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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4.09.12
  • 1160

                                                                   -김성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사슴을 말이라 우기기

 


‘어둡고 슬픈 우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자칭 ‘민생 살리기’와 ‘규제개혁’ 얘기다. 재벌과 소수 부자들의 ‘소원수리법’ 몇개에다 일방적으로 민생 살리기 법안이라고 이름 붙이고는 이를 통과시키는 것이 ‘규제개혁’이라 한다. 이 부자특혜법이 당장에라도 통과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것이니 지금이 ‘골든타임’이란다. 예전에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며 신하를 줄세우던 권력자가 생각난다.



학교 앞 관광호텔을 막는 규제를 풀자고 한다. 2016년이면 호텔 객실이 수요보다 4113실이 많다는데도 외국관광객이 방이 없어 떠나면 어쩌냐고 겁을 준다. 아이들 교육보다 특정 재벌의 호텔사업 확장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자고 한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가면 기존 아파트 값도 덩달아 올라 집값 전체가 오르는데도, 집값이 오르는 것이 국민경제에 이익이라고 우긴다.

집값이 오르면 서민 주거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병원을 돈벌이 조직으로 바꾸는 의료민영화를 하자고 한다. 아파도 돈 없어 죽어가고 전세금 빼서 병원비 내는 사람이 태반인데, 의료민영화로 병원이 돈을 버는 만큼 국민총생산도 늘어난다고 우긴다. 의료민영화로 버는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가? 의사가 환자의 얼굴과 몸 상태를 직접 보지 않아도 되는 원격진료를 하자고 한다. 의사가 직접 살펴봐도 알기 어려운 것이 병인데, 의사가 보지도 않고 진료하는 게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우긴다. 원격진료는 국민의 건강보다 의료장비업체와 대형병원의 소원을 앞세운 것일 뿐이다.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이제는 국가가 회수하지 말자고 한다. 재건축해서 남는 초과이윤을 환수해서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을 짓는 제도를 없애야 주택시장이 정상화된다고 우긴다. 불로소득 환수제도를 없애는 것은 일부 고가 재건축단지의 소원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이 ‘부자특혜법’이고, ‘무분별한 규제완화’ 아닌가?


민생은 일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살만하게 챙기자는 것이다. 진짜 민생 살리기는 약한 국민을 괴롭히는 강자의 횡포를 견제하고 먹고사는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확장 속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거나 문닫기 일보 직전이다.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영역으로 문어발을 뻗치지 못하게 하는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민이 작은 규모나마 먹고사는 길이다.

급등하는 전월세 때문에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쫓겨나 단칸방이나 변두리로 내몰리고 있다. 종전 계약 조건 그대로 한 번 더 살 수 있는 계약갱신권과 전월세 인상폭에 한도를 두는 제도가 국민이 살던 집에서 살게 하는 길이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못 벗어나는 것은 국가의 존재이유를 되묻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이 먹고는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차별을 없애야 한다. 이런 법안들이 ‘준비된 민생 살리기’다.


민생이 무엇인지는 사슴을 사슴이라 부르는 것처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날이 선 서슬에 ‘부자 배불리기’가 민생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진짜 민생은 내동댕이쳐졌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는 것이 불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것인지, 예전 권력자처럼 추종자를 구분하고 줄세우기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 억지의 결과 국민을 살리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둡고도 슬픈 우기기’다. 

 


* 이 칼럼은 <한겨레> 9월 11일자 시론에 실렸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47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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