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과 소액주주 보호 포기한 법무부를 규탄한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참여연대 논평

증권집단소송제도 도입·집중투표제 의무화 추진 안 하기로 참여연대, 서명운동을 통한 국민의 힘으로 통과시킬 터

1. 지난 20일 법무부는 이번 국회에서 입법 추진할 상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법무부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하고 국민 다수가 지지해온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최종 확정했으며, 더욱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참여연대는 재계의 로비에 결국 굴복하고만 법무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법무부의 이러한 결정은 김대중 정부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경제개혁 실천의지의 실종을 그대로 대변한 것으로써 한국경제의 앞날을 어둡게하는 중대한 정책적 실수임을 지적한다.

2. 한국경제가 경제위기를 겪게된 원인이 바로 이러한 법무부와 재경부 관료들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정책결정으로 인한 재벌경영에 실패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는 지난 3년 동안에 관료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법무부와 재경부가 다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지난 경제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관료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다시 재벌경영의 폐해로 인하여 경제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법무부와 재경부는 이러한 결정을 한 부처와 관련 관료들의 이름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3. 법무부가 마련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안’에는 소수주주권 보호와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상법개정위원회에서 장기적으로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국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며, 여론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제스처일 뿐이다. 현재의 이사회가 회사와 전체 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총수나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좌지우지 되어온 행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단순 숫자 늘리기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에는 재계를 제외하고는 반대할 이가 없으며,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기되어 왔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내·외의 법률법인에 용역까지 맡긴 바 있으며, 이 용역보고서 또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지난 달 11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법무부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친 뒤 정부시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법무부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준비한 용역 보고서 결과도 내팽개치고, 시민단체나 경제전문가 등의 의견과 국민들의 여론도 무시한 채 재계의 로비에 굴복하여 재계의 의견만 수렴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법무부 안대로 현재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허울뿐인 사외이사들에게 권한만 강화시켜준다고 해서 실질적인 지배구조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는 것인지 안일한 인식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4. 더구나, 집중투표제의 의무화와 함께 경제 개혁 입법의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법안에 대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이미 관련 법안은 95년도에 다 완성되었는데 이번 국회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증권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는 참여연대가 강력히 비난했던 대로, 지난 달 27일 민주당과 재경부간의 당정협의회에서 법무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개정하지 않겠다고 제도도입의 최종책임을 경제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법무부에게 떠넘겼던 민주당과 재경부의 당정협의가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눈속임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도대체 정부는 재벌을 개혁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가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가.

5.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지난 한 달 동안 법학교수와 경제·경영학과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짧은 시간동안 인터넷으로만 1만여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으며, 전문가들도 현재까지 400여명이 지지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더 이상 정부만을 바라볼 수 없으며, 국민의 지지와 힘을 보여주는 서명을 3만, 5만으로 확대하여 참여연대가 이미 국회에 입법청원해놓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상법개정안과 증권집단소송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23일 오후부터 법무부 게시판에서 온라인시위를 벌이 고 거리 캠페인을 계속 전개하는 한편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제도 도입 서명을 받아내는 등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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