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정치권과 정부의 비리 기업인 가석방 요구에 관하여

비리 기업인 가석방이 경제 살리기인가?

‘경제범죄 선처=투자 활성화’ 거짓 논리와 선 긋는 것이 경제 발전의 기본 

 

정치권과 정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경제 비리로 구속된 기업인을 가석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명분은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다. 정치적 부담이 큰 대통령 사면 대신 가석방이라는 수단으로 바뀌었지만 경제범죄에 대한 선처를 투자 증대라는 거시경제적 목적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면권 행사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이런 후진적 발상이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상황을 개탄한다. 사면권, 가석방 등을 투자 증대라는 거시경제적 수단으로 호도하는 관행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고질이다.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면 해당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고, 또 이론적으로 검증이 가능하지도 않다. 가까운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광복절,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45명의 재벌총수 및 경영진들을 특별사면했고, 2009년에는 배임과 조세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으로 특별사면했다. 그 이후 재벌들의 투자가 늘어나 우리 경제가 좋아졌는가? 오히려 한 번의 비리를 추가적 비리로 연결하는 초대장이 되는 것은 아닌가? 이번에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 중에는 이미 과거에 경제비리를 저지르고 특별사면을 받은 적이 있는 기업인이 포함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결국 ‘비리 기업인을 사면하면 투자가 활성화 된다’는 주장은 자신들만은 법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재벌의 뻔뻔한 요구를 반영한 거짓말일 뿐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의 투자는 해당 기업인의 사법처벌 상태와 무관하게 투자 분야의 시장성, 수익성에 대한 분석과 기대, 기업의 중장기 성장전략에 따라 이뤄지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을 유력한 경제정책으로 호출하는 관행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가?

 

사실 기업 투자를 늘리는 선진적인 해법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조세제도의 개혁, 친기업 일변도 노동시장정책의 전환과 획기적인 복지 확대를 통해 가계 가처분소득을 증대시키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 살리기에 진짜 필요한 이런 정책은 외면하면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 총수의 초법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드높은 시기에,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 경제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을 끊임없이 풀어 주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는 ‘근본이 바로 선 국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경제정책이 아닌 사면과 가석방을 유력한 경제정책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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