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경제 교과 개정 시안, 헌법 상 경제 원리에 어긋나

고등학교 경제 교과 개정 시안, 헌법 상 경제 원리에 어긋나

 
시장 원리만을 강조하고 정부역할 및 노동 보호에 대한 내용은 축소
교육과정 개정안, 경제 과목의 목표에도 헌법 정신에도 부합치 않아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9일(토) ‘2011 사회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안 개발 연구’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초등ㆍ중학교 및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의 교육과정 개정 시안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시된 시안 중 고등학교 경제 과목의 경우, 시장의 기능과 원리에 대한 부분은 강조되었음에도 시장 실패 및 정부의 역할 및 개입 부분은 2009 교육과정에 비해 대폭 축소되거나 삭제되었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에 대한 존중의 내용 등 노동에 대한 부분은 아예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임금의 경우에도 그 사실이 일부 왜곡되어 있었다. 따라서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이번 개정 시안은 이번 고등학교 경제 과목의 개정 목표에도 맞지 않고, 한국 사회의 최고 규범이자 합의의 틀인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고등학교 경제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된 개정 시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경제 과목은 총 6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할 만 한 점은 지난 2009교육과정에 있었던 ‘시장 기능의 한계와 정부의 개입’ 영역이 삭제되고 내용도 대폭 줄어들어 ‘시장과 경제활동’ 영역에 일부만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시장 기능의 한계와 정부의 개입’ 영역 대신 ‘경제생활과 금융’이라는 영역이 신설되었는데 개인의 자산관리 및 금융상품의 특성 등이 그 내용을 구성하고 있었다. 또한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대한 부분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간 ‘법과 사회’ 과목에 포함되었던 소비자법과 노동법에 대한 부분도 이번 2011 사회교육과정 개정 시안에서는 어느 과목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일 뿐이고 시장 경제는 정부의 역할 및 사회 제도에 따라 개별 국가마다 그 모습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기능과 원리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 하면서도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대폭 축소한다면 ‘현실 경제의 다양한 현상과 경제사회의 변동을 파악’한다는 이번 개정 시안의 교과 목표에 결코 부합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이 전통적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노동의 상품화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임금은 단지 수요와 공급 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이 역시 개별 국가 혹은 사회 마다 결정 과정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는 바, 이 또한 해당 과목의 목표에 부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경제생활과 금융’ 부분에 있어서도 개인의 자산관리 및 금융상품의 특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금융은 일차적으로 화폐발행, 지급결제 기능 등을 포함한 사회적 중요 인프라에 해당한다. 따라서 다음세대가 배워야 할 것은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고, 금융의 공공적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과정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교육이나 금융을 통한 자산관리 방법도 일부 배우는 것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의 공공적 기능 보다 금융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비교해 자산관리를 적절히 하는 것이 경제 교과 목표에서 밝히고 있는 ‘경제 주체로서 갖추어야 할 경제 가치 및 태도’에 더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교육 과정 개정 시안은 우리 사회의 합의의 틀인 헌법의 경제조항에도 부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헌법 제119조는 자유국가원리(시장원리)만이 아니라 사회복지국가원리(정부가 경제민주화, 경제약자 보호를 위하여 시장에 개입하여 규제와 조정을 시행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경제운용 원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우리 경제 원리에 관한 판례(헌재 1989. 12. 22. 88헌가13)도 이와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의 경제의 장 편에서는 토지공개념(122조), 중소기업(중소상인)·농어촌 보호, 소비자보호 등 경제적 약자 보호에 관한 조항, 지역균형개발 등 시장원리를 수정보완하는 경제 원리를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제31조 이하에서는 앞부분의 19세기형의 자유국가원리(시장자율과 사적자치를 강조하는)에 따른 자유권적 기본권인 재산권 등외에 최저임금 보장, 고용ㆍ임금에서의 부당한 차별 금지 등 근로의 권리, 노동3권, 주거권, 환경권 등의 사회적 기본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고등학교 경제 교과 개정안에서 시장의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시장 실패와 정부 개입 부분은 대폭 축소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에 대한 존중 등 노동에 관한 내용은 아예 빠져 있는 것은 헌법 상 경제 원리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경제 과목의 개정 시안은 해당 과목의 목표에도,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불어 이번에 개발진으로 참여한 김진영 강원대 교수는 지난 2007년 재계 편향 논란이 일었던 ‘전경련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어 중립적 시각을 견지해야 할 교육과정 개정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정책연구용역사업단이 각계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여 고등학교 경제 교과 개정의 내용을 재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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