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명분없는 금산법 공청회 거부는 공당으로서의 책무 스스로 포기한 것

‘이해당사자’란 해괴한 논리로 참여연대를 공청회에서 배제하고,

공청회마저 무산시킨 것은 한나라당이 삼성의 ‘대변자’임을 자인하는 것



오늘(8일) 오전 10시에 예정됐던 국회 재경위의 금산법 공청회가 한나라당의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 방침으로 인해 무산됐다. 재경위 조세법안심사 소위에서의 종합부동산세법의 표결처리를 이유로 산적한 민생, 개혁 법안처리는 내팽겨 둔 채 예결위를 제외한 모든 의사일정의 처리를 거부하고 나선 한나라당의 행태는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결코 책임있는 공당의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공청회는 한나라당이 금산법 심의의 필수적인 조건이라 강력히 주장해 추진된 것이다. 그런데 금산법과 무관한 다른 법안의 처리 문제를 빌미로 이를 취소한다는 것은 그간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공청회 개최의 필요성이 결국 회기내 법안처리를 막기 위한 명분쌓기였음을 재확인하게 해준다.

도대체 종합부동산세법과 금산법이 무슨 연관이 있길래 스스로 개최를 요구해온 공청회를 비롯한 법안 심의 절차를 거부하는 것인지 한나라당은 답해야 한다. 결국 한나라당은 결과적으로 그간 삼성측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금산법 처리 지연’ 요청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이번 공청회의 추진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금산법 개정안의 핵심 주제인 금산분리의 실효성 확보에 관해 꾸준히 문제제기해온 참여연대를 ‘이해당사자’라는 해괴한 논리로 공청회 패널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정작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삼성과 전경련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관계자는 포함시키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이 법안의 처리에 있어 참여연대가 어떤 특수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지 한나라당에 되묻고 싶다.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로비에 나선 삼성의 이해보다, 혹은 삼성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일부 의원의 이해보다, 금산분리의 법원칙을 공고히 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법안처리와 관련하여 도대체 어떤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있는지 한나라당은 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금산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하여 이제 더 이상 한나라당의 지연전술에 휘말리는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지난 정책의원총회에서 ‘분리대응’이라는 무원칙한 개정방향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은 과연 금산법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더군다나 열린우리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포기하고, 패널의 기본적인 공정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의 ‘연내처리’ 약속만을 믿고 공청회를 추진하였으나, 한나라당이 그 약속을 저버리고 의사일정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이제는 법안의 연내처리조차도 불투명하게 되었다.

만약 지난 1년 동안 논란을 거듭한 금산법 개정안을 이처럼 공중에 날려 버린다면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은 고사하고, 집권당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여부마저 의심받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거부와 이를 통한 금산법 처리 지연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이후 금산법의 국회 처리과정을 엄정히 지켜볼 것이며, 한나라당이 공당의 책무를 망실하고 일부 기업의 이해의 대변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기를 촉구하며,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조속히 제대로 된 금산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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