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개별기업 이사회의 기능 실질화에 역행하는 한화그룹의 총수지배체제 강화를 우려한다

1. 어제(26일) 한화그룹이 다음 달 1일자로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그룹 ‘운영위원회’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대적인 그룹인사 방침을 발표하였다. IMF 구제금융사태를 맞아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무시한 재벌총수의 독단적 지배체제를 극복하고자 이사회의 기능 강화와 주주의 권익보호를 주요한 개혁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한화그룹의 인사방향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우선 한화그룹이 박원배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표이사급 원로 5명으로 구성되는 그룹 ‘운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발표하였는데, 이 운영위원회가 개별기업의 이사회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장치로 쓰일 것이 우려된다. 이는 IMF위기 이전의 비서실 또는 기획조정실 그리고 IMF이후의 각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이 신설되는 운영위원회가 총수를 보좌하는 기구로서 주요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인수한 대한생명에 대해 독립경영을 약속해왔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한생명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직접 경영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총수 직속의 운영위원회가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당지원행위 위험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3. 한편 한화그룹은 계열사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의 선임은 개별기업 이사회에서의 추천절차와 주주총회 결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차원에서 인사내용을 발표하는 등 구태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특히 한화국토개발 대표이사로 발령된 김관수 한화건설 상무,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로 발령된 이경재 전 한컴 상무, 한화소재 대표이사로 발령된 채현철 상무 등은 다른 회사의 임원이면서 대표이사로 전보발령되거나 등기이사가 아님에도 대표이사로 발령된 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발령은 내년 주총에서 형식적으로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총 이전에 그룹차원에서 등기이사의 인사를 결정, 발표하는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4. 앞서도 언급하였듯이, IMF위기 이후 개별기업의 자율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고, 이를 위해서는 각 기업의 이사회를 실질적인 의사 결정기구로 정착시키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개혁과제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그룹에서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재벌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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