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가입자 이익보다 경영권 보호에 촛점맞춘 의결권 행사기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기준에 대한 논평

지난 24일(목)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04년 말 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의결권 행사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기준은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을 높여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기업경영에 대한 과잉간섭을 우려하는 재계와 일부 정치권의 우려를 무마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 정작 중요한 연금가입자의 이익 보호는 소홀히 하였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처럼 연금가입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의결권 행사기준안을 이대로 확정, 시행해서는 안되며, 기금운용위원회가 연금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를 조속히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행사기준의 세부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안별 의결권 행사기준을 제시했지만, 의결권 행사를 위한 조직과 절차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조직과 절차의 투명한 공개 없이 제대로 된 외부 감시와 통제는 불가능하다. 또한 제시된 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정하게 된 것인지 그 경위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이것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기금운용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인지 또는 위임을 받아서 한 것인지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의결권 행사기준 자체의 내용이 지극히 부실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외국의 연기금들과 비교하면 그 내용이 너무 간략하다. 예를 들어 해외 사례들을 보면 거의 모든 기준들이 독립적인 사외이사에 대한 개념을 매우 자세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기준은 단 3줄에 불과하다.

물론 이를 너무 자세히 규정하면 경직적으로 운영될 우려도 있으나 현재의 기준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외부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를 사전에 공시해야만 다른 투자자들, 특히 소액 투자자들도 이를 참고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럴 때 연기금에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한 의의가 살아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기준은 이것이 나머지 군소 연기금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물론 기금관리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부당한 과잉 간섭을 우려하는 정치권 일부와 국민연금 기근운용본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부실하고 무성의하기까지 한 의결권 행사기준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은 선후를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안은 연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 애초의 취지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조속히 이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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