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재벌개혁 포기를 선언하라

원칙과 논리도 없이 로비에 굴복하여 유일한 경제개혁법안 내버린 열린우리당과 정부

오늘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권집단소송법의 일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4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의 후퇴에 이어, 결국 참여정부는 또다시 투자를 볼모로 한 재벌의 일방적인 떼쓰기에 굴복하고 말았다. 이로써 참여정부의 유일한 경제개혁 법안인 증권집단소송법(2003년 12월 통과)은 태어나기도 전에 사산(死産)되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손이 아닌, 자기를 잉태시킨 부모의 손에 의해 낙태(落胎)당한 것이다.

이번 증권집단소송법 유예 결정은 단순히 특정 개혁법안의 유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참여정부에서 더 이상의 재벌개혁은 없을 것이며 이를 기대하지도 말라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밝힌 개혁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2년간 유예 후 반드시 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제 시장에서 정부의 이러한 발언을 신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을 시행하기로 한 2년 후는 각종 이해집단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통령 선거를 목적에 둔 시기이다.

더군다나 그때는 증권집단소송의 범위가 자산 2조원 이상이 아니라 모든 상장ㆍ등록법인으로 확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예정대로 법을 시행할 수 있겠는가. 그럴 원칙과 강단이 있는 정부였다면 애초부터 법을 유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한나라당의 반대에 맞서 공정거래법을 강행 처리한 지 채 2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오히려 스스로 이를 완화시키는 시행령을 제정하여 법의 취지를 훼손시키고, 이제는 더 나아가 자본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재벌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증권집단소송법을 사문화시켜 버렸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내걸었던 ‘시장개혁 로드맵’에 대한 포기 선언을 하고 과거처럼 재벌에 의존하여 경제를 성장시키겠노라고 공표한 후 이에 대해 국민들의 겸허한 심판을 받는 것이 정직한 태도가 아닌가. 재벌개혁을 추진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부가 마치 재벌개혁을 할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두는 것이 정부로서 신뢰성을 유지하는 마지막 길 아닌가.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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