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 일벌백계해야

법적 근거 없고 무능한 준법위, 이재용 형량 감경 사유 될 수 없어
승계위한 이재용 개인 범죄, 기업범죄 치료적 사법과 거리 멀어
‘3·5 법칙’ 되풀이 안돼, 총수 아닌 독립적 이사회가 경영 전담해야

 

오는 1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주지하다시피 2019년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말들 또는 그 구입대금 관련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위반(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뇌물공여 및 특경법(횡령) 부분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여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정된 횡령 및 뇌물공여액은 각각 70억 원, 86억 원에 달한다. 이 경우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2020년 12월 30일 특검은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 9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2020년 1월부터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출범함에 따라, 삼성은 마치 준법위의 활동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량이 감형될 수도 있다는 식의 여론을 지속적으로 조성해왔다. 이는 국정농단 재판의 본질을 흐리는 언어도단의 작태이다. 참여연대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이 법적 근거없는 기구인 준법위를 설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회장의 형량을 감량해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공정한 법치국가의 법원으로서 이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판결할 것을 촉구한다.

준법위 출범 당시 정준영 재판장은 “기업범죄의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법원이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라며, “양형 심리 관련해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 여부에 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인용한 미국 연방법원 양형기준 제8장은 ‘사람’이 아닌 ‘기업’에 대한 양형기준이며,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 감경 사유로 적용될 수도 없다. 정준영 재판부가 말하는 ‘치료적 사법’은 소수자와 약자, 미성년 등의 범죄 재발을 위한 것으로 정경유착 범죄를 저지른 이재용 부회장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이 부회장의 범죄는 어디까지나 삼성그룹을 ‘저렴하게’ 승계받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정치권력에게 뇌물을 제공한 개인적 범죄로, 기업범죄를 대상으로 한 해당 미국법과는 아예 취지를 달리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러한 준법위를 빌미로 이 부회장에게 선처를 내릴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면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준법위는 출범 당시부터 그 실질적 역할 기능 및 설립 근거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책임도 없는 외부 비상설기구인 준법위가 삼성의 내부 쇄신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이는 최근 준법위 관련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에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분식회계, 차명계좌 등과 연관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증권의 가입에 대해 위원들이 이를 공론화하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동안 준법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준법감시제도가 10개월이나 넘게 운영되었지만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에 대한 점검작업이 수행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이 부회장과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의 관여와 삼성물산 경영진의 합병 관련 배임행위에 대해서도 준법위는 사실관계 파악을 포함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즉, 준법위는 출범 초기의 미사여구와는 달리 회사의 유사한 위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에 있어서 완전히 무능한 조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양형 판단에서 유리한 인자로 작용해서는 안됨을 낱낱이 보여주는 증거이다.

지금까지 재벌총수들은 회사에 대한 횡령액이 아무리 많아도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하에 소위 ‘3·5 법칙’으로 집행유예를 받아왔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2006년 2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유죄 판결,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5조 원 차명계좌 수사 결과 발표 등 그룹 차원의 범죄행각이 밝혀질 때마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설립, 차명재산 사회 환원 등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해 쇄신을 약속했으나, 그동안 삼성은 변하지 않았고 총수의 처벌만 면했을 뿐이다. 이번 준법위 또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다. 이 부회장은 더이상 거짓으로 점철된 행각을 중단하고 국민 앞에 그동안의 죗값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다. 총수가 없이는 기업 경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회사의 경영은 독립적인 이사회가 전담해야 하며, 기업지배구조는 투명해야 한다. 삼성의 경우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삼성물산 불법합병 당시 허수아비 이사회가 총수의 입맛에 맞는 합병 비율에 전원 찬성하여 회사에 오히려 손해를 끼친 바 있다. 이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를 고려하여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촛불의 힘으로 시작된 국정농단의 마지막 재판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참여연대는 시작과 끝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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