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1999-01-24   776

[청문회 1일평가] 99.1.24.

청문회를 청문한다

제1호 1999년 1월 24일 발행

경제청문회 기관보고 평가

1. 총괄 평가

1) 기관보고

○ 지난 18일부터 5일 동안의 기관보고에서는 외환위기 원인, 종금사 인허가, 한보 부도, 기아 처리, PCS 선정과정 등을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 보고내용과 질의는 경제위기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정책중심적이라기 보다는 비리추궁 중심으로 치우쳤다. 특히 5일 중 하루를 PCS선정과 관련된 비리 문제(정통부 보고)에 할애하였는데, 이는 경제위기의 원인규명을 위한 정책청문회의 취지에는 벗어난 시간배분이었다.

○ 각 부서 보고서는 경제위기 원인으로 재벌의 과잉중복투자와 관치금융의 구조화에 따른 금융의 총체적 부실화, 자본시장 개방과 국제금융질서 변화에 대한 대책 미비, 고환율 정책과 외환 및 외채 관리정책의 미숙 등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외환위기 발생의 원인을 대체로 망라한 것으로 평가된다.

○ 그러나 각 부서의 경제위기의 원인 관련 보고내용은 추상적 거론 내지는 나열 수준에만 머물렀고 구조적 문제점과 정책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결여 내지는 외면함으로써 총체적인 원인규명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과잉투자기업의 투자결정 및 자금조달 과정, 부당내부거래와 총수전횡 등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문제삼지 않았고 다만 한보, 기아 등 ‘죽은 재벌’들에 대해서만 관련 기관보고에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 금융감독체계의 허점을 거론하면서도 부실기업에 대한 거래은행의 대출심사과정에서의 문제점 즉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금융기관의 재벌 사금고화 실태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다.

– 또한 고환율 정책의 문제점, 외환유동성 감독실패 등 총체적 외환관리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해외자금의 구체적인 유출입 과정에 대한 분석과 보고는 매우 미흡하였다.

– 특히 헤지펀드 등 투기적 단기자금 이동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 등은 보고에서 완전히 빠졌으며 재벌 해외현지법인의 영업실적 및 차입현황, 해외투자로 인한 손실규모, 금융기관의 역외차입 내역 등은 전혀 보고되지도 밝혀지지도 않았다.

– 국제금융시장의 변화 속에서 진행된 자본자유화 정책의 위험성과 이에 따른 정부부처의 기본전략 및 역할 재정립 차원의 문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아 정부의 위기인식의 수준이 여전히 안이하고 협소함을 드러냈다.

○ 외환위기 진행과정에서의 정부 정책실패의 진상과 그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관계기관들의 안이한 인식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 재경부: “이러한 모든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국금융기관의 계속되는 자금회수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하여 결국 IMF 자금 지원요청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 한국은행: “외환위기 가능성을 7차례나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환란을 미리 예측했지만 외환보유액을 보강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급속한 자금회수, 그리고 외환감독상의 업무관리 및 책임소재의 불분명으로 금융기관 외회유동성에 대한 감독소흘”

○ 이와 같은 보고가 보여주는 것은, 자기 부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책임회피와 무능력, 재발방지 대책의 부재 등 위기관리와 관련된 정책당국의 심각한 문제점이 뚜렷한 반성과 개선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러한 정책당국자들에 맡겨져 있

한국경제하에서 국민들의 안정된 경제생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2) 의원질의

○ 기관보고는 국정조사 과정 중에서 관련기관이 해당사안에 대한 보고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기관보고와 증인심문이 구분되지 않았다. 이는 보고내용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보다 비리추궁 등 정치적 효과만을 노렸던 의원들의 질의태도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피의자 심문 식의 질의로 인해 현재 책임자에게 전임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었다.

○ 물론 의원질의를 통해 외환위기에 대한 한은의 책임, 사직동팀의 DJ비자금 계좌추적, 한보의 7,332억원 비자금 조성, 삼성자동차 진출과정의 정치논리 개입, 이석채 전정통부 장관의 PCS사업자 선정 시 특혜 등이 확인되거나 밝혀진 것은 나름대로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주로 정치비리와 관련된 것에 집중되어 환란(換亂)에 따른 경제위기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부도유예협약, 종금사, 기아, 한보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부도유예협약 그 자체의 문제점, 종금사 부실운영을 포함한 부실금융기관의 문제점, 재벌기업 산업정책 전반의 문제점 등 중요한 문제들은 진지하게 점검되거나 추궁되지 않았다.

