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대중공업 갑질 징벌적손해배상 판결, 불공정거래 뿌리뽑는 계기돼야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이하 “울산지법”)가 2020.10.28.에 하도급업체에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하고, 납품 대금 지급을 거부한 현대중공업에 약 1.64배의 징벌적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https://bit.ly/35dMCBp).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8월 26일에 납품 제품의 보증기간(2년)이 종료되었음에도 하자 발생을 사유로 대체품을 요구한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에 대금·지연이자 지급명령을 부과한데 이어(https://bit.ly/3ng7OfU), 법원 역시 하도급업체의 피해 호소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징벌적손해배상 배율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평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징벌적손해배상 결정 자체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업계에서 공공연히 자행되어 온 불공정거래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로 평가할만하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와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사가 강요한 하도급 불공정거래에 따른 피해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조선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하도급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 역시 정책적, 입법적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금미지급, 단가인하 강요, 기술탈취 등 하도급갑질 만연 심각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이 2015년 12월 간담회와 공문을 통해 하도급업체에게 모든 품목의 단가를 기존의 실적가 대비 10% 감액하도록 강요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부당감액된 대금 금액 3억500여 만 원의 약 1.64배에 해당하는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이 부품 하자의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면서 대금 지급을 거부해 발생한 피해 약 2억9,421만 원과 부품 발주 후 물품 수령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손해 약 7,474만 원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이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상 징벌적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사례가 단 1건에 불과할 정도(https://bit.ly/2UbkcS0)로 해당 규정에 대해 법원의 판결은 인색하다. 이는 이번 재판 결과는 현대중공업의 무리한 요구가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자 갑질이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번 재판을 통해 배상책임을 지게 된 하도급 납품 단가 및 대금 미지급 외에도 엔진피스톤 생산기술 탈취(2020.7.24., https://bit.ly/2UcG6nY), 선박용 조명기구 제작도면 및 선박용 엔진부품 도면 자료 탈취(2020.10.30., https://bit.ly/3liVjjq)로 공정위로부터 각각 9억7,000만 원,  2억 4,6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다수의 하도급법 위반 사례는 현대중공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상시적으로 불공정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대기업으로서의 갑질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행태을 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불공정거래 문제는 비단 현대중공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월 과징금 36억 원과 법인고발 결정 조치(https://bit.ly/32xGx0y)를 받은 이후에도 2019년 10월~2020년 4월 하도급 용역 업무에 대해 대금을 미지급한 혐의로 다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https://bit.ly/36oh8aO).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소유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에 대한 2018년 공정위의 제재 이후에도 불공정거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구제 호소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또다른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대해 조사가 완료되어 조만간 제재처분을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공정 갑질 거래 행태가 계속 반복되면 결국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및 공급체계의 지속불가능으로 이어져, 관련 산업 전체의 경쟁력 쇠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은 이번 재판 및 일련의 공정위 결정을 거울 삼아 그동안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갑질행태를 중단하고, 피해업체 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 대기업에게 향후 중소기업과의 공정거래 관행, 상생 관계 구축을 위한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피해업체 손해액추정규정, 징벌적손배 강화, 전속거래강요 금지,

손해배상소송 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 등 하도급법 개정 시급

하도급 불공정 피해업체 구제 위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 필요

 

정부와 국회 역시 그간 불공정거래를 가능하게 한 법적 사각지대를 살펴,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과 산업생태계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할 책임이 있다. 하도급법 적용범위 확대 및 법 위반 기업 제재 강화, 피해업체를 위한 구제와 관련해 제도적 방안들이 논의되었고, 제21대 국회에도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손해액추정규정 도입, 징벌적손해배상액 상향, 전속거래 강요 부당특약 금지, 부당특약 확인 시 해당 계약 무효화, 손해배상소송 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 등을 규정한 하도급법 개정안들이 입법발의되었으나 그중 단 하나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입법되어야 할 법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는 현실에 개탄스럽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사건에서 기업결합으로 하도급갑질이 강화될 우려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하고(https://bit.ly/2UeDZQB), 현행 공정거래법상 법원이 요구하는 사건기록에 대해 법 규정에 맞게 재판상 증거가 되는 일체의 기록을 송부하여야 한다. 정부 역시 하도급 갑질로 피해를 입은 중소업체들의 호소에 대해 적극 중재할 책임이 있으나 이를 수행할 의지가 없어 유감이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한국 조선업계, 나아가 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불공정거래 문제들을 방치하면, 그 어떠한 산업육성 정책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고, 산업경쟁력이 향상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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