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업정보공개인가, 기업투명성 확보 주춧돌인가

‘지배구조 정보공개 확대’ 발표, 재계와 시민단체 엇갈리는 반응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갈 지침이 발표되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4월 18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회에서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친인척지분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 정보를 매트릭스 형태로 알기 쉽게 공개, 시장참여자들의 이해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증권거래 관련 규정상 일부 공개되는 소유지배구조 관련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기업비밀 보호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계와 시민단체는 모두 공개될 정보의 수준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확연히 다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회장 손길승 SK그룹회장)는 공식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금승 전경련 기업정책TF팀 부장은 정보공개 확대의 필요성에 부정적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공개되는 자료들을 통해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유추하고 있다. 굳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개방할 필요가 있느냐”고 정보확대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공개과정에서의 업무상 비밀이 폭로되거나 지분소유자의 사생활이 드러날 가능성”을 정보공개 확대로 인한 부작용으로 꼽았다. 특히 이 조치가 시민단체의 요구로부터 출발된 것이 아니냐며 “이미 엄청나게 재계를 괴롭혀왔다. 기업은 수익창출로 판단해야지 왜 사사건건 문제제기냐. 관심있는 사람이 보면 되지, 왜 일반인에게 공개하냐”며 격정적으로 반응했다. “복잡한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드러내 좋을 것이 없다. 오히려 주식값 떨어뜨려 기업에 불이익을 줄 것이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투명한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주장해온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공정위의 기업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 지침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발표에 걸맞는 실천의지”라고 논평했다. 참여연대도 공식적 입장은 내지 않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주영 변호사)도 공정위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선웅 부소장은 “예전에는 형식적인 자료공개만 했던 공정위가 스스로 정보공개확대 계획을 선언한 것을 환영한다”고 평하고 “지배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자료를 공개할 때만이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 부소장은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의 우려에 대해 “지배구조 관련은 경영, 업무상 비밀과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기업투명성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공개된 지분구조 정보가 적대적 M&A의 자료로 활용될 위험성을 우려할 수는 있는데, M&A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공개하는 수준의 자료와는 비교가 안될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실효성이 없는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공정위는 국가기관으로서 국민과 시장참여자들에게 정보공개를 하는 것이므로 정보공개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번 조치로 한국기업의 치부를 드러내 신인도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취약점으로 인정되는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기업이 부족한 점을 메꾼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김 부소장의 의견이다.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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