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참여연대 공동기획] ‘3세 승계, 법 위의 삼성과 결별하라’ 4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을 통해 정점에 접어든 상황에서,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는 ‘3세 승계, 법위의 삼성과 결별하라’라는 주제로 공동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5편에 걸친 기획기사는 삼성그룹 스스로의 경쟁력, 국민경제의 이해, 시민적 상식 그리고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 삼성이 과거 어두운 유산과 단절할 것을 요구합니다. 직업병 및 노동권 문제도 ‘법 위의 삼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주제이지만 이번 기획에서는 제외됐습니다. 4편은 삼성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의 심화와 불법.편법적 승계가 국민경제와 한국사회에 미치는 문제를 짚습니다.

 

 

'삼성발' 경제위기, 삼성생명 끊어야 막는다

[3세 승계, '법 위의 삼성'과 결별하라④] 삼성 경제력 집중은 '혁신형 성장'에 걸림돌

 

삼성재벌 총수일가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금산(금융-산업자본) 복합 구조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동시에 지배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합병 비율 문제도 결국 이러한 금산복합재벌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지배권을 승계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

 

2015년 6월 현재 삼성재벌은 15개의 금융 계열사와 55개의 비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1위 대규모기업집단이다. 삼성재벌 총수일가는 전체 그룹 주식의 약 3%만을 보유하고 있으나,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핵심적 금산복합 출자와 이들 핵심기업들을 둘러싼 순환출자를 통해, 전체 70개 계열사에 대해 견제 받지 않는 황제 경영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계열사들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이용해, 삼성재벌 총수일가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3세 세습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삼성 경제력 집중은 '혁신형 성장'에 걸림돌

 

문제는 삼성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의 심화와 불법·편법적 승계가 국민경제와 한국사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도상기에 '정부주도-재벌위주' 성장 전략은 금융시장 및 부품시장이 사실상 부재하였고 모방형 성장 전략이 효율적이었던 상황에서 한국 경제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되고 모방형 성장에서 혁신형 성장으로 이행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볼 때, 재벌에 의한, 특히 삼성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폐해는 인적자원 배분의 왜곡과 기술혁신의 저해에서부터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마저 위협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못 느끼는 문제인 이유이기도 하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재벌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로 인해, 청년들은 자수성가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자가 되거나 이에 필적한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꿀 수가 없게 되었다. 당연히 청년들은 혁신가와 경영자의 길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공공부문의 일자리,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선호하게 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계열사 간 극심한 내부거래는 혁신의 기회마저 도전 기업에게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부품 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재벌 세습은 작은 종잣돈으로 종자기업을 지배하고, 부당한 내부거래와 계열사 출자 그리고 상장 등을 통해 종자기업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이 종자기업 중심으로 재벌의 출자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세습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근본이 되는 재산권, 법의 지배, 주식회사제도 등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 예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삼성재벌의 세습과정이다. 이재용 등 3세의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와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인수부터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의 상장 과정에서 이재용은 증여 받은 50억여 원을 2천 배 정도 부려 약 10조 원대 주식 부자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이른바 삼성특검 재판에서 삼성SDS BW 저가 배당과 세금 포탈 등의 범법 행위로 유죄를 선고 받았으나, 집행유예와 신속한 사면복권으로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재벌의 진면목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과정과 결과는 삼성재벌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라는 한국 최대의 제조업체와 비은행금융기관을 동시에 지배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을 이용한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는 삼성생명이라는 보험회사가 삼성전자라는 특정 기업의 경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삼성재벌을 위한 예외적 입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그 보유 금액이 보험회사 총자산 혹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두는 것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적시에 계약자에게 지급하려면 자산운용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시가'를 기준으로,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은행, 저축은행 또는 금융투자업자 등 다른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주식 등은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국내 다른 법령이나 외국의 보험업법과 비교해 보면, 삼성재벌 총수일가를 위한 특별 입법임이 분명하다(관련기사: [카드뉴스] '삼성생명법', 임시국회 통과할까).

 

1997년 외환위기보다 무서운 삼성발 경제위기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를 위해 생명회사의 자산 운용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의 과도한 보유는 '삼성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근본적 혁신은 도전 기업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경제학의 이론과 근본적 혁신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IT(정보기술)산업에서의 경험은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처럼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의 몰락은 삼성생명의 부실로 이어지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위기는 결국 삼성그룹 전체의 몰락, 나아가 한국경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이른바 삼성발 경제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면, 한국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감내해야할 수 있다. 삼성발 경제위기는 단순한 외환위기가 아닌 제조업과 금융업의 붕괴라는 보다 근본적 위기가 될 것이므로, 외환위기 당시처럼 신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삼성재벌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막대한 투자손실을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 재정 악화도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삼성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임을 인지해야 한다. 향후 삼성재벌을 필두로 3세와 4세로 세습 과정이 본격화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보험업법 개정, 실효성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금산 분리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재벌개혁을 실질적으로 유도할 역사적인 기회가 눈앞에 있다. 국민과 국가 경제를 우선할 지, 총수일가와 재벌의 이익에 굴종할지, 정부와 정치인들은 시험대에 섰다.

 

 

 

* 이 기사는 아래 <오마이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27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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