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논의에 관하여

올바른 목표와 적절한 정책수단을 가진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이 시대적 과제

한계를 모르는 금융위 관료들의 ‘제밥그릇 챙기기’
대통령과 여야는 더 이상 ‘모피아’에 끌려 다니지 말라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관료들의 조직적 반대 로비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에 따른 여론 악화로 어느 정도 ‘독립적’ 위상을 갖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을 수용할 태세였던 금융위가 180도 돌변하여, 신설 기구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주요 제도의 도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한 채,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한 금융위 관료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대통령과 여야는 더 이상 ‘모피아’의 조직이기주의에 끌려 다니지 말고 하루빨리 제대로 작동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하여 우리 금융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은 빈발하는 금융사고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금융소비자보호를 미룰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또한 이는 작년 7월 10일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밝혔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모피아’로 통칭되는 금융위 관료들은 사회적 합의를 외면함은 물론 심지어  공개적으로 밝힌 대통령의 의지마저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작년 6월 하순 사실상 ‘지금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테스크포스(TF)의 연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즉각 거부당했다. 대통령의 뜻은 “원칙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그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소비자기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를 마다하지 않았다.

 

사태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 가을에 터진 동양사태와 올해 초 금융권을 강타한 개인신용정보유출 사건에 따라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여론의 질타가 비등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도 지속적으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 4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돌변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조직적 위상을 자신들이 지배하는 기구로 설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사권, 예산권, 규범 제․개정 권한 등을 모두 금융위에 예속시키는 방안 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통합 금융감독체계가 존재함에도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모피아’로 지칭되는 금융관료들이 금융회사의 이익을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는 잘못된 금융감독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못된 금융감독 관행의 배경에는 금융위와 금융회사 사이에 작동하는 이권이 있다. 금융회사의 이익 배분에 ‘모피아’들이 참여하는 기본 방식은 금융감독기관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분쟁에서 금융회사의 편을 들어주고, 금융위의 퇴직 관료들은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가는 것이다. 신용카드 대란, 론스타 사건,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불완전판매, 최근에는 동양사태와 금융권 정보유출 사건까지, ‘모피아’ 집단 이기주의와 잘못된 금융감독체계로부터 발생한 금융사건은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논의의 전개 과정을 보면 모피아가 대통령과 국회를 좌지우지하면서 국정을 농단하는 강력한 이권 집단이 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금융위로부터 독립성을 얻지 못한다면 이 이권 집단의 독주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참여연대는 이처럼 중대한 법안 논의 과정에서 입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금융위의 조직적 반대 앞에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는 국회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한 국회 논의 과정을 보면 입법부가 국회인지 금융위인지 의아할 정도다. 새누리당은 이 사안에 대해 여당으로서 변변한 입장조차 내놓지 않으며 사실상 이미 금융위에 포섭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시대적 과제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주고받기식’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이 좌절되거나, 금융위의 조직이기주의가 관철된 안이 합의된다면 여야는 그로부터 발생할 사회·정치·경제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에 대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관심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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