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은 말로만 세계화한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제 1회 ‘올해의 상’ 받은 장하성 교수 인터뷰

“기업투명성과 책임경영체제 확보는 세계적 추세다. 이는 세계화시대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업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11일 ‘국제기업지배네트워크(ICGN)’가 주는 제 1회 ‘ICGN 올해의 상’을 수상한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장교수는 “기업지배구조 운동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 부패를 없애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이번 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기업투명성 확보 등 기업지배구조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세계적인 기업구조 운동가로 유명한 영국의 에이드리언 캐드버리 경(아스톤대 학장), 미국의 이러 밀슈타인 변호사와 함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95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이 있는 단체와 전문가들이 설립한 국제기구인 ICGN에는 미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영국보험자연합, 유럽투자회사연맹, 전미노동조합총연맹 등 각국의 노동단체, 기관투자가, 투자자협회, 주주서비스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19일 ICGN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장교수에게 이번 수상의 의의와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교수는 이날 오후 중국정부에서 주최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중국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이 행사에 장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한다.

다음은 장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소감을 말해달라.

“수상소감이라고까지 할말이 있나. 캐드버리 경과 같이 유명한 기업지배구조개선 운동가와 함께 상을 받아 영광이다. 이번 상을 계기로 우리나라 재벌들이 기업지배구조개선이 단순히 시민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전세계적 추세라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 기업지배구조개선과 관련된 권위있는 국제단체인 ICGN의 1회 수상자가 됐다. 이번 수상의 의의는?

“기업투명성과 책임경영체제 확보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 후진국에서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정치권과 재계의 결탁에 기인한 부정부패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투명성 확보를 통해 사회적으로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기업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아시아권 전체의 가장 큰 문제인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운동으로 소액주주운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일하시면서 애로 사항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일부 재계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을 좌파운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상이 이러한 비판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화를 표방하지만 정작 세계화와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자유기업원에서 소액주주운동을 좌파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ICGN 회의에 참석했던 외국 투자가들은 솔직히 좀 어이없어 했다. 과연 소액주주운동이 좌파운동이라면 투자가들도 참가하고 있는 단체에서 이런 상을 주겠냐.

재벌들이 말로는 시장경제를 얘기하지만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실제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는 것임이 이번에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 소액주주운동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월드뱅크, OECD,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이 우리나라 기업문제와 관련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참여연대라고 인식한다. 이처럼 참여연대에서 벌인 소액주주운동은 시민단체 영역 밖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해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에서 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투명성 확보 등 기업지배구조개선의 문제를 그저 시민단체의 운동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다. 이제는 재벌들이 우물안 개구리식의 안이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번 ICGN 회의에는 삼성과 현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재벌들도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문제가 전세계적인 추세임을 확인했으리라 믿는다. 국제기구, 투자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또한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있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도 국가정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후진국이라고 무조건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있어 우리보다 앞선다. 중국은 사외이사제도, 기업경영공개, 집단소송제, 집중투표제 등이 이미 제도화되어 있으며, 주가조작이나 내부불법거래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 앞으로 기업지배구조 운동을 제도화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기업지배구조 운동은 상징적인 수준인 소액주주운동을 넘어 제도화, 시장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선은 집중투표제, 집단소송제를 법제화하는데 힘쓰겠다.

또한 정치적 부패로 후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동남아 각국과 중국 등과 연대해 부패를 해소하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일할 생각이다.”

전홍기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