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1. 진념 장관이 18일 은행소유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발언이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산업자본(재벌)이 은행을 경영, 통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에서 검토할 계획”이라는 추가 해명자료를 배부하였다. 재경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념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김진표 차관의 발언에 이어서 나온 것이어서 재경부의 재벌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연합뉴스 보도>진 부총리 ‘은행 소유한도 완화 전향적 검토 시기'( 6.18.)

<연합뉴스 보도>’산업자본에 은행 경영권 안준다’ ( 6.18.)

2. 경제위기로 국민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한 1998년에도 당시 이규성 재경부 장관이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겠다는 발언을 뉴욕에서 투자자를 상대로 발표함으로써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재경부의 경제개혁정책에 대한 의지와 이해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 적이 있다. 재경부는 진념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해명서를 발표하기는 하였으나, 재경부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볼 때에 발언의 진의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만의 하나 재벌의 은행소유 허용을 검토한 바가 있다면 이는 김대중 정부가 경제개혁정책의 두 축인 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을 동시에 포기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크게 우려되는 것이다.

3. 이러한 우려는 재벌 이외의 금융전업기업의 장기적 육성과 같은 대안정책의 제시가 없이 은행소유한도를 확대하는 정책만을 실시할 경우에 현실적으로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재경부가 은행 “주인 찾아주기”를 주장한 사실에 비추어 볼때에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유한도 제한이 없는 제2금융권이 재벌의 사금고화되어 대부분 부실해졌으며, 이로 인한 손실이 투자자와 국민들에게 전가된 경제위기 이후에 제2금융권의 사태에서도 “주인 있는” 금융기관의 문제점은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4. 재경부의 은행 “주인 찾아주기”와 주주에 의한 경영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소유한도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주주에 의한 경영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적은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라도 쉽게 경영을 감시하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할 일이지, 은행소유한도를 풀어서 대주주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대주주로 인한 재벌기업에서의 폐해를 은행으로 확대하겠다는 한심한 발상이다.

5.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발달된 시장경제를 시행하고, 훨씬 강력한 감독체계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왜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재경부는 경제위기 이전에 재벌소유를 허용한 제2금융권에 속하는 소규모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수많은 투자자들과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결과를 가져온 책임을 통감하고 은행소유한도 확대에 보다 신중한 정책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

6. 참여연대는 최근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전면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진념 재경부 장관이 은행소유한도마저 풀어주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해명자료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금융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에 대한 재벌 소유 규제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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