○ 또 위기의 원인에 대한 단편적인 지적에 그친 결과 재발방지대책등에 대한 질의나 추궁에 소홀하였다.

○ 의원질의는 상당부분 YS, 부총리, 경제수석 등 구 여권의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부분에 치중되었으나 노동법 및 금융개혁법안 처리문제, 기아부도 및 처리과정, IMF재협상 공약 불이행 등 현 여당과도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질의가 크게 부족해 반쪽 청문회의 한계를 드러냈다.

○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삼성자동차 문제’에 대한 추궁을 완화하도록 직접 주문하는 등 청문회에 대한 정략적, 친재벌적 접근이 드러났다.

○ 또한 정치비리 의혹 관련 질문 이외의 질의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질의 내용을 채 소화시키지 못하고 원고를 읽는 식으로 진행되는 등 볼 때 경제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 결여와 준비부족도 경제위기 진상규명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기관별 평가

1) 재정경제부

○ 고환율정책의 문제점, 기초여건에 대한 무책임한 낙관과 위기관리 실패, OECD조기가입의 문제점 등 ‘개방체제에 대한 전반적 무대책과 안이한 대응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 특히 고환율정책 실패에 대한 재경부의 시인과 의원들의 추궁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개발체제하의 환율정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 한편, “이러한 모든 대책에도 불구하고 외국금융기관의 계속되는 자금회수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재경부 보고는, 개방체제로의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국가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정부핵심부서의 기본인식의 안이함과 책임의식의 불철저성과 더불어 책임회피적 관료적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당시 재경부가 추진한 ‘모든 대책’이란 사실상 구태의연한 환율 통제, 외환 및 자본시장에 대한 수수방관과 뒤늦은 미숙한 개입, 금융기관의 사금융화 방치와 관치금융적 개입 등 전략부재와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 또한, “모든 대책”의 각각에 대해 그 적절성 여부가 구체적으로 규명되고, 과연 그 외에 다른 대책이 없었는지를 추궁하였어야함에도 제대로 질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원인분석이 철저하지 못함으로 인해, 경제위기의 진상규명과 함께 청문회의 가장 주된 목적인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

○ 재벌체제의 문제점, 관치금융에 대한 보고나 추궁이 전반적으로 수사적이고 나열적 수준에 머물렀다.

○ 외환위기 이전부터 공룡조직으로 비판받았던 재정경제원의 구조적 문제점과 이에 따른 경제위기과정에서의 문제점 지적이 없었으며 적절한 역할 변화에 대한 충분한 문제제기도 없었다.

2)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

○ 한은의 시장개입(97년 환율방어를 위해 선물과 현물시장을 통해 모두 260억불의 보유외화를 팔아 외환보유고 급감을 자초했다는 점), 외환관리상의 문제(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도 국내은행에 낮은 이자로 빌려줌으로써 막상 환란이 닥쳤을 때 적절히 대응못한 점), 외채를 끌어다 공무원 해외 연수비용으로 전용한 점 등이 밝혀졌다.

○ 그러나 금융개혁입법 통과를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간의 ‘밥그릇 싸움’, 그리고 정당간의 ‘기(氣) 싸움’이 해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외환시장 붕괴를 재촉했다는 점은 거론되지 않았고 정치인들의 자성도 없었다.

○ 외환정책의 결정(재경원)과 집행(한은)의 조직이원화와 비효율적인 외환시장 관리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 재벌 해외현지법인의 차입현황과 해외투자 손실, 금융기관의 역외 차입 내역 등 해외자금의 구체적인 유출입 상황에 대한 보고와 질의가 미미했고 금융기관 난립 및 부실금융기관 처리 지연 책임도 제대로 보고되거나 추궁되지 못했다.

3) 기아, 한보, 제일은행, 산업은행, 산업자원부

○ 한보의 경우 7,332억의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개입여부에 대한 추궁과 질의가 집중되었다.

○ 그러나 부실경영을 유발한 차입위주, 과잉투자, 및 총수전횡의 기업구조나 이를 조장한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그리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기능의 부재 등은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 기아 처리 지연 문제 역시 3자인수를 위한 ‘삼성 음모설’, 기아 비자금 행방, 구정권 및 정치인 개입 여부 등에 대해 공방이 치중되었으나 정경유착 여부에 대한 규명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기아에 대한 부도유예협약-화의-법정관리 등을 오간 금융기관과 정부당국의 혼선 원인과 책임소재,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압력 여부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 부도유예협약, 분식결산 등의 본질적 문제점과 타 재벌그룹에 남용된 사례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추궁되지 못했다.

