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최근 정부의 경제관련 정책방향에 대한 입장 발표

최근 정부의 경제관련 정책방향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1. 이제 더 이상 희망은 없는가? 정부는 드디어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포기하였다. 금모으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살리기 운동은 정부의 구조조정 포기로 성과없는 희생이 되어버렸다. 이 정권 초기부터 우리의 귀를 울리던 4대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로 광화문과 과천을 맴돌뿐 정부의 실제 메시지는 이렇다.

” 더 이상 구조조정이나 경제개혁은 없다”. 노벨상 수상을 위한 출국시 김대중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획기적 국정개혁을 단행하겠다”는 말을 들으면서 마지막 반전이 있을 수 있다고 ‘혹시’ 했지만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문을 보면서 ‘역시’ 구조조정은 물건너 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4대부문 개혁추진 실적에 대한 안이한 평가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2. 작년 후반기부터 정부는 ‘구조조정 그만’이라는 정책의지를 분명히 한 듯하다. 예를 들어 국가의 수입을 책임지는 재경부(국세청)에서는 작년말 경제사정을 감안해 재벌에 대한 주식 변동조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재벌 대주주의 주식변동을 조사하는 것은 소유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사가 국가경제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정부의 지혜는 놀라울 뿐이다.

이에 질세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달초 올해 상반기에는 30대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조사를 자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야 말로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되고있는 불투명한 경제행위의 표상이며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말살하고 공정경쟁을 왜곡하는 비시장적 행위이다. 정부가 내부거래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포기함으로써 이제 기업 구조조정은 그만하겠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3. ‘구조조정 그만’을 외치는 정부의 목소리는 도처에서 들린다. 정부가 최근 산업은행을 통해서 시중은행의 팔까지 비틀면서 부실한 현대계열사의 회사채를 인수하게 한 것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보다 더욱 못한 구시대 관치금융의 산 증거이다.

이 정책은 올해 돌아오는 65조원 규모의 회사채 가운데 기업이 20%를 해결하고 나머지 80%는 정부가 해결한다는 것인데 이는 금융권과 기업에게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건실한 기업의 사기를 꺽는 정책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현대전자의 회사채를 인수하면서 은행법에 규정되어 있는 동일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25%를 넘어서면까지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문제제기가 될 정도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은 지금까지 시장과 금융권에 의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완전히 상반된다. 임시방편적이며 편향적인 정부의 부실기업 채권인수전략은 지금까지의 금융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의 노력을 한꺼번에 부인하는 종결편인 것이다.

4. 경제정책이 언제나 완벽할 수 없으며 의사결정상의 실수나 실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보와 대우를 통해서 배운 뼈아픈 교훈은 원칙없는 관치금융은 결코 부실기업을 살릴 수 없으며 이러한 정책은 결국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현대그룹구하기’의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철저히 원칙을 지키면서 일관성있는 정책을 수립·적용해야 할 것이다.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의문투성이다. 이건희·이재용의 불법 변칙적인 증여·상속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에 대해서도 정부의 반응은 없으며, 나아가 계약자의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원안을 무시한 채 삼성생명의 상장 문제는 이제 친재벌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시점에 은행의 소유지분한도를 재경부가 ‘은행 주인 찾아주기’라는 명분을 걸고 현행 4%에서 10%대로 상향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소유한도 제한이 없는 제2금융권이 이미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은행까지 재벌에게 넘겨주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은행의 소유지분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당면문제가 아니며 투명성과 시장신뢰 확보, 그리고 효율성 개선, 관치금융 청산이 은행권의 과제인 것이다.

5.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무원칙적인 정책으로 특정기업 지원과 시장을 선도할 때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 재벌개혁을 포기한 정부가 과연 노조에게 구조조정을 자신있게 요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131조원(99년 GDP의 27%)의 공적자금을 조성한 우리나라는 공적자금 부담률 세계2위라는 놀라운 위치에 있다.

구조조정을 포기한 정부가 과연 이 천문학적 숫자의 공적자금을 제대로 사용·감시하여 국민의 피땀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물음에 단 하나도 긍정적인 답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진정한 국민의 정부이기를 원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면 지금 즉시 IMF위기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을 호도하는 기만적 술책이 아닌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총체적인 경제개혁으로 우리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지금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것은 현재의 국민뿐 아니라 우리 후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런 만신창이 경제를 아들·딸에게 남겨주고 싶은가? 빚과 모순으로 가득찬 이런 경제구조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가? 지금 즉시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으로 회귀하라고 우리는 촉구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기회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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