연맹

 

 

공동성명[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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