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미봉책에 그친 SK텔레콤과 SK C&C의 아웃소싱 재계약 결정

거래 규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당거래의 의혹 지울 수 없어



어제(7일), SK텔레콤 이사회는 SK C&C가 보유한 IT 관련 자산을 매입(buy-back)하는 대신 그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만 SK C&C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아웃소싱 거래구조를 변경하여 3년 재계약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번 SK텔레콤 이사회의 결정은 아웃소싱 거래 금액을 줄이고, 거래가 산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종전 거래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거래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당내부거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망정,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실상 최태원 회장 개인 소유 기업인 SK C&C가 SK텔레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그 결과 애초 SK텔레콤의 주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이익을 최태원 회장이 편취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며, 최태원 → SK C&C → SK(주) → SK텔레콤 →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존재하는 한 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한 의혹은 결코 해소될 수 없음을 분명히 강조한다.

지난 1998년 SK텔레콤과 SK C&C는 계약금액 1조원 범위 내에서 10년 기간으로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지난 해 4월 불과 5년만에 계약금액 1조원이 넘어 재계약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어제 이사회 결의는 이후 무려 2년에 가까운 논의 끝에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내린 결정치고는 매우 실망스럽다. 거래 금액을 축소하거나 IT 자산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는 우량 계열사가 SK C&C라는 비상장 기업을 통해 총수를 간접 지원한다는 의혹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수수료만 지급함으로써 거래 금액을 줄인다 하더라도 차후에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SK텔레콤 이사회가 극히 실망스러운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SK C&C를 정점으로 계열사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그룹 지배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소유한 SK C&C 지분 44%를 계열사나 제3자에게 매각할 수도, SK텔레콤이 SK C&C와의 거래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 결국 차포 떼고 고민하다보니 단기적인 미봉책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작부터 SK텔레콤과 SK C&C간 거래는 부당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SK텔레콤의 사외이사들은 1998년 아웃소싱 계약 당시 조인트 벤처 회사 설립 등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채 SK C&C는 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며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4년 28억원에 불과하던 SK C&C의 매출액은 10년 후인 2004년 9,388억원에 달하게 되었으며, 그 중 SK텔레콤에 대한 매출 비중은 45.72%에 이른다. 이는 비상장 기업을 지배주주가 소유하고,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미래의 기대 이익을 지배주주에게 넘겨주는 전형적인 ‘회사기회의 편취’ (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사례이다.

설사 SK텔레콤과 SK C&S간의 거래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기회의 편취는 명백히 회사법상 충실의무 위반이며 부당이득은 반환해야 한다. 더욱이 SK C&C는 SK텔레콤으로부터 벌어들인 자금으로 SK㈜의 지분을 매입하여,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에 직접적으로 동원되기도 하였다.

지난 해 SK텔레콤은 역시 최회장이 소유한 와이더댄닷컴 지분을 매입하여 최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지원하려다 시장의 반발에 부딪쳐 취소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지배주주 소유의 회사에 대한 독점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주거나, 지배주주가 소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등 전적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안기기 위한 거래를 계속한다면, 거래 규모와 관계없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참여연대는 SK텔레콤 이사회에 SK C&C 등 지배주주가 소유한 비상장사와의 거래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 해결방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어제 확정한 새로운 계약은 외부의 비판을 의식하여 거래 방식만 일부 손질한 채, 거래 자체는 지속한다는 점에서 또다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SK C&C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SK텔레콤이 현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을 매입하여 SK C&C를 100%로 자회사로 두어 회사기회의 편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를 이용하여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지배구조 위험(corporate governance risk)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이것이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근원적 문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과 최태원 회장이 SK C&C와의 거래로 촉발된 지배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단기적인 처방 대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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