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관련 논평

‘변화의 예고’, 그러나 금산분리 등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외면

에버랜드 CB, X파일 특검 등 사법처리에 영향 미쳐서는 안될 것



오늘(7일), 삼성그룹은 X-파일로 촉발된 불법정치자금 제공, 이재용씨 등에 대한 편법 증여, 금산법 위반 논란 등 이른바 ‘삼성공화국’으로 대변되는 각종 불법행위 및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하여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 내용은 이재용씨 등이 얻은 부당이득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약 8,000억원을 재단에 출연하는 것과 함께, 구조조정본부 축소 및 금융계열사 사외이사 확대 등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그간 삼성이 불법·부당 행위에 대해 침묵하거나 아예 적법행위로 탈바꿈하기 위해 법까지 바꾸려고 했던 과거 모습에 비추어볼 때, 이건희 회장이 여러 현안들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개선을 약속한 것은 의미 있는 새로운 변화이다. 참여연대(공동대표: 박상증, 이선종)는 오늘 발표가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삼성이 오늘 발표한 구조본 축소 등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삼성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나, 여전히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공화국’ 문제의 본질은, 금융을 통한 그룹 지배와 배임에 의한 2세 승계를 합법화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왜곡한다는 점에 있다. 특히 금산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등 각종 금융법 위반 논란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원칙을 부정하고, 감독기구와 사법기구에 의한 법집행의 형평성을 훼손하며, 나아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위마저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오늘 발표에서 이재용씨 →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핵심 문제에 대해서는 그 해결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 이후에도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등을 둘러싼 법적 문제는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 특히 이재용씨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은 그룹 지배권 승계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환사채 취득 당시의 부당이득을 환원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문제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나아가 참여연대는 오늘 삼성의 발표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X-파일 특검 논의 등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어떠한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재용씨가 부당이득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더라도, 부당거래나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되며, 이에 대해 엄정히 처벌이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

결국 참여연대는 삼성의 발표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로부터 이건희 회장을 보호하고 X파일 특검 논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오늘 삼성의 발표가 ‘삼성공화국’ 비판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성이 아니라 비판 여론 무마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삼성은 더 이상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과 국회 역시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수호를 위해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 발표는 삼성의 변화를 예고한 것일 뿐,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으며, 따라서 아직 갈 길은 멀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진정한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차원을 넘어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립을 위한 근원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삼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삼성에버랜드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 관련 감리 요청,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관련 삼성에버랜드 경영진 및 금감위원장 고발 등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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