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방황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작업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작업이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있다. 정부혁신위가 지난 8월 13일 “금융감독업무의 금감원 이양”과 “금감위 사무국의 확대억제 및 민간 전문가의 금감위 사무국 채용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금감위와 금감원이 지난 9월 30일 두 기관간의 역할분담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9월 30일의 발표가 나가자마자 금감원의 실국장들이 일괄 서명을 통해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뉴스에 보도되고 일부에서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금감위원장이 발표내용의 수정의사를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작업이 필요한가.

현재 금융감독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치금융이다. 따라서 이를 뿌리뽑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8월 13일의 정부혁신위 발표는 금감위 사무국을 폐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번 9월 30일의 금감위-금감원간의 역할분담 방안이다.

필자는 이번에 발표된 금감위-금감원간의 업무분장 방안은 정부혁신위의 안을 또 다시 교묘하게 왜곡하여 관치금융의 확대를 도모한 공무원들의 반란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번 보도자료는 금감위의 사무국을 “금감위”로 호칭하고 진정한 금감위는 “위원회”로 따로 호칭함으로써 보도자료의 본문에 그럴 듯하게 나타난 업무분장 방안이 사실은 “진정한” 금감위와 금감원 모두의 실제적 권한을 약화시키는 허구에 불과하도록 만들었다.

정부혁신위에 나타난 금감위는 금융감독업무를 총괄하는 법적 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를 지칭하는 것이지 그 일개 사무보조조직인 사무국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혁신위는 사무국을 지칭한 필요가 있을 때에는 명시적으로 사무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사무국에 대한 혁신위의 제안은 명백한 것이었다. “더 이상의 조직확대는 금지”하고 “인원을 동결하는 대신 공무원의 비중을 줄이고 금감원에서 파견한 민간전문가의 채용을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금감위와 금감원 간의 업무분장에 관해서는 감독업무는 금감원이 담당하고, 정책 및 법령관련 판단 등 공권력 행사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진정한” 금감위가 직접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은 이런 정부혁신위의 개편방안에 언급된 금감위 부분을 “금감위 사무국”으로 대체함으로써 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금감위 사무국이 감독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금융감독기구로 만들고 말았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 다음날인 10월 1일의 보도참고자료에서는 그 전날 나온 보도자료중 일부분에서의 금감위는 “위원회 협의체”를 지칭한다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이게 되었을까. 정녕 금감위는 위원회 협의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논란의 핵심이 된 금감위 사무국은 관련법상 그 존재근거가 매우 희박한 조직이다. 현재의 금융감독체계가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최초로 제정된 것은 1997년 12월 31일이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이때의 제정법률에 금감위와 금감원은 등장하지만 금감위 사무국이라는 조직의 존재나 그 기능은 전혀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제정법률 제15조는 제1항에서 조직에 관해서는 금감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제2항에서 금감위의 “예산ㆍ회계 및 의사관리기능의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무원”을 두도록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1999년 5월 24일의 동법 개정시 제2항의 제한규정이 삭제되고 조직에 관한 내용이 대통령령으로 위임되고, 이것이 정부조직법상의 대통령령에서 구현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사무국의 확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때가 되었다. 재경부는 거시경제정책에만 전념하고 상시적 금융감독은 공무원의 영향력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된 민간감독기구에 맡겨야 한다. 특히 관치금융의 온상인 금감위 사무국은 폐쇄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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