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험업법 개정안,계약자 권익보다 보험업계 이익 우선

보험회사의 부실화, 재벌 사금고화 가능성 증대



1. 참여연대는 그동안 우리 나라 보험업법 체계가 건전성 감독과 보험계약자 권익보호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여 왔다. 따라서 보험업법 전면개정의 필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며,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상당부분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개정안의 일부 내용은 보험계약자의 권익보다는 보험회사나 보험회사를 소유한 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결과적으로 재벌의 사금고화 및 보험회사의 부실화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재산운용 자율화와 보험산업 진입장벽 완화, 그리고 소비자 권익보호와 관련된 사항은 개선이 아닌 개악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2. 이번 개정안의 중요내용 중 하나는 재산운용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개정안에서 제시한 negative방식은 금융산업의 환경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가 점진적으로 지향해야 할 규제체계의 개선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positive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현재의 엄격한 positive방식하에서도 각종 도덕적 해이와 부실운용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positive방식에서 negative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촌음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즉 규제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보험계약자 보호나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확보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3.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재산운용 규제의 기준을 자산에서 자기자본으로 변경하기로 하였는데, 이것은 자칫 애초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자금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컨대, 2001. 12기준 자산 61조 4246억원, 자기자본 3조 6926억원인 삼성생명의 경우, 대출한도가 1조 2285억원(자산대비 2%)에서 1조 4770억원(자기자본 대비 40%)으로 2485억원 증가(20.2%)되고, 채권 및 주식투자한도도 1조 8427억원(자산대비 3%)에서 2조 2156억원(자기자본대비 60%)으로 3729억원 증가(20.2%)하게 된다. 결국 현재상태에서 이러한 규정변경은 특정 재벌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산운용 규제의 기준을 자산에서 자기자본으로 변경하는 것은 외형(자산)확대 위주의 경영전략을 재무건전성(자기자본) 제고 쪽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것은 건전성 감독체계와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즉 보험사의 경우 건전성 감독 기준은 대차대조표상의 자기자본이 아니라 지급여력금액(은행의 경우 BIS 자기자본에 해당)이므로, 지급여력금액을 기준으로 동일인, 동일차주, 거액신용, 그리고 대주주에 대한 자금제공 한도를 체계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대주주 이외에는 여전히 자산을 기준으로 한도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규제의 일관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앞서 삼성생명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번 개정안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40%, 대주주 발행 채권 및 주식 투자한도를 자기자본의 60%로 하고 있는데, 결국 대주주는 계열보험사 자기자본의 100%에 해당하는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사금고화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그 비율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4. 그리고, 5대재벌에 대한 진입장벽 폐지와 관련해서 보면, 5대재벌은 이미 대부분 보험산업에 진출한 상태이므로 진입규제를 유지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생보사와 손보사를 모두 계열금융기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재벌은 보험사가 없거나(LG그룹(LG화재는 계열분리), 현대자동차그룹) 생보사 또는 손보사 중 하나만을 보유하고 있다(SK, 한진).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5대재벌에 대한 신규진입 규제를 폐지하는 것은 생보사와 손보사 둘 다 또는 어느 하나에 신규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며, 5대재벌에 의한 금융지배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재산운용 규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이것은 단순한 가능성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5.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품개발, 신규진입, 부수업무와 겸영업무 규제완화로 야기될 수 있는 보험회사의 부실화, 부실상품 판매, 소비자피해 구제 등에 대한 감독방안이 나타나지 않는데, 정부는 어떤 감독대안이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방카슈랑스의 허용과 관련해서도, 그 대상상품의 선정에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보다는 금융기관의 판매 용이성과 범위의 경제를 고려해서 상품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보험공급자 중심의 발상이므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6. 그리고 보험상품에 대한 비교·공시는 바람직하지만 보험이익단체인 보험개발원이 상품의 비교·공시를 독점하는 것보다 소비자나 시민단체들이 직접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나 보험개발원이 소비자가 요구하는 상품정보를 전부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7. 얼마 전 삼성생명이 개인정보를 비정상적으로 영업에 이용한 사례가 있었듯이, 시민들의 개인정보 불법유출은 심각한 실정이지만, 이번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일부 안전장치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는 듯 보인다. 따라서, 보험회사나 관련기관이 개인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경우 개인에게 허가를 받도록 하여 개인정보를 보다 철저히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행처럼 소비자가 보험청약서를 작성할 때 개인정보 사용에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보다는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허가서’를 개인에게 별도로 받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8. 끝으로, 보험개발원에 대한 권한 위임과 관련하여, 보험회사들이 출자한 연구기관인 보험개발원에 보험상품을 판매 후 사후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아무런 사후감독 장치가 없는 것은 문제이다. 즉, 보험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진공상태가 되므로 사후보고의 창구를 금감위(금감원)로 하여 이에 대한 사후감독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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