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찰은 왜 ‘신한 사태’ 앞에서 작아지는가?

[왜냐면] 검찰은 왜 ‘신한 사태’ 앞에서 작아지는가?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대형 경제범죄와 기업 비리를 전담하는 최고의 수사기관이다. 불법과 비리에 연루된 기업인들에게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이곳에서 지금 이른바 ‘신한 사태’ 관련 수사를 맡고 있다. 2010년부터 불거진 신한 사태는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사건이다. 금융회사 경영진이 개입된 불법과 비리를 처단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고 자칫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직접 고발을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무엇 때문인지 검찰의 신한 수사는 장기간 오리무중에 빠져 있다. 신한 사태를 고발한 당사자로서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같고, 또 기소 여부는 언제 결정한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시작은 그럴듯했다. 2014년 11월 말 서울지검 공조부는 신한 사태 고발인인 필자를 두차례나 불러 ‘강도 높게’ 조사를 했다. 다른 참고인들도 여러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정작 신한 사태의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나 기소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신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 2010년 9월이니 5년이 되도록, 그리고 경제개혁연대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등을 고발한 것이 2013년 2월의 일이니 그때로부터 치면 2년 반이 지나도록 검찰에서 내놓은 것은 없다. 거기에다 2010년 신한 사태 당시 라응찬 회장-이백순 행장 측근들의 내부 공작과 고객정보 불법 조회 정황을 보여주는, 이른바 ‘신한은행 비대위’ 문건을 참여연대가 폭로하고 고발(2014년 10월14일)한 지 열달이 돼 가지만, 들려온 소식이라고는 라응찬 전 회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부다.

의지만 있으면 검찰은 무엇이 진실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쪽에 3억원이 넘어간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널려 있다. 줬다는 사람도 있고 봤다는 사람도 있다. 연루된 당사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만 살펴보더라도 사실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라응찬 전 회장의 온갖 불법 비리 의혹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매 환자라고 소환조차 하지 않다가 라응찬 전 회장이 농심 사외이사로 선임돼 큰 파문이 일자 부랴부랴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솔직히 민망하지 않은가?

2010년 발생한 신한금융 내부의 공작과 모략은 지금까지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문제제기를 통해서도 여러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라응찬 신한지주회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이 주도해 신상훈 신한지주회사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사실상 무고나 다름없는 기획 고소를 강행했다. 물론 1, 2심 재판을 통해 고소 내용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신한 쪽은 억지 증거 수집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불법적으로 계좌추적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중대 범죄 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도 금융감독기관은 ‘솜방망이 징계’, 검찰은 ‘봐주기 수사’로 끝내려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응찬 전 회장이 20개가 넘는 차명계좌로 거액의 비자금을 운용해왔고, 또 이 돈의 일부로 자기 회사 주식을 거래한 증거까지 나왔다. 검찰은 이 부분 수사도 미적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신한 사태와 라응찬 전 회장 관련 불법행위들은 2013년 금감원 감사를 통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불법·비리에 가담한 인사들이 처벌은커녕 지금도 두루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그 자체로 사회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기본 질서와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건전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이다. 왜 검찰은 신한 사태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작아지는가. 신한 사태 비호와 신한은행-성완종 커넥션의 배후에 전·현직 정권의 실세들이 있어서 그런 것인가.

 

한겨레 신문 기사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005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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