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1999-02-01   656

[청문회 1일평가] 99.2.1.

증 인 :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1999. 2. 1. A.m 10:00 – p.m 5시

Ⅰ. 오늘의 쟁점과 우리의 주장

1. 경제위기 예방 대책, 신인도 회복 대책 관련

경제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구조개혁 프로그램과 단기적인 비상대책을 모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 강경식 증인은 금융개혁 등의 장기적인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신인도 회복의 유일하고도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었음을 끊임없이 강조하였으며, 그 점에서 자신은 경제부총리로서의 책임을 다하였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기아사태로 인해 이미 시장기능이 거의 정지된 97년 9월과 10월까지도 시장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장기 구조개혁 프로그램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부도유예협약, 8.25 금융종합대책, 산은의 출자전환을 통한 기아 공기업화 등의 비시장적 단기대책을 계속 시행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경유착·관치금융·재벌체제 등의 왜곡된 경제질서 하에서 시장기능을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지만, 이것만으로 단기적인 경제문제, 특히 국가부도사태 등의 급박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강경식 증인의 발언은 강단에서 경제학 교수들이나 할 수 있는 원론적 입장을 현실에서 그것도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최종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총리가 청문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날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 중상주의적 부국강병론의 경제정책을 집행하던 사람이 언제부터 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확신범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시장경제질서 하에서도 정부가 수행해야 할 정책적 과제가 있는 것이며, 특히 외환금융위기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오늘 강경식 증인의 발언은 조야한 시장론자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강경식 증인은 단기 위기대책(contingency plan)을 수립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서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보다 떳떳한 태도일 것이다. 불가피론과 불가항력론으로 회피할 있는 문제가 아니다.

2. 기아처리 지연 관련

강경식 증인은 개인적으로는 기아를 법정관리 후 제3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부도유예협약이라는 현실과정과 노조·정치권·국민여론 등의 주변여건상 10월 22일까지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역시 불가피론·불가항력론으로 일관하였다.

그러나 강경식 증인은 부도유예협약이라는 부실기업처리 절차에 대해 지금까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증인 스스로가 발언과정에서 언급하였듯이, 부도유예협약이나 또는 작금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은 90년대 초 영국에서 시행되었던 부실기업처리 방식, 즉 채권자-채무자간의 협상과정에 정부가 적극적 중재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방식의 성패는 정책당국자가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기아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의 성패 여부는 기아의 김선홍 회장과 채권단 사이의 문제만이 결코 아니다. 기아처리가 지연된 것은 결국 정책당국, 즉 재경원(특히 장관인 증인 자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대선 과정의 미묘한 정치상황, 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등에 책임 전가하는 것은 경제부총리로서의 자세라고 결코 할 수 없다.

3. 삼성자동차 관련

강경식 증인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입문제는 개별기업의 판단문제이며, 사전적으로 과잉투자 여부를 논하는 것은 경제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훈계(!)하였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정부가 담당하여야 할 최소한 임무를 방기한 조야한 시장론자의 발언에 불과하다.

시장경제질서의 전형인 미국에서도 최고 경제정책 책임자가 이렇게 발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WTO체제라고해서 정부의 산업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WTO가 특정산업·특정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지, 경쟁질서를 유지하고 경제안정을 유지하는 정부의 역할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증인은 자신과 삼성과의 연계 주장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였다. 물론 이 문제는 직접적인 물적 증거 없이 증인 스스로 자백할 리가 없는 것이지만, 삼성자동차의 부산유치를 위한 정치활동(그것이 유치위원장 직함을 갖지 않고 한 활동일지라도)은 대가의 유무와 관계없이 삼성과의 연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장기능이 왜곡 내지는 정지된 한국적 상황에서 시장원리, 개별기업의 자율을 강조하는 입장이야말로 증인이 삼성 또는 재벌 전체와 연계되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된다. 한국에서 친재벌론자는 시장론자의 외형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증인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고도 모른 채 하는 것인 의심스러울 뿐이다.

Ⅱ. 이것 더 캐내라

1. 부도유예협약, 특히 기아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과정에서의 정부의 역할

부도유예협약은 정책당국의 적극적 중재역할을 전제하는 것이며, 그 전제가 충족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아와 같은 거대 재벌의 처리는 채권금융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거대 재벌은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교섭력의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진실이기 때문이다.

증인을 포함한 재경원 전체가 부도유예협약 적용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는 그 적정성 여부를, 수행하지 않은 역할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여부를 가려야 한다.

2. 삼성자동차와 관련한 강경식 증인의 역할

정치인으로서의 강경식과 경제부총리로서의 강경식 사이에 존재하는 삼성자동차에 대한 모순된 입장(증인 스스로 주장하는)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한편 이를 위해서는 삼성관계자(이건희 회장 및 비서실장)와의 대질심문이 이루어져야 한다.

3. 기아에 대한 산은출자 결정의 주체 및 과정

기아처리 방식을 산은출자를 통한 공기업화로 최종 결정한 주체가 누구인지, 그 결정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100일이 지난 10월 22일에야 내려지게 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법정관리 결정과 공기업화 결정은 별개의 문제이다. 법정관리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철저한 시장론자인 것처럼 증언하는 증인이 말 그대로 시장원리에 가장 어긋나는 공기업화 방식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혀야 한다.

Ⅲ. 이것은 왜 아예 안 다뤘는가?

1. 삼성음모설에 대해 경제부총리로서 또는 그에 직접 연루되어 있다고 소문이 난 장본인으로서 강경식 증인은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가?

삼성음모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흔히 (기아측에서) 제시되는 증거(?) 중의 하나가 삼성의 친족재벌 계열금융기관(한솔종금)이 주도하였다는 종금사들의 대출회수이다. 종금사에 대한 감독책임을 갖고 있는 재경원의 장으로서 그에 대한 소문(이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소문이다)의 진상을 파악하는 조치를 취하였는지, 취하였다면 그 결과는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

2. 기아 처리에 대한 당정 그리고 청와대와의 협의 내용 및 그 속에서의 강경식 증인의 입장과 역할

기아 처리를 둘러싸고 증인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 특히 김영삼 대통령 및 이회창 후보와의 협의 과정 및 내용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Ⅳ. 이런 질의응답은 곤란

1. 여기가 청문회 장소인가 아니면 총선 유세장인가?

답변에는 무관심하고 질의에만 신경 쓰는 국회의원은 청문회에서 필요없다.

2. 경제부총리는 자유주의 경제학 교수가 아니다.

경제학에는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강경식 부총리는 그 중의 하나, 특히 한국의 현실에서는 그 적용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인 미국식 시장제일주의를 급박한 위기국면에서 견지(?)했으며, 지금도 그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부총리는 교수가 아니다. 미국의 재무성 차관 로렌스 섬머스, IMF 수석부총재 스탠리 피셔, World Bank 수석 부총재 조셉 스티글리츠 등도 모두 저명한 경제학 교수이지만, 증인처럼 발언하지는 않는다.

Ⅴ. 제안사항

1. 재벌총수 없는 경제위기청문회는 있을 수 없다.

현 경제위기기 단순한 금융외환위기인지 아니면 재벌체제로 인해 펀더멘탈이 고장난 총체적 위기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도, 특히 기아와 관련한 삼성음모설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도 삼성관계자(이건희 회장 및 비서실장)의 증인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2. 의원들간의 집중질의 분담이 필요하다.

오전 청문회 이후 오후에는 들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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