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의 금산법 재경위 소위 수정안

의결권 제한을 공정거래법 11조에 연동시킨 것은 차라리 개정하지 않느니만 못해

개혁을 포기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열린우리당은 차라리 삼성공화국을 선포하라



1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며 공방을 되풀이하던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이 드디어 어제(23일), 재정경제위원회 금융법률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였다. 통과된 수정안에 따르면, 97년 금산법 제정 이전 취득한 삼성생명·삼성화재 등의 삼성전자 지분은 합법적으로 보유를 인정하되, 2년 후부터 5%초과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는 박영선, 심상정 의원안은 물론 열린우리당의 당론에서조차 한참 물러선 것이다. 결국 국회마저 ‘삼성공화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인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소위 통과를 주도한 열린우리당이 과연 시장경제에 대한 원칙은 고사하고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역시 겉으로는 때 억지 위헌 논란으로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결국 금산법 제24조 개정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시켜, 최전선에서 삼성 감싸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합계 8.52%)가 금산법 24조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면, 그 초과분 3.52%(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할 때, 이는 주총에서의 실효의결권으로 보면 3.96%에 해당)에 대해, 매각명령이든 의결권 제한이든, 개정법 발효 즉시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것 자체가 법적용의 형평성을 훼손한 ‘삼성 봐주기’이다.

한편, 2년 후인 2008.4.1부터는 (삼성이 헌소 취하를 통해 수용하겠다고 한) 공정거래법 11조에 따라 내부 지분율 15%를 초과하는 금융계열사 보유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되어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내부 지분율이 현재 18.95%이니,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3.95%가 의결권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재경위 금융소위는, 금산법 24조에 따라 의결권을 제한(3.52%, 실효의결권으로는 3.96%)하든 공정거래법 11조로 의결권을 제한(3.95%)하든 효과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금산법 부칙 개정에서 공정거래법 11조를 준용하기로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과연 어느 법에 의거하여 의결권을 제한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가.

재경위 소위의 해명을 거꾸로 보면, 이번에 금산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어차피 2년 후에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의결권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처럼 아무 의미 없는 내용으로 금산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개정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11조에 연동한 것에는 더욱 위험한 복선이 깔려 있다. 그것은 올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평가 이후 개정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공정거래법을 이용하여 금산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미 출자총액제한제와 지주회사 제도의 완화 내지 폐지를 요구하는 재계의 요구가 드세진 상황에서, 재벌금융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11조 역시 언제든지 개정 가능성을 안고 있다. 더구나 2년 후인 2008년 4월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다음이다. 2년 후에 공정거래법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공정거래법에 의한 재벌규제는 지금보다 훨씬 후퇴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소위안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이 공정거래법에 의해 의결권을 제한 받을 경우, 삼성은 그룹의 지배구조 유지에 있어 최대 고민이던 금산법과 공정거래법 두 가지를 공정거래법 개정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산법 개정을 주도한 박영선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마지막 순간 삼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공정거래법 11조 연동하여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한 부분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하며, 금산법 24조 한도 초과분에 대해 개정법 시행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에 대해서는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고,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하지 않을 경우 매각명령을 내리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부 진전된 요소가 있지 않느냐고 재경위 금융소위는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누차 강조해왔듯이, 삼성카드의 문제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도 얼마든지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삼성카드 문제에서도 5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부여함으로써, 문제해결을 다음 정부로 넘겨 버린 것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는 참여정부 출범 3년이 되는 오늘, 원칙을 방기하고 정치적·정략적 고려에서 금산법 개정 문제를 호도하려는 정부여당의 정체성 위기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삼성의 8,000억원 헌납 발표 이후에 정부여당이 마치 화답하듯이 금산법 개정 문제를 삼성의 의도대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 없으며,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처리가 ‘몽골 기병대’ 수법인지 정동영 열린우리당 신임 의장은 분명히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만적 법 개정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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