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논평 발표

재벌총수의 전횡적 체제 폐해의 극치

정부는 재벌개혁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총수가족과 책임있는 현대경영자들은 사퇴하여야 한다.

1.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에 대한 인사파행을 계기로 드러난 현대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재벌총수의 전횡적인 경영체제가 갖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한국경제가 IMF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선진경제로 도약해야할 시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가 경영권세습이라는 봉건적 경영체제를 보여준 것은 현대그룹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국가신인도를 하락시키는 반국가적인 작태이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세습을 둘러싼 자식들의 권력다툼은 국가경제와 회사의 운명을 담보로 국민과 주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과 같은 것으로서 재벌 형제간의 사생결단의 집안싸움이 정작 우리 사회에 이토록 일파만파의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2. 현대그룹의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형제간의 분쟁은 총수의 전횡앞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그동안의 재벌개혁 조치들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실증해준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아무런 견제장치가 되지 못하였으며, 구조조정을 위하여 폐지했다던 회장비서실이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현대증권의 경영권으로 인하여 시작된 이번 사태는 왜 재벌에게 금융기관을 소유하게 해서는 안되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3. 재벌의 경영권 세습의 문제는 현대그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도 지난 3년여 동안 수조원에 이르는 계열회사의 재산을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편법적으로 빼돌렸으며, 이러한 삼성의 재산증여 과정은 삼성의 구조조정본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삼성의 편법적인 재산 증여도 궁극적으로 이재용씨의 경영권 세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바, 앞으로 삼성에서도 경영권 3세승계로 인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판단된다.

4. 정부는 재벌들의 불투명한 경영과 총수들의 전횡경영으로 인하여 제2의 경제위기사태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현대사태를 재벌개혁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서 – 집단소송제 도입, – 집중투표제의 의무화, – 구조조정본부의 해체, – 소액주주권의 강화, –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제한, – 재벌 소유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감독강화, – 재벌2세의 재산상속과 증여에 대한 과세강화, –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실질적 권한과 책임 강화, –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 거래 감독 강화 등의 보다 적극적인 재벌개혁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5. 현대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 이사진의 50%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공식발표가 있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형제간의 세력다툼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을 이리 내쫓고 저리 내쫓는 작태는, 말로는 전문경영인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총수일가의 영향력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못한 계열사들의 비정상적인 경영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며, 현대그룹은 전혀 개혁의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현대가 진정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수가족들은 물론이고 전문경영자라는 탈을 쓰고 총수의 하수인으로서 이번 사태를 주도한 자들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투명하고 책임지는 독립적인 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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