○ 삼성자동차 진출 의혹을 비롯한 재벌기업의 과잉투자에 대한 방조, 업종전문화 등 구조조정정책의 실종이 산업자원부의 보고와 질의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 적정수준 이상의 고환율과 이에 따른 방만한 중복과잉투자에 대한 산자부의 시인은 경제적 안정성을 희생하면서 무분별한 성장위주 정책으로 일관해온 구조적 문제점을 반증한다.

○ 이는 삼성자동차는 물론 최소한 빅딜 대상기업 전체에 대해 과잉투자기업의 투자결정 및 자금조달 과정, 부당내부거래와 상호지급보증 문제, 총수전횡 등을 체계적으로 문제삼아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보고자도 질의자도 모두 함구했다. 다만 삼성자동차 진출의 정치적 의혹만 문제삼았으나 그나마도 제대로 추궁되지 못했다.

4) 정보통신부

○ 온통 PCS 선정과 관련된 이석채 전 장관의 비리에 집중되었다.

○ PCS만 하더라도 그 산업정책상의 문제(산업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 난립, 이로 인한 비경제적인 과잉중복투자 등)가 짚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 경제위기 진상규명 차원에서 본다면 매우 지엽적인 주제에 하루를 할애한 것으로 정치적 청문회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3. 우리의 입장과 제안

1) 정책청문회여야 한다.

○ 경제위기의 실체적 원인규명에 초점을 맞추어 청문회의 절차, 의제, 증인 등을 재정리하여야 한다.

○ 비리추궁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비리문제는 다른 통로를 통해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2) 재벌총수와 YS 부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라

○ 당초 의제로 선정되었던 재벌문제가 빠진 것은 국민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미 앞에서 여러 차례 지적하였듯, 경제위기의 ‘주범’이 재벌인 만큼 이 문제를 지나쳐서는 원인규명이 제대로 될 수 없다.

○ 따라서 재벌총수는 반드시 증인으로 소환되어야 한다. 재벌체제가 독특한 만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책임있게 증언할 사람은 재벌총수밖에 없다.

○ 이와 더불어 현재 증인으로 채택되어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과 그의 아들 김현철이 반드시 증인으로 출두하여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3) 청문회의 전문성을 제고하라.

○ 의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경제위기 원인의 실체적 규명이 기대되기가 힘들다. 보다 전문성 있는 의원으로 특위위원을 교체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 이와 동시에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참고인으로서의 진술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뿐만 아니라, 미국식 청문회제도를 원용하여 이들이 직접 질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를 제안한다.

○ 이들 전문가는 ‘청문회보고서’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4) 대질신문을 활용하고 청문회의 기간을 연장하라.

○ 기관보고는 통과의례적이어서는 안된다. 서로간의 대질신문을 통해 ‘책임 미루기’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정책실패의 조직적(organizational)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 대질신문을 통한 교차확인(cross check) 절차는 증인신문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일정은 경제위기의 원인규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 청문회의 기간을 충분히 연장하여 체계적이고도 완벽하게 경제위기의 원인이 규명되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위기규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5) 여당 단독의 ‘반쪽 청문회’를 지양하라.

○ 지금까지의 기관보고는 바뀐 기관장과 바뀐 여당 사이의 긴장감 없는 보고와 질의였다. 특히 현 여당과도 관련이 있는 사항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반쪽 청문회에서 오는 한계이다.

○ 여당은 야당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야당은 다른 정치적 사안을 일단 제쳐두고 경제청문회에 참여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을 촉구한다.

6) 경제위기 원인규명을 위한 거국적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한다.

○ 국회의 일정, 전문성의 부족, 정파적 이해대립 등으로 인하여 청문회를 통한 경제위기의 원인규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판단이다.

○ 정부와 국회(여야) 공동 발의로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경제위기 원인규명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여 실체적 원인규명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 조사위원의 추천은 학회와 시민단체가 맡고 선정은 여야합의로 하되, 이 조사위원회에는 국회의 국정감사권에 해당하는 권리부여와 정부의 충분한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증인소환이 시작되는 1월 25일 부터는

매일 오후 9시에 일일평가서가 나옵니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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