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들-정무위②] 공정거래위원회의 새이름, 불공정거래위원회

[편집자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를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하 정무위) 지난 10월 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은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나 다른 정치적 사유로 인해 파행되거나 언성이 잦았던 다른 부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비하면 비교적 차분한 상태로 진행되었다. 대체로 준비가 잘된 의원들의 질문과는 대조적으로 30차례 이상 “검토하겠다” 내지는 “살펴보겠다”고 발언하는 등 소극적 답변이나 대응으로 일관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 태도는 정책담당자로서 책임의식이 매우 부족해 보였다.

정부 따라 말 바꾼 포이즌 필 도입

포이즌 필(Poison Pill, 독약조항, 독약증권)

적대적 M&A 위기에 놓인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전략 중의 하나다. 대규모 유상증자나 임금 인상, 제품 손해배상 확대, 기존 경영진 신분보장이나 거액 퇴직금 지급(황금낙하산, Golden Parachute) 등의 방법을 통해 의도적으로 비용지출을 늘려 매수자에게 손해를 볼 것이라는 판단이 들게 함으로써 매수 포기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독약을 삼킨다는 의미에서 ‘포이즌 필’이란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기존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여 M&A 기업이 확보한 지분을 희석시킴으로써 인수를 막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경제개혁연대와 경실련과 함께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인 김효석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권 경쟁이나 부실기업의 인수합병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기업경영을 개선하며 원활한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추진 중인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은 반시장적일 수밖에 없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배치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 또한 포이즌 필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백용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한 강연에서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시장발전을 위해 진입과 퇴출의 장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포이즌 필 도입 반대를 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날 국감장에서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민주당 신학용 의원의 질문에 “미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부분으로, 적법성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포이즌 필에 대한 찬성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국 위원장 교체 3개월여 만에 공정위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영권 방어시스템이 외국에 비해 결코 취약하지 않은 상황에서 포이즌 필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한 입장으로 결국 시장경제에 순기능까지 악화시키는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지속돼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질의를 통해 “경제적 강자에 대한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완화해 주더라도 경제적 약자에 대한 착취, 불공정 거래 부분의 소비자 이익 빼앗는 부분은 엄정하게 한다는 부분은 전제가 되어 있다. 대기업 규제 완화한 것(과 대비해) 중소기업 및 소비자 보호를 선진국처럼 못해주면 규제완화(의) 정당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그간 이명박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 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을 막고 있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국가경제 시스템의 원칙인 금융과 산업간 칸막이마저 없애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악 등을 통한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절대다수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같은 금융규제 및 금산분리 완화 법률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해 없이 정부의 요청에 따른 빠른 법안 통과를 위한 거수기 노릇을 주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위원회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사례 등 공무원들의 업무 성실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김영선 위원장이 SSM 문제와 관련 실태 보고서 작성 지시했는 데 만들지도 않았다며 정 위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밖에 통신요금(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항공사의 마일리지 적립 미지급(민주당 이성남 의원), 카드수수료(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외식업 가맹점 사업(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유류가 단합(민주당 조경택 의원) 하도급 문제(민주당 김동철 의원)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작년과 같은 문제를 1년이 넘게 조사만 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볼멘소리도 줄을 이었다. 여당의 이성헌 의원이 “여든 야든 성실하게 자료제출을 해서 건전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을 정도다.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시정조치 해야할 공정위가 1년 넘게 조사만 하고 있는 사안이 있는 등 이쯤 된다면 공정위의 이름을 불공정거래위원회라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공정위의 업무태만이 걱정스럽다

말말말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퇴직자들이 로펌으로 재취직해 억대의 연봉을 받는 다는 지적에 대해) “퇴직자 전관예우는 모럴해저드 문제 있지만 걱정은 지극히 당연하다. 전문적인 인력이 시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는 건데.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

(5년후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 관련) “숨겨놨던 2인치 찾아내는 것처럼 꼭 찾아달라.

 

민주당 김동철 의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 보험. 그약관 들어가 보니깐 그렇지 않다.”


2009 국정감사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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