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 국내재벌엔 재고, 외국자본엔 고수?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금감위의 원칙은 무엇인가?



지난 달 초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금산분리)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라는 반복된 소신 표명에 이어,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박승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산분리 폐지를 역설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시중 은행장들은 금산분리 원칙을 폐기하더라도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핵심 당국자와 은행장들의 금산분리 원칙 폐기 합창이 이어지는 속에, 어제(21일) 금감위 박대동 감독정책1국장은 금감위의 공식 논의가 이루어지도 전에 싱가폴 개발은행(DBS)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즉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되는 테마섹이 DBS의 지분을 30%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의장을 포함한 2명의 사외이사가 파견되어 있으므로 테마섹이 DBS의 경영을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DBS는 자격 미달이라는 뜻이다. 금산분리 원칙 폐기가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묘약인양 강력히 주장하던 금융감독기구가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인수 문제에서만큼은 단호한 원칙 고수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금산분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사안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작금의 상황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래서야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외환은행 매각은 기본적으로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을 파는 것이므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사실 론스타의 의사에 달려 있다. 다만 금융감독기구를 포함한 정부는 론스타의 지분을 매입하여 외환은행을 지배할 대주주가 비금융주력자 여부, 경쟁제한성 여부, 금융산업의 불안정성 심화 여부 등 기준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금감위는 금융산업의 불안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면서, 공정위가 판단해야 할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금감위의 태도가 결국 정치적, 정책적 목적 하에 특정 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시장경제의 대원칙 중 하나인 금산분리 원칙마저 상황마다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도대체 금융감독정책의 주무부서인 금감위의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국내 재벌에는 재고하고, 외국 자본에는 고수하는 것인가. 시장은 명확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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