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점 드러낸 금융회사 주총 결과 규탄

금융호사 지배구조 문제 여실히 드러낸 금융회사 주총결과

지난 3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4대 금융지주회사(KB, 신한, 하나, 우리)의 주주총회가 마무리 되었다. 그 결과는 경영진을 옹호하고, 자격 논란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었다.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로 경영진과 사외이사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문제제기와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권고가 있었음에도, 4대 금융지주회사 이사회는 서로의 비리 행위를 덮어주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점 여실히 드러낸 금융회사 주주총회 결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회장 등 경영진의 잘못으로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소홀 등 기본적인 경영진 견제 역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총은 이들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은 채 재선임을 강행하였다. 세계 최대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에 대하여 ‘감시 의무 소홀’을 이유로 재선임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으나, 두 금융사는 이를 모두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선임을 강행하였다. 이사회 전체가 고개 숙여 사과해도 모자랄 판국에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사모펀드, 채용비리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 없이 경영진 선임과 사외이사 재선임 강행한 것은 금융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

특히 지난 24일 시민사회단체와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신한금융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반대 기자회견 후, 주총 본회의장에 입장하려고 하였으나 신한금융 측은 만석을 핑계로 본회의장 입장을 막았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이날 주총에 참석하여 ‘사모펀드 피해 구제 방안과 주주가치 하락에 대한 개선 방안’을 질의하려고 했으나, 신한금융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박탈당하였다. 비판의견을 개진할 입을 막는 신한금융의 폭력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0년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희석화 뿐만 아니라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권고나 국민연금의 반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호적인 이사 및 주주관리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비판이 있다. 신한금융이 이번 주총에서 뒤늦게나마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식소각(3천억 원) 등 주주환원정책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나 지금까지 귀책에 비추어보면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채용청탁과 성차별 채용까지 자행한 신한은행은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와 피해구제에 소극적이며, 사모펀드 피해자 구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사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경영진 방패막이로 전락한 이사회, 근본적 개선 필요해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후안무치하게도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의 최종책임자인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였다. 함영주 부회장은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되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DLF불완전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으로 징계를 받는 등 사모펀드 사태의 최종책임자로서 전례 없는 사법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미 세계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채용비리와 DLF불완전판매 관련 재판이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표명하였고,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도 일제히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전례 없는 CEO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연금공단이 전례(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선임 반대)와 다르게 수탁자 책임원칙을 위반하고 회장 선임 안건에 찬성하였고, 그 덕분에 자격 없는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에 선임되는 비상식적인 결과를 낳았다. 하나금융지주와 국민연금공단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1월 대법원이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하여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으나, KB국민은행은 지금까지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이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이후 법률검토 끝에 부정입사자를 채용 취소하고, 피해 인원만큼 특별채용을 실시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주총회에서 피해구제 방안에 대한 세심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하지만, KB금융 이사회는 이를 모두 외면하였다. 따라서 KB국민은행은 지금이라도 실무적으로 우리은행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하여, 채용비리 피해 구제에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4대 금융지주회사뿐만 아니라 기업은행도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하였지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기업은행 주주이자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도 주주총회에 참석하였으며, 10여 명의 주주들 중 기업은행이 선별한 2명의 임원만 주총장에 참석하여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주주총회 결의로 사기펀드 피해자 배상을 결정하자”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윤종원 행장은 은행의 평판리스크 및 신뢰 회복을 위한 주주들의 요청을 외면하고 형식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후 회의를 종료하였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낙하산 행장의 오명을 안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에게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윤종원 행장의 퇴임 또는 해임을 요구할 뜻을 모았다.

KB증권과 NH증권 제재 미룬 금융위, 봐주기로 사모펀드 책임자들 연임 가능하게 해  

또한 금융위원회가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사모펀드 책임자가 연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KB증권 박경림 대표는 라임사태 책임이 있음에도 올해 연임에 성공했고, 옵티머스펀드 사기판매로 계약취소 결정까지 받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도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회사의 임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를 위반하여 내부통제기준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5조에 따라 금융감독원장이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다.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 지난 2020년 DLF불완전판매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즉각 내린 바 있다. 따라서 금융위원회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봐주기를 중단하고 즉각 징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번 금융지주회사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거수기를 넘어 사실상 ‘경영진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현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이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참호를 구축하고 이사들은 경영진에게 포획당한 탓이다. 금융지주사는 계열사 인수와 대형화로 인하여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고, 최고 경영진의 책무도 그만큼 막중해졌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마치 재벌 총수처럼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연임을 통한 장기집권으로 재벌 오너를 능가하는 ‘황제경영’을 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권한은 포괄적인 반면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제재는 미비하기 때문에,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직결된다는 것이 사모펀드와 채용비리 사태로 이미 증명되었다. 

금융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 해결 위해서는 검찰 기소 시 CEO 직무 배제, 견제기능 상실한 사외이사 재선임 제한 및 공익이사제 등 강력한 조치 필요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금융민주화에 대한 사회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독단적 행태를 보인 금융지주회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이번 주총을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철저히 따지고, 검찰 기소 시 CEO에 대한 직무배제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공익이사 선임 등 독단적인 황제경영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2. 3. 29.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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