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수백억은 처벌 못하고, 부영·롯데의 수십억은 처벌한다?

참여연대, “검찰 수사 형평성 흔들린다” 비판





참여연대가 삼성, LG 등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의 수사·처벌 방향을 비판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24일 오전 11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정치자금 제공 기업인 수사·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삼성과 LG 등 재벌그룹에 대해서는 그 돈의 출처가 총수의 개인 자금이란 명목으로 총수 개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면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로서 검찰 수사를 계속 감시, 비판해왔던 참여연대는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왔지만, 최근 검찰의 태도를 보면 기업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 의지가 약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면서 “검찰이 제시한 기업인 처벌 기준을 보면 5대 재벌은 손대지 않고, 그 이하 기업은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검찰이 밝힌 ‘비자금 조성 여부’를 처벌 기준으로 삼으면 LG와 삼성 등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재벌그룹 총수에 대해서는 그 돈이 개인자금이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고, 부영그룹과 롯데그룹 등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처벌 기준을 비판했다. 또한 “LG와 삼성이 제공한 불법자금이 그룹총수 개인의 돈이라면 왜 돈의 전달자만 불러 조사하고 돈의 주인인 총수들은 소환 조사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이 ‘검찰은 기업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내역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 기업인 전원을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 국장은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제공한 액수는 한나라당만 370억원이 넘고, 수사협조 측면에서도 어느 기업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하고 “국내 최고 재벌그룹의 파워에 검찰의 법과 원칙이 흔들리는 것인가”라며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촉구했다.

성명서는 “수십억을 제공한 그룹은 총수부터 처벌받고, 수백억원을 제공한 그룹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수사의 형평성을 과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수사와 처벌이 5대 그룹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라고 물으며 “검찰이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 봐주기가 아니라 오직 법과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내역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 기업인 전원을 엄정하게 처벌하라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불법정치자금 수사가 1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SK그룹이 2000년 총선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에 뿌린 100억원에서 출발한 불법자금 액수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7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고, 각 당의 재정담당 의원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정치권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국민의 지지는 드높은 상태이다.

그러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권과는 달리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수사는 과연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가? 합법적인 정치자금 외에는 한푼도 제공한 적 없다고 발뺌하던 재벌그룹들은, 수백억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권에 갖다바친 사실이 드러난 지금도 진심으로 반성하기는커녕, 기업 활동 위축을 핑계로 수사를 조기종결 해줄 것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직 불법정치자금 조성 및 제공의 전모가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처벌의 범위와 수위 조절을 피의자가 요구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재계의 ‘버티기’에 정작 수사주체인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지난 17일 기업인 처리기준에 대해 “죄질이 사법처리의 기준이며 자수·자복했는지도 고려대상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 액수의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어째서 미온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는가.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제공한 액수는 한나라당만 370억원이 넘는다. 수사협조면에서도 어느 기업보다 죄질이 나쁘다. 삼성은 최초 밝혀진 152억원에 대해서만 시인했을 뿐, 계속 드러나고 있는 추가자금에 대해서는 은폐로 일관해왔다. 불법정치자금 제공에 핵심 인물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해외체류를 구실로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김인주 사장의 출두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최고 재벌그룹의 파워’에 검찰의 법과 원칙은 흔들리는 것인가.

더구나 지난 주말, 안대희 중수부장은 새롭게 “정치권에 제공한 불법 자금의 규모보다는 비자금 조성 등 기업 경영상 해서는 안될 일을 한 점이 더 고려될 것” 이라고 발언했다. 비자금 조성 여부를 처벌 기준의 우선 순위로 둔다면, 총수 개인의 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은 검찰의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총수 차원의 조사나 사법처리가 거론되는 재벌은 부영, 롯데 등은 5대 그룹 이하의 소위 중견 그룹들이다.

수십억을 제공한 그룹은 총수부터 처벌받고, 수백억원을 제공한 그룹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수사의 형평성을 과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수사와 처벌은 5대 그룹인지, 그 밖인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가.

삼성이 주장대로 불법정치자금이 모두 총수의 돈이라면 어째서 돈의 주인은 소환조차 하지 않고, 전달자인 전문 경영인만을 처벌하려 하는가. 검찰의 이중잣대는 국민의 불신만을 초래할 뿐이다.

검찰이 고려해야 할 것은 경제에 미칠 영향이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 봐주기가 아니라 오직 법과 원칙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과거의 ‘숫자 짜맞추기’식의 수사와 소위 깃털 몇 명만을 처벌하는 흐릿한 처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내역을 소상히 밝히고, 관련자들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분명히 밝혀 그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하는 방법 외에 없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4년 2월 24일

참여연대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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