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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14.11.12
  • 1367

'모뉴엘 사태' 3조 사기 대출, 이렇게 간단했다

외환은행 왜 2년 만에 대출 1170억 늘렸나... 판단 없는 대출의 파국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모뉴엘이라는 중견 수출 업체가 일으킨 사기 대출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유수의 은행들이 연루되어 있고, 그 액수도 3조2000억 원이나 된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은행 지주회사에 소속된 모든 은행들이 벌어들인 당기 순이익이 3조1200억 원 정도이니, 은행들 1년 장사에 맞먹는 돈이 걸린 것이다. 

 

모뉴엘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담보 대출 위주의 영업 관행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위태로운 영업 방식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역보험공사에서 발행한 보험증권 달랑 한 장만 믿고 몇 천 억 원의 대출이 '거의 자동'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보험증권' 종이 한 장에 수천 억 내준 은행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조8000억 원의 사기 대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KT ENS 사건은 사실상 이번 사건과 그 구조가 똑같다. 이 사건에서도 그 근저에는 대기업 계열 회사가 발행한 종잇조각 한 장을 믿고 대출해 준 영업 관행이 있었다. 시야를 더 근본적인 곳으로 겨냥하면, 언제 그 가치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주택을 믿고 몇 억 원씩 턱턱 내주는 주택담보대출에도 이런 '판단을 중지한 대출' 방식이 연관되어 있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상적으로야 담보보다는 채무자의 신용 상태와 상환 능력을 심사해야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나. 다 우리처럼 담보 있으면 돈 내준다"는 식일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이런 일반적인 영업 관행 속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태를 판단해 대출을 관리한 사례도 있다. 심지어 잘만 찾아보면 모뉴엘 사태 속에도 이런 '판단하는 대출'과 '판단을 중지한 대출'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판단하는 대출'의 예를 보자. 모뉴엘에 과거 제법 큰 대출을 한 은행 중 최근 들어 대출을 대폭 축소한 은행이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들 은행 중 한 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매달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회사에서 매각 손실을 감수하면서 거액의 매출 채권을 할인 매각하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그때부터 대출을 축소해 나갔다고 한다. 종이쪽지만을 보지 않고 나름대로 '판단'을 가미해 대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음은 '판단을 중지한 대출'의 예다. 과거 2년 동안 모뉴엘에 가장 빨리 대출이 증가했던 은행들은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이다. 국책 은행인 기업은행은 차치하고 외환은행의 대출 급증은 매우 흥미롭다.  

 

하나금융으로 넘어간 외환은행에서 결국... 

 

모뉴엘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론스타가 지배하던 2011년 말까지 외환은행의 모뉴엘 대출은 130억 원대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출 대금에 관한 보험증권 담보부 대출(소위 EFF) 취급액은 물론 전혀 없었다. 그러던 것이 하나금융이 인수한 이후 단 2년 만에 모뉴엘에 대한 대출잔액이 무려 13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거의 1000%에 육박하는 증가율이다. 그중 보험증권 담보부 대출의 잔액은 940억 원을 넘는다. 외국환 및 수출 관련 업무의 베테랑을 자임하던 외환은행에서 도대체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터진 것일까.

 

필자는 하나금융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 새로 임명된 외환은행 경영진들이 숨 가쁘게 추진했던 대출 증대 캠페인이 결국 화를 자초한 것으로 생각한다. 금리 불문하고 외형 확대를 추구했고, 특히 신용보증서 등 손쉬운 담보가 있는 곳의 대출 확대를 독려했던 지난 2년 동안의 경영방침이 현재의 사태를 촉발했을 개연성이 크다. 

 

모뉴엘 사건과 동일한 구조를 갖는 KT ENS 사건에서 총 사기대출 액수인 1조8000억 원 중 하나은행 혼자서 대출해 준 액수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은 이런 '판단 없는 대출'의 관행이 이미 하나금융 그룹 내에 뿌리 깊게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는 말이 있다. 위험 관리를 업으로 하는 은행들이 가슴으로 새겨야 할 말이다. 금융감독기구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잘못이 있는 경영진을 엄중히 문책해 금융권이 더 이상 무모한 외형 확장의 경연장이 아니라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의 서식지가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 기사는 2014.11.11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하단 링크 참조)로, 저자의 허락으로 게재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1916&PAGE_CD=N0001&CMPT_CD=M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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