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법개정 취지 무너뜨린 민주당의 ‘생색내기용’ 상법 개정안

법개정 취지 무너뜨린 민주당의 ‘생색내기용’ 상법 개정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개별’ 3% 제한, 법개정 취지 몰각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 무력화하고 기업의 편법 조장할 우려 커

야당 반대 핑계 대기도 어려워, 오롯이 재계에 굴복한 민주당 책임

 

오늘(1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소위원회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개별’ 3%로 제한하고 다중대표소송제의 원고요건을 비상장회사 1%, 상장회사 0.5%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었다.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 안은 내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이 상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본인들이 소속의원 전원의 명의로 공동발의한 안에도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법무부가 제출한 안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후퇴시킨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민주당이 재계의 압력에 굴복해 이와 같은 ‘생색내기용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민주당은 ‘재계 눈치보기용’, ‘생색내기용’ 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최소한 정부안에 준하는 수준의 안을 재추진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주주로부터 이사회 감사위원과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와 ‘소수주주 및 일반주주들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마련’에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이 기업 이사회를 장악해 온갖 불법행위와 일감몰아주기 등을 저지르면서도 감사위원이나 소수주주로부터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았다. 결국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이 큰 손해를 입더라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회사와 주주들, 심지어 국민연금이 떠안는 일이 반복되었고 이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투자시장에서도 저평가받는 요인이 되었다. 그렇기에 더욱 정부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 더 후퇴할 것도 양보할 것도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계의 압력에 굴복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에서 ‘개별’ 3%로 후퇴시킴으로써 사실상 독립적인 감사위원의 선임을 무력화하고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적인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실상 길을 열어주었다.

 

김대중 정부 이래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재계가 반대하면 법은 개정하되 정관을 통해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는 등의 타협으로  제도개혁을 무력화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왔다.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하자 민주당은 당시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을 포함한 122인 의원의 공동발의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1인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가 한 걸음 후퇴한 상법개정안을 제안하더니, 이번 정기국회를 거치면서는 아예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통한 총수일가 견제’라는 상법 개정의 효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추진된 것이다. 민주당이 줄곧 개혁입법의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로 야당의 반대를 들었지만 이번 안건조정소위 과정에 국민의힘 측 위원이 불참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상법 개정안 후퇴의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의 이번 ‘반에 반쪽짜리 상법개정안 추진’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열망하던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배신하고 재계에 무릎을 꿇고마는 일이다. 만약 이러한 실효성 없는 상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고 나서도 ‘개혁입법 완수’, ‘공정경제’를 운운한다면 민주당은 염치도 없고 개혁의지도 없는 ‘무능거대여당’에 다름 아니다. 아직 본회의가 하루 남은만큼 민주당은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스스로 타협한 상법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최소한 정부안에 준하는 수준, 나아가 2016년에 본인들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수준의 안을 재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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