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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정책&제도
  • 2005.10.05
  • 1232
  • 첨부 1

삼성의 금산법 위반에 대한 청와대의 유권 해석은 월권행위

입법예고 당시 상황, 부칙 3조 2항 등 삼성 봐주기 의혹 여전히 남아

금산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어제(4일),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이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의 개정 경위를 파악한 결과 ‘개정안 마련에 절차상 문제는 있으나, 정실 개입은 없다’고 밝혔으며,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재경부, 공정위 등에 주의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기관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 내용과 처분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금융계열사의 주식 소유와 관련,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계속 소유 가능,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매각 명령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명백한 월권이며, 입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판단한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대통령 참모조직이다. 개정안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법제처도, 시장에서의 경제거래를 감독하는 감독기관도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금산법 위반 금융기관에 대한 금감위의 법집행 과정 그리고 재경부의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황, 특히 삼성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되는 것이다.

입법기관도, 사법기구도 아닌 청와대 민정수식실이 법 적용에 있어 유권해석까지 하는 것은 대통령 참모조직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다. 더욱이 금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법안의 타당성 여부도 아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금융계열사에 대한 법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이미 유권해석은 물론 법 개정 방향까지 밝혀 놓았는데, ‘국회와 당정의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무엇보다 참여연대는 금산법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재경부의 금산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었다면 마땅히 국무회의 논의를 통해 수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재논의를 전제로 국무회의에서 재경부안을 통과시킨 대통령이 한편으로 개정안 마련 과정 경위를 조사하면서, 언론 간담회에서는 삼성과 정부의 타협을 강조하는 모습은 대통령 스스로 지시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의 ‘타협’ 발언 직후 여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분리 대응 논의나 이를 아예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입장은 의혹을 더욱 커지게 한다. 참여연대는 결국 대통령의 ‘삼성 비판’이,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결국 금산법 문제의 핵심인 삼성생명을 봐주기 위한 명분용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정부의 금산법 개정안이 절차상 문제가 있으나, 그 내용은 삼성그룹을 배려하기 위해 변경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즉 작년 입법예고안과 올해 국무회의 통과 안의 부칙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 사실이 공개되기 훨씬 이전인 2004년 12월 입법예고안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소유를 합법화(1997.3 금산법 제정 당시의 지분율까지는 의결권 허용)하는 부칙을 포함시켰다. 당사자인 삼성과 일제조사를 했던 금감위, 그리고 개정안을 만든 재경부 이외에는 그 누구도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2004년 12월 상황에서 재경부가 삼성을 위한 부칙조항을 은근슬쩍 끼워 넣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 재경부와 금감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금산법 제정 이전에 삼성생명이 삼선전자 주식을 취득한 것이 자동 승인의제되는 것이라면 사실상 이런 부칙조항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욱이 승인 한도를 초과하여 추가 취득한 경우 그 불법적 초과 취득분까지 승인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국무회의 통과안 부칙 제3조 2항은 노골적으로 삼성생명을 위한 조항이 분명하다. 이렇듯 삼성의 요구를 받아 적은 듯한 부칙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어떤 근거로 삼성 봐주기가 아니라는 것인지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누차 지적했듯이 삼성의 금산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뿐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국회 누구도 법을 훼손하는 타협을 주문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삼성에게만 예외를 허락하는 어떠한 ‘타협 방안’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금산법 개정안은 일체의 정치적 전략을 배재한 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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