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기망한 불법계약은 법원칙에 따라 당연히 취소되어야

예보의 중재신청 환영, 단 재발방지 위해 끝까지 원칙 고수해야

한화의 경영권 간섭 주장은 불법적 이면계약 사실 호도하는 것

한화의 불법행위 눈감는 금감위의 직무유기 비판받아 마땅



어제 (6월 1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02년 한화컨소시움이 대한생명 인수요건을 참칭하기 위해 호주의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체결·실행한 것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기망한 행위로서 인수요건을 실질적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인수계약의 무효ㆍ취소 등을 다투는 국제중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예보의 이번 결정은 정부기구를 기망하여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 인수한 것은 결국 국민의 혈세를 탈취하는 행위로서 당연히 무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지난 2002년 한화그룹에 대생을 매각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사실은 당시 공자위 위원의 진술과 국정감사, 검찰 수사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의 소극적이고 뒤늦은 수사와 법원의 보수적인 법해석 및 화이트칼러 범죄에 대한 관대한 판결로 인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별다른 처벌 없이 경제적 이득을 계속 향유하도록 방치함으로써 법원칙과 경제정의가 왜곡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참여연대는, 한화그룹이 재무건전성, 금융기관 경영능력, 그리고 금융관련법 준수 등 보험사 대주주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나, 이는 보험사 신설시의 자격요건일 뿐 기존사 인수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감독당국의 터무니없는 법해석을 통해 대생을 인수한 것 자체가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더군다나 입찰과정에서 이면계약을 정부기구를 기망한 것은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므로, 계약취소를 통해 부당이익을 박탈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예보의 이번 결정이 실제 계약의 효력을 다투려는 것이 아니라, 한화 측의 대생 지분 추가매수권리(콜옵션) 포기를 노리고 중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한화그룹이 저가의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서 추가적인 부당이득을 얻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판단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바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기구를 기망하여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예보가 한화컨소시움을 상대로 취소권을 행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원칙에 충실한 자세를 끝까지 견지할 것을 당부한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적법한 투자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예보의 중재신청은 경영권 제약 등 다른 의도가 있다며 항변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1, 2심 재판부가 김연배 부회장의 입찰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2인 이상의 입찰경쟁 상태가 존재해야 한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에 얽매인 판결의 결과일 뿐, 한화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원은 한화그룹이 자격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체결하고도 입찰자 자격심사가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이면계약서 내용을 숨기고 이들이 마치 진정한 투자의사가 있는 전략적 투자자인 것처럼 정부를 기망하고 금융기관의 인수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방해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화그룹의 주장은 법적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며, 국민의 혈세를 탈취한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받아야 할 기업이 오히려 경영권 제약 운운하는 정치적인 논리로 호도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다.

한편, 참여연대는, 한화그룹의 불법행위를 제재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책임을 지고 있는 또 다른 주체인 금감위의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9월 금감위에, 이면계약 체결대가로 대한생명 자산의 1/3을 위탁운용키로 한 한화그룹과 호주 맥쿼리그룹의 보험업법 위반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금감위는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2002년의 이면계약이 2003.8 보험업법 개정 이전의 행위라는 소극적 법리해석을 통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맥쿼리생명에게 명의 대여를 요청하고 그 대가로 인수대상 금융회사의 자산운영권을 약속한 것은 지배주주인 한화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회사와 고객의 자산을 이용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금감위의 이러한 소극적 법집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군다나 금감위는 법원판결을 통해 확인된 맥쿼리생명의 위법행위를 호주 금융감독기구에 통보하여 조사케 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법한 이면계약을 통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의 방화벽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를 한 국내재벌과 이러한 불법행위 적극적으로 가담한 외국자본을 방치하는 금융감독기구하에서 ‘한미 FTA를 통한 동북아 금융허브의 구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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