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분리대응은 또다시 법과 원칙의 훼손을 용인하자는 것

연이은 송영길의원의 삼성전자 편들기 발언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어



오늘(29일) 송영길 의원(열린우리당 재경위 간사)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대담에서 금산법 위반 문제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법 24조가 1997년 3월에 됐는데, 24조 신설 이전에 매입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 소유가 이후에 매입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과는 접근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송 의원의 이러한 입장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은 금산법 제정 이전의 일로서 금산법상 승인의무가 없고 따라서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금감위와 재경부의 주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법치주의와 시장원칙을 훼손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삼성 봐주기일 뿐이며, 특히 송 의원이 국회에서의 금산법 개정안 심의를 주도할 집권여당의 재경위 간사라는 점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송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송영길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 의원은 지난 8월 4일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누구보다도 재벌과 시장 개혁에 앞장서야할 ‘386의원’인 송의원이 삼성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친재벌적 발언을 연이어 하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동안 금감위와 재경부는 1997년 3월 금산법 시행 당시의 부칙 제3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업법상 승인이 필요한 한도(당시 보험업법상 10%) 이내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험업법상의 승인 불필요하고, 따라서 금산법상으로도 승인의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이른바 ‘자동적인 승인의제’)고 주장하였다.

* 금산법 부칙 제3조 (다른 기업의 주식소유한도에 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금융기관이 그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 의하여 인가ㆍ승인 등을 얻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2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측의 주장이 오류라는 사실은 1996년 말 금산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 대한 기록(1996.12.13. 국회 재경위 18차 회의 속기록)을 보면 분명히 확인된다.

당시 국회는 부칙 제3조를 적용하여 승인의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을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 의하여 인가ㆍ승인 등을 얻는 것”(즉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의 경우 보험업법상의 승인이 있는 경우)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보험업법상의 명시적인 인가ㆍ승인이 없이 해석상으로 인정되는 자동적인 승인의제는 허용하고 있지 않다.

1997년 이전까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보험업법상의 승인이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삼성측은 1997년 금산법이 시행됨에 따라 동법 24조에 의거 소유한 지분에 대해 승인을 신청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승인받지 않은 한도초과 소유는 당연히 위법이다.

또한 1996년 말 국회는 금산법 24조를 제정하면서 그 취지를 개별 금융기관의 설립근거법(삼성생명의 경우 보험업법)이 이미 자산운용의 건전성 규제 차원에서 타회사 주식취득한도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가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을 규율하는데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에 제정하게 된 것으로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현행 금융관계법에서는 금융기관별로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위해 타사주식 취득한도를 두고 있으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연합하여 타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경우 이에 대한 규제장치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개정안에서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타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 이를 제한함으로써 「금융의 산업자본 지배」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1996.12.13. 국회 재경위 18차 회의 속기록, p.38)


또한 실제로 금감위는 개별금융기관의 설립근거법상 한도초과 주식 소유에 대한 승인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별도의 금산법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보고, 실무상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 금융감독위원회는 2004.12.24 금산법 제24조에 따라 우리은행이 우리제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대하여 출자(금액: 1,100억원)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사모투자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행위는 별도의 승인절차가 필요없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상 허용된 한도 내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금산법 제24조의 승인을 의제하는 삼성과 정부의 주장은 금산법 제정 취지를 삼성의 이해를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더군다나 송영길 의원의 발언은 금산법 제24조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생긴 2000년 이후 취득한 명백한 위법행위(2004년 이후 삼성생명은 금감위 승인없이 삼성전자 주식 44,000여주의 취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송영길 의원은 이것을 합법화해주기 위해 입법예고 과정에서도 없었던 부칙 3조 2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재경부처럼 삼성의 위법행위를 봐주자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금산법 위반 문제는 삼성과 정부가 한발씩 물러서는 타협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사회적 타협’이 아니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금융시장의 근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산법의 취지는 재벌총수일가가 계열 금융기관의 고객 돈을 경영권 유지와 확대의 도구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이건희(이재용)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바로 이러한 법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송영길 의원의 발언이 ‘사회적 타협’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문제의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열린우리당은 조속히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의 분리대응으로 금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한다면 이는 이른바 정치적 타협을 빙자하여 삼성그룹의 법 위반행위를 눈감아주는 행위로 강한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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