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의 무원칙·무소신·무능력만 확인한 금산법 개정 ‘분리대응론’ 당론 결정

특정기업 봐주기가 실용주의인가? 이젠 ‘개혁’을 입에 담지도 말라!삼성의 금산법 관련 국회의원 로비 문건의 실체 밝혀야



오늘(24일) 열린우리당은 정책의원총회에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 개정과 관련, 삼성카드는 유예기간 후 처분명령, 삼성생명은 의결권만 제한하는 안(이하 ‘분리대응론’)을 권고적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는 원칙도 신념도 없이 대립되는 양측 주장을 적절히 봉합하여 비난을 피하려고 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법 개정 문제를 정치적 잣대에 따라 타협하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집권여당으로서 개혁성은커녕, 법정의의 원칙마저 저버린 열린우리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분리대응론은 여당이 장고 끝에 놓은 최악의 선택이다. 분리대응론은 기본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초과 소유가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위법하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이런 전제대로라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은 동일하게 법을 위반했고, 따라서 동일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 즉 위법상태를 적법한 상태가 되도록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 위법행위의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게 조치하는 것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의 대전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금산법 개정은 여당 내부의 정체성 다툼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금산법 제24조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즉 시장경제 질서의 원칙과 직결된 조항이다. 따라서 누차 지적했듯이 금산법 개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오직 법과 원칙뿐이다.



지난 두 달간 여당은 금산법 개정에 대해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왔다. 최근 1주일만 보더라도 청와대가 제시한 분리대응론에 쏠리던 당내 여론이 갑자기 원칙론으로 선회하더니, 다시 후퇴하여 분리대응론이 ‘권고적’ 당론으로 확정되었다. 여당의 무원칙, 무소신, 지리멸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열린우리당이 특정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법안 개정에 대해 날마다 입장을 바꾸는 것이 개혁의 실천인지, 이것이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확인된 민의를 실천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을 자임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깨끗이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오늘 분리대응론이 당론으로 결정되었으나, 여전히 여당 일각과 한나라당은 기업에 미칠 부담을 고려하여 정부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일부는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원칙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합리적 근거 없이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른 분리대응론과 같이 무의미한 논쟁으로 금산법 개정 논의가 더 이상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참여연대는 만인 앞에 평등한 법적용의 원칙에 따라 삼성카드와 삼성생명 모두에게 위법한 초과지분을 처분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금산법이 개정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편, 어제 일부 언론에서 여당의 당론 결정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문건을 확인, 보도한 바 있다. 그간 참여연대의 삼성 인적네트워크 보고서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된 삼성그룹의 입법기관 로비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보낸 문건에 여당 내 의견 조율은 물론 발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된 점은 삼성의 로비가 단순한 의견개진을 넘어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입법 활동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그룹의 로비 문건이 어떤 경로로 어느 의원에게 발송되었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 정확한 경위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삼성그룹의 로비 문건 실체에 대해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집권여당이 일개기업의 경제권력 앞에 무릎 꿇은 것을 자인하는 꼴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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