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협상으로 왜곡된 금융감독 체제 개편안, 공론화 과정 거쳐 다시 만들어야

혁신위 개편안은 금감위의 권한 강화로 관치금융 폐해 심화시킬 것

1.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에 대해 금감원 및 노동조합,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혁신위의 개편안이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관치금융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주도한 재경부와 감사원은 그동안 금융부를 신설하거나 금감위 사무국을 확대하는 등 금융감독 기구를 공무원조직화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밀실협상을 진행해왔으며, 결국 자신들의 의도대로 금감위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한 개편안을 관철시켰다. 소위 ‘공권력적 업무’를 금감위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금감원과 금감위의 업무 분담을 명문화하지 않은 채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정책을 총괄하여 관치금융의 실패를 주도한 장본인인 금감위원장의 책임하에 직접 이해당사자들인 금감원과 금감위 만의 타협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금융감독의 공공성을 무시한 관료적 발상이다. 특히 열린 참여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가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관료들만의 독단으로 1997년 금감원과 금감위가 출범할 때의 본래의 취지를 왜곡한 결정을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혁신위의 안대로 개편이 추진된다면 정부조직인 금감위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금융감독 기능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고 관치금융의 폐해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2.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체제의 재편과 관련하여 궁극적으로 감독기구의 완전 민간기구화를 목표로 하되, 민간기구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확보될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정부조직인 금감위와 민간조직인 금감원의 이원적 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 경우 금감위는 금감원에 대한 감사 기능과 의결 기능만을 담당하도록 하고 그 전제하에서 금감위에 법령 제개정권을 부여해야 하며, 감독과 검사 기능은 금감원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혁신위가 내놓은 개편안은 이와 같은 방향에서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규정 제개정, 인허가, 제재, 불공정거래조사 등의 이른 바 ‘공권력적 업무’와 관련해서는, 금감위는 최종 의결기능 및 법령 제개정권을 갖는 것으로 제한하고, 감독과 검사 기능은 금감원이 전담하도록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금감위 사무국 인원도 의결 및 법령 제개정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규모를 축소해야 하며, 민간전문가의 채용도 그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지도록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금감위의 현행 비상임위원 제도도 폐지하고 전원 상임위원으로 구성하여 금감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4. 이번 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애초에 혁신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과는 내용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이나, 개편안 발표 직전에 금감원의 반발에 부딪쳐 내용이 일부 수정된 사실은 밀실협상으로 전락한 이번 개편안 논의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혁신위의 논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소수의 정책담당자들에 의해 독점되어 왔으며, 결국 관료들의 의견과 이해가 반영되어 원칙에서 벗어난 왜곡된 개편안이 만들어 진 것이다.

따라서 이후 금감위와 금감원 실무협의 및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관련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라는 대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개편안이 다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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