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기금 포괄위탁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

전략적 자산배분 등 투자정책의 민간위탁은 수익성,분권화 역행하는 것, 기금운용위원회 무력화와 경제부처의 부당한 간섭 증가 등 부작용 우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국제금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새로운 위탁운용방식’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새로운 위탁운용방식‘은 ’운용 의사결정의 분권화‘를 위해 검토되는 것으로 국내외 최고 기관투자가 몇 곳을 선정, 대규모 금액을 장기간 위탁하되 전략적 자산배분 등 투자전략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위탁운용방식 전환 시도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첫째, 전략적 자산배분을 포함한 투자정책의 수립까지 민간 운용회사에 위탁하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으로, 이는 정부가 법이 부여하고 있는 선관주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기금관리기본법 제3조의3은 중장기 기금운용계획의 수립주체를 기금관리주체로 보고 있으며, 법 전체에 걸쳐 연도별 기금운용계획 역시 기금관리주체가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1조의3은 전전 회계연도 말에 보유한 여유자금의 규모가 1조원을 초과하는 기금의 경우 자산운용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고, 동위원회로 하여금 자산운용지침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11조의5에서는 자산운용지침에 전략적 자산배분 등 투자정책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자산배분은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 1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부(협의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공식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으로, 이를 민간에게 넘겨 버린다면 정부(협의로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관리주체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전략적 자산배분 등 투자정책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하는 일괄위탁운용방식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괄위탁을 받은 운용사는 여러 자산군에 걸쳐 운용을 해야 하는데 모든 자산군에 걸쳐 두루 실력을 갖춘 운용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기금운용주체가 전략적 자산배분을 결정하고 각 자산군별로 최고의 전문운용사를 선정하는 개별위탁방식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이 점은 일괄위탁운용방식의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일찍이 개별위탁운용방식으로 전환한 미국과 영국의 경험을 통해 뒷받침된다.

셋째, 일괄위탁방식은 의사결정의 분권화라는 당초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사결정의 집중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일괄위탁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자금이 일부 대형 운용회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수많은 전문운용회사들이 경쟁하는 현재보다 집중된 자산운용 시장구조를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과 영국의 경험을 놓고 본다면 일괄위탁을 받은 운용사들은 전략적 자산배분비율을 유사하게 결정하는 군집(群集)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괄위탁운용사들을 차별화된 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경쟁시킨다는 보건복지부의 당초 기대는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넷째, 전략적 자산배분을 민간운용회사에 대해 맡기는 일괄위탁방식은 경제부처의 부당한 압력(즉, 연금가입자의 이익을 해칠 정책목표 수행 압력)에 국민연금이 노출될 위험성을 오히려 높인다.

비록 현재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운용방식이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각 가입자단체 대표들의 견제와 외부 모니터링 등으로 정치적⋅정책적 외압은 상당정도 차단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금이 민간운용회사들에게 일괄위탁되면 이러한 차단장치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고, 경제부처가 직간접적으로 민간운용회사에 압력을 가해 자산배분비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전략적 자산배분을 일괄위임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일괄위탁운용회사 중에 국내 재벌계열운용사가 포함될 경우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행사가 파행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투자정책까지 위임받은 이상 해당 민간운용회사는 의결권행사의 원칙과 지침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새로 수정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연금가입자의 이익이 아니라 총수의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와 같은 운용방식은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민주적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민연금법상의 법정 기구이자 기금운용에 관한 최종적인 심의, 의결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존립 의의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유시민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권한의 변경을 가져올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게 어떠한 사전 통보나 협의도 없이 이루어졌다는점에서도 부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그간 국민연금은 그 규모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 맞는 전략적 자산배분 원칙과 실행방안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하겠으나, 그 책임을 민간에 이양할 경우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같은 자산운용방식의 변화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관련하여 특정 금융업종의 인위적 육성을 위한 수단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에 관한 정당한 권한을 위임받은 기구의 역할 제고를 통해서 국민연금의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진행과정에 대해 계속 주시할 것을 천명